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 작가를 만나고 싶었다. 

물론 이런 행사가 없었다면 용기 내지 않았을터였지만 꼭 만나서 물어보고 픈 혹은 느껴보고픈 것이 있었다. 

요즘 나는 스토리구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고민만 하는 중이다. 

뼈대를 어떻게 잡을까 

과연 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대단한 작가도 그런 고민을 하나. 

수요일 저녁 7시 30분 

사실 거의 못갈뻔했다. 아이는 어리고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거의 갈 수 없을 뻔했는데 과감히 나도 모르겠다 해서 출발했고 가까스로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늦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조금 더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 마음을 가다듬었다. 아는 알라디너는 아무도 없었다. 하긴 그렇다 내가 알라디너들을 어디 얼굴로 아나? 

나는 작가가 들어서기 전 사인받기 위해 준비해 간 노서아가비와 다이어리를 책상에 나란히 놓고 바라보았다.  





무리수를 뚫고 왔으니 꼭 뭔가 얻어가야지.  

참 웃기다. 이렇게 심각하게가 아니라 그냥 편하게 쉽게 그게 나였던 것같은데 왜이리 복잡해졌는지. 

작가가 들어서자 나는 깜짝 놀랐다. 천년습작에 나온 모습은 무척 젊어보였는데 실제 보니 그렇지 않았다. 글쓰는 작업이 녹록한 작업이 아님을 한눈에 봐도 알수 있었다.  





제목 : 한길 사람 속 

작가의 한시간 정도 되는 강의가 얼마나 그 주제에 맞게 들어갔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그냥 내가 받아 먹고자한멋만 열심히 먹었을 뿐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고 한다. 

어쩌다 소설가가 되었나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게 보통인데 난 왜 한번도 저런 질문을 해 본적이 없을까? 마음으로도 말이다. 

그러니 내가 이리 더디가고 고생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김탁환 작가님 말에 의하면 모든 글쓰기는 한 길 사람 속을 알기 위해 쓰는 거다 

라고 하셨다.  

읽은지 한달은 되었음직한 노서아 가비의 따냐가 다시 떠올랐다. 

믿고 속이고 다시 속마음이 뭔가를 알아내려 애쓰는 과정이 나오니 작가님의 정의에 딱 맞는 책이다 싶다.

 한 길 사람 속 

한길일까? 내 생각에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길이 있고 여러 가지 색이 있어 그 자신도 그를 알 수 없을 것같다.  

 

 

 



작가는 아수라백작 그림을 보여주며 소설가는 아수라백작같은 존재라 했다. 소설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다중인격이 필요하다고. 백번 공감하며 더불어 백번 두려움에 떤다. 

작가는 그동안 자신은 선택을 해 왔고 선택하지 않은 길은 버려졌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다양한 길과 맥락들이 자신의 글에 모여드는 걸 느끼고 새 책을 쓸때마다 그게 연관되어 나타난단다.  

비슷한 생각을 나도 했다. 7~8년 전 책을 기획하고 만들기 시작할 때 전혀 달랐던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던 내 경험과 경력들이 책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어 모아지는구나. 

작가는 자신이 할 이야기를 1. 여행자들 2. 몽상의 자식들, 3.여자들 4 이야기꾼으로 나눠서 들려주었다. 얼핏 대강 쬐려보기식으로 듣는다면 자기 작품 설명이네 쯤으로 간주 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는 좀 다르게 느꼈다. 



리심과 혜초와 따랴를 쓰기 위해 여행답사를 한 이야기는 무척 인상깊었다.  

 

 

 

 

 

 



 

내게도 작가가 된 뒤 외국 여행을 다니는 동기가 있는데 아마도 이런 글에 대한 소재를 위해 다니나 보다 싶다. 사하라 사막에서 서서 리심이 마음이 되어 바라보니 리심이 춤을 추는 모습이 그려지더라  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김탁환 작가님은 원래 여행을 싫어하는 방콕 족이었단다. 하지만 소설이 자신을 여행가로 만들었다고 한다. 

 작가가 여행해 보고픈 곳 이야기를 들으니 남자들이 그런건지 아님 다른건지 싶었다. 일단 나랑은 다르니. 

작가는  아르피카에 가보고 싶고, 우주에 가보고 싶고 40년전이나 후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 그렇게 공간여행에서 시간여행으로 마음이 바뀌고 있단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참 멋진 말이다. 

몽상의 자식들 편에 이야기할때 내가 펜을 꼭꼭 눌러쓰며 받아적은 것이 있는데 바로   

재미있으면 살려주고 재미없으면 죽인다! 

였다. 

이것은 아리비안 나이트, 서유기, 태평광기 등과도 맞닿아 있어서 작가는 그 정신이 없으면 쓰기 어렵다고 한다.  

 

 

 

 

 

 

 

 

 모름지기 작가는 이야기꾼이니 당연히 재미있어야 하지 않는가 

작가는 리심과 노서아가비의 따냐는 쌍뚱이와 같은 존재라 했다. 흥미로우면서도 가히 이해가 가는 이야기다. 

 

작가는 적었다. 

나는 아수라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글쓰기를 통해 알려는 아수라다. 

너도 아수라다. 

 

누구시인지 모르겠으나 마음에 울림이 있어 계속 찔리게 만드는 시 한편도 

내 안의 추악함을  

오래 오래 

보고 보고 

또 

들여다 보는 것의 

고달픔 이여.
 
 

나도 요즘 이런 생각이 든다. 

내 안의 고통과 추악함을 감싸 쥐고 사는 괴로움을 무엇으로 달래나. 그게 글이구나 하고. 


작가는 자신을 키운 것은 8할의 몽상이라고 하는데 

강의를 들으며 느낀 것은 작가로 만든 것은 9할의 노력이 아닐까 싶었다 

엄청난 자료를 찾아 쟁여두면서도 또 찾고 

읽고 

그리고 오랫시간 몽상과 고민에 빠지는 작가.    

 작가가 나, 황진이라는 책을 쓸때 당시 황진이가 읽은 시들을 모두 모았단다. 그리고 읽어서 그 당시 그 시를 읽은 황진이의 마음에서 그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까지 들었을때도 나는 그 책이 읽고 싶었는데 그 작품은 하나의 시란다. 접속사가 하나도 없는. 소설에 접속사는 하나도 없다고 한다. 가능한 것인가? 좋은 문장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단 말인가. 

 작가는 이 책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많이 팔렸고 드라마로 되어 하지원이 나온 드라마의 원작이 바로 이책이라 하니 너무나 읽어 보고 프다.



 

 

 

  

 

 

내가 작가에게 받아 먹을 꺼리를 접한 것은 아이디어와 초고에 대한 것이다. 

소설을 쓸 때 아이디어 단계가 있고 작가는 그 아이디어를 아이디어 수첩에 적어 놓는데 100적도 적혀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있다고 바로 쓰는 것이 아니란다. 아이디어와 초고 사이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단다. 

그리고 쓸 때는 집중. 집중 몰입. 

아 내가 못하는 것. 집중. 몰입, 게으른 나를 만나게 되어 조금 우울해졌다.  

나는 뼈대를 잡는 노하우에 대한 질문을 했다. 

동영상을 다시 보니 너무 이상하게 나와 지금 괜히 질문해서 우울해 하고 있다. 민망 그자체다. 

이 질문에 그 답이 천년의 습작에 다 있다며 웃으셨다. 

나도 사보고 싶지만 비싸서 벼르고만 있는데 속마음도 모르고 흥 하는 삐죽임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하지만 작가는 역시 작가였다. 고민끝에 들려준 이야기는 내게 아주 큰 도움이 되었고 나는 내가 쓸려했던 이야기에 적용해 보게 되었다.

작가는 구성이나 주제에 있어 글을 쓰기 전 한문장으로 만들어 보라는 말을 하셨다.

그 한문장을 보면 아이디어단계에서 초고까지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문장으로 정리한 뒤 그렇게 쓴 사람을 찾으란다. 그리고 질투하란다. 그 사람보다 잘 쓸 수 없으면 접으란다. 과감히  

그리고 자신도 그런 예를 들려주었다. 

 

 

그 예는 작가는 나노에 빠져 나노에 대한 책을 준비하였더란다. 하지만 비슷한 책이 나왔고 그 작가의 참고 문헌을 보니 포기하게 되었단다. 그 작가를 따라잡으려면 5~6년은 더 걸려야 할 것같았단다. 

포기도 쉬운게 아닌데. 작가를 포기하게 만든 책은 바로 이책이다. 먹이. 

 

 

 

 

 

 

 





작가에게 싸인을 받는데 

말씀하시기를  

"계속 쓰세요"라고 한다.  

그 한마디가 내게 힘을 주었다. 

돌아와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니 그럼 그렇게 말하지 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말도 안할 수도 있지 않았겠냐고 위로했다.

정말 하고 픈 질문이 넘쳐났다. 정말 궁금하고 답답했다. 

하지만 이제 답은 내가 스스로 찾아야겠지 하며 나오는데 가슴이 벅차 올랐다 

내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내가 잘할지 아닐지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빠진 우물 속에서 나는 이렇게 우물에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듯 했는데 그게 참 도움이 되었다고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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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8-0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말씀이네요. "계속 쓰세요."

하늘바람 2009-08-08 00:04   좋아요 0 | URL
네 에이치나인님

서노기 2009-08-11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시간을 만끽하고 오셨네요! 부럽습니다.
후기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