오매불망 기다리던 오지은+서영호의 전주 공연을 다녀왔다. 전주에 가 본 적이 없었기에 겸사겸사 전주 관광도 하고 왔다. 공연장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한옥마을에 숙소를 잡고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운전을 해서 조금 먼 곳을 가보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연화정도서관과 팔복예술공장(전시작품들이 많고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무료라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강원도 원주의 특산물이 제설이라면 전주의 특산물은 넓은 차도와 넓은 인도였다. 차로 한 칸이 매우 넓었고 대부분의 도로가 왕복 6차선, 10차선이었고 도로에는 차가 별로 없었다. 한옥마을 주변의 건물들이 매우 낡아있었기에 부산 중구 같은 구도심이어서 그런가 싶어서 일부러 금암면옥 신시가지점을 찾아갔는데, 부산의 신도시 같은 밀도 높은 아파트와 상가 풍경이 아니어서 놀랐다. 비보이 공영주차장이라는 곳에 주차를 했는데 전주의 주차장 인심에 놀라고 말았다. 주차장의 지상은 텅 비어있고(주차장으로 사용하지 않음, 그냥 공터랄까, 여길 활용하지 않고 비워 둔다고?!!!) 주차장은 지하 1, 2층에 있었고 한 칸 한 칸이 넓었다. 전주는 슬로우 시티였다! 북유럽 여행을 했을 때의 여유로움에 받은 충격을 전주에서 또 한 번 느꼈다. 추가로 전주에서 좋았던 점은 지저분한 극우 현수막이 없다는 것!! 유감스럽게도 내가 사는 동네와 회사가 있는 동네에는 극우 현수막이 정말 많다. 부정선거, 독재, 노란봉투법 반대 등등. 

오지은 공연 시작 전 무대에 덩그러니 있는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 1대와 건반 1대를 보면서 정말 악기가 저게 전부란 말인가, 피아노 반주와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공연을 채울 수 있단 말인가, 엄청난 자신감과 내공이다라고 생각했다. 오지은 공연을 보면서 한 생각은 '저렇게 잘 부르는데 가수를 안 하다니 재능이 너무 아깝다'와 '가수는 은퇴하고 작가만 한다고 했는데 노래는 왜 더 잘 부르지? 몰래 매일 연습하나?'였다. 오지은 콘서트를 보는 건 이번이 네 번째다. 노래가 정말 좋았다. 피아노 반주만 있는 극강의 미니멀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전주여행 기념으로 전주공식기념품가게에서 자개 반지, 자개 귀걸이, 전주 향교 무늬의 미니 자개 보석함, 갓 모양 키링을 샀다. 방문한 곳은 팔복예술공장, 한지박물관, 경기전+어진박물관, 연화정도서관, 동학혁명기념관. 전주 향교와 국립무형유산원을 못 간 것이 아쉽다. 먹은 것은 현대옥 남부시장점 오픈런(아침 6시 오픈런으로 먹어보고 싶었다). 콩나물국밥 먹고 다시 한옥 숙소로 가는 길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관광객 커플이 저기다 저기 하면서 어묵 가게에서 어묵을 사길래, 어묵, 핫바 같은 걸 싫어하지만 나도 따라 사 봄(진심어묵). 금암면옥 신시가지점. 그리고 가격에 비해 시시했던 모 식당의 (익힌) 육회비비밤... 먹는 것에는 별 흥미가 없어서 먹은 것은 이 정도다. 한옥마을 내에서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걸 보면서 저걸 왜 먹지라고 생각한 것은 오징어 튀김과 닭꼬치. 오징어 다리가 위로 치솟은 오징어 튀김을 꽃다발처럼 들고 사진을 찍는 여자와 그걸 찍는 남자 커플이 괴이하다 생각했고, 고속도로 휴게소서나 먹을 법한 길고 긴 닭꼬치를 사람들이 먹는 풍경이 한옥마을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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