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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 모든 생명의 시작 - 2018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ㅣ 아름다운 지식 3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이명아 옮김 / 여유당 / 2023년 9월
평점 :
아프리카 누 떼가 강을 건너는 다큐멘터리를 보신 적이 있는지요. 건기가 닥쳐오면 수천 마리 누 떼가 풀밭을 찾아 강을 건넙니다. 그 과정에서 누 떼는 종종 악어가 도사리고 있는 드넓고 탁한 강을 건너야 합니다. 누 떼가 정신없이 강을 건너서 건너편 강둑으로 올라가려고 애쓰는 동안 악어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불운한 누 한 마리를 물어 물속으로 끌어내립니다. 얼핏 보면 우연으로 보이지만 악어는 아무것도 모르는 먹잇감이 어쩌다 발을 헛디디는 우연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악어는 급습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지는 거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거니와 누를 한 입에 냉큼 물고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악어의 몸은 둔중하지만 아주 작은 압력과 촉감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민감합니다. 사냥감이 일으키는 물살을 감지하고 다른 진동원의 물살과 구분할 뿐 아니라 언제 어디를 공격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무지막지하고 거칠게 보이는 악어의 예민한 감각은 알을 대하는 모습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알을 깨고 나오는 새끼를 돕기 위해서 알껍데기를 살짝 깨뜨리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경이롭습니다. 자신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갖고 있는 알에 대한 악어의 부드러운 접촉은 어쩌면 생명의 신비에 대한 자세일 것입니다.
알은 완벽한 부활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알껍데기는 자연이 만들어 낸 작은 기적이라고 할 만합니다.
정말 얇으면서도 단단하거든요.
껍데기는 외부의 충격을 견딜 수 있을 만큼 단단하고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을 만큼 얇아야 합니다.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알껍데기는
단단한 결정체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껍데기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공기가 통과해
배아가 숨 쉴 수 있지요.
브리타 테켄트럽의 『알』은 생명의 신비함인 알에 관한 모든 지식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지식정보그림책을 많이 봐 왔습니다. 이전의 지식정보그림책은 지식정보를 전달하는 데 치중해 심미안으로 보면 아쉽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러나 <알>은 다릅니다. 알의 내부 구조에서부터 외부 형태와 색깔, 다양한 생물의 알까지 알의 이모저모에 관해 총체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달걀과 새알을 비롯해 곤충의 알, 양서류와 파충류의 알, 바다거북과 물고기의 알, 나아가 신화, 예술, 종교, 전통까지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책의 화면 하나하나를 넘기며 글을 읽으면 어느새 가슴 뭉클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황제펭귄은 세상에서 가장 혹독한 부화 조건을 견뎌야 합니다.
바로 남극의 춥디추운 겨울이지요.
암컷 황제펭귄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바다로 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알을 하나 낳습니다.
그러고는 새끼가 부화한 다음에야 돌아오지요.
수컷 펭귄은 큰 집단 서식지에서 알을 품습니다.
알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의 냉기를 견딜 수 없기 때문에
펭귄들은 알을 발등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따뜻한 부화 주머니로 덮어 줍니다.
글은 시적인 문장으로 쉽게 설명하고 다정다감한 그림으로 아름답게 묘사했습니다. 한마디로 지식정보그림책을 예술 그림책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그러면서도 알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을 다루고 있으니 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볼로냐 라카치상 수상작이라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