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나무


창경궁은 정치를 위해 지은 궁궐이 아니라

왕대비 등의 생활공간으로 지었단다

그러나 창덕궁과 창경궁 전체 모습을 그린

국보 249호 동궐도(東闕圖)를 보면 전성 시절에는 당당한 규모였다


정문인 홍화문(弘化門)을 지나

옥천교(玉川橋) 둘레의 매화나무, 자두나무, 앵두나무,

서민 나무라고 할 수 있는 살구나무를 본 뒤

우람한 회화나무를 봤다

임진왜란 때 모든 궁궐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지금 궁궐에 있는 나무는 오래된 나무가 드문데

이 회화나무는 수백 년 된 나무이다

문정전(文政殿 )앞에서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어갈 때

비명소리를 들은 나무이기 때문이다

선인문 안쪽 금천 옆의 회화나무는

속이 까맣게 썩어 버린 오래된 회화나무도 있다.

 

 

 

 

 

연리지(連理枝)


자작나무는 옛날에 종이로 쓸 만큼 껍질이 하얀데

궁궐에 있는 자작나무는 껍질이 모두 거무죽죽하다

서울 공기가 탁하고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보호색을 띤 것이다


팥배나무, 황철나무, 산수유, 향나무,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

건물의 산 쪽 뜰에 꽃나무를 심은 시설 화계(花階),

(박상진 선생님이 연애할 때 연인의 손을 잡으려다 실패한 곳)

신갈나무, 대장금이 중종 치료를 위해 이용했을 살구나무와 산사나무,

황벽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회양목, 모과나무


다래나무, 백송, 능수버들 등을 보았다

뿌리는 다르지만 가지가 맞닿아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연리지(連理枝),

잘못된 만남 - 느티나무와 회화나무를 보았다.

 

 

 

 

 

박상진 선생님


창경궁 나무 답사를 현서랑 함께 한 까닭은

『궁궐의 우리 나무』(눌와, 2010년 개정판)

열심히 본 책 저자가 1940년에 태어난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구에 사시는 분이 독자와 추운 날 함께하시겠다고 하니

선뜻 손 내밀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추울 것이라는 기상 예보와는 달리

가을 햇살 눈부시게 밝고

아직 가을이 궁궐 오후에 거닐고 있었다

푸른 하늘에는 그리움처럼 낮달이 내내 떠 있었다

73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선생님은 발음도 정확하고 얼굴도 평화로웠다

나무와 평생 사신 분답게 아름다웠다.



201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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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무니 2012-11-2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셍님처럼 아름답게 나이를 들수 있기 바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낮고 차분한 음성으로 설명해주시는 나무 하나하나 정겨움으로 다가오고 오래도록 가슴에 자리할 늦가을 추억하나를 만들었습니다.

동해바다 2012-11-26 12:26   좋아요 0 | URL
그날 함께하신 분인가 보네요.
함께하신 분들이 한결같이 분위기를 해치지 않아 좋았어요.
애 많이 쓴 출판사 대표와 편집자도 보기 좋았고요. ^^

쨍!하고 볕들 날 2012-11-27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리 아프다는 소리도 안하고 두시간 반 잘 따라다니던 꼬마 아버님이시군요?
창경궁에서 본 나무들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해 주신 후기 감사드립니다.
저도 박상진 교수님을 뵈면서 정말 멋지게 나이드셨구나..생각했습니다.
평생을 나무와 식물과 함께 해 오신 분이라 그렇게 맑으신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씨도 정말 좋았고, 교수님의 나직나직한 음성으로 들려주시는 해박한 설명도 좋았고,,,,고궁의 만추를 가슴 가득 담고 왔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했다고 이 자리를 빌어 인사드립니다.
앞으론 스치는 나무 한 그루에도 더욱 관심 있는 눈길을 주게 될 것 같습니다.

또한, 독자를 위해 좋은 자리 많이 만들어 주신 출판사 눌와 사장님과 최은실 님께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동해바다 2012-11-28 10:1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그때 눌와출판사에서 나오신 분이 대표님과 최은실 님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