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몰리 뱅 글.그림, 이은화 옮김 / 케이유니버스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재미나게 생활하는 동화책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천사같다.

그건 그저 엄마들의 희망 사항이 아닐까? 처음 소피를 만났을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소피에게 갈등이 일어났다. 장난감을 가지고 즐겁게 놀고있는데 아무런 양해없이 빼앗긴 것이다. 엄마의 기대는? 동화책이라면 으레히, 엄마에게 달려와서 해결해달라고 하거나 갈등해소를 위해 직접 대화를? 시도하거나 혹여 장난감을 놓고 갈등이 고조되더라도 친구와 다시 사이좋게 놀기위한 뭔가 특별한 작가의 장치가 궁금하다.

그런데 소피는 화를 냈다!! 그것도 불을 뿜어내고 발을 구르고 괴물같은 소리를 와아아아-- 소리를 지르면서! 맙소사, 무슨 이런 책이 다 있담... 그러더니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간지르기 시작하고... 나무 위에 올라 자연에 안겨있다 오더니 볼케이노 같던 소피가 산들바람 같아졌다. 작가의 장치가 아니라.. 하나님이 이미 심어놓으신 장치들을 보게된것이다.

엄마의 기대는 이런것이 아니다. 정말 아니다. 문제 해결 능력! 그것이야말로 엄마의 기대이다. .... 기대일 뿐이다. 아이속에 차있는 분노, 화, 이것을 풀어주려고 하기보다 제한하고 통제하고 다듬기만 하려고 한, 가지치기 하는 가위같은 내 기대를 한권의 책이 거울처럼 보여주었다. 어른들의 정당한 요구이든지 친구관계의 갈등이든지 어린 건강이 속에도 분노가 차오를때가 있다. 말로 표현하는것도 중요한 표현방법이겠지만 사실 화를 다루는 것은 성숙한 어른들에게도 힘든 일이다. 오죽하면 성경이 화를 다스릴수 있는 사람이 장군보다 낫다고 할까. 더군다나 늘 조용해라 소리지르지 마라 울지마라 떠들지마라.. 라는 말들을 하루종일 들어야 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에너지를 발산할수있을까.. 엄마엄마 소피가 소리를 질러요! 어어? 화가났어요! 책을 보며 재밌어하던 건강이가 잠깐 조용해졌다. 소피를 따라 밖에 다녀왔나보다. 바람과 나무가 있는 뜰로.

울고싶을땐 울게 기다려주자. 뚝! 하는 말 반으로 줄여야겠다. 그리고 건강이를 데리고 숲으로 가야겠다. 소리지르고 달리면서 자연이 아이를 달래주길 소망해야겠다. 건강이를 다듬으려는 가위를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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