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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 전쟁
데이비드 클락 지음, 이성옥 외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자녀교육이란 신성?하고 근엄?한 영역에서 이런책이 나왔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책의 제목은 너무나 엄숙하다 . 자녀양육전쟁. 누가 감히 '자녀'를 말함에 있어서 실언을 할수있겠는가? 누가 감히 '양육'을 논함에 있어서 경거망동 할수있겠는가? 누가 감히 '전쟁'을 언급하면서 경솔할수 있겠는가? 그렇게 진지하고 엄숙한 주제의 책을 펼쳐들고.. 그러나 읽는내내 배를 잡고 말았다.
자녀양육에 관한 저서들을 읽으면 대략 두가지정도로 나눌수있게 된다. 하나는 '이책은 애를 한명도 안키워본 사람이 쓴 책이로군' 하는 느낌이고 또하나는 ' 자기 애만 그렇겠지 ' 하는 것이다.
전자는, 너무 열심히 아동교육분야의 공부를 하시다보니 애를 키워보실 시간이 없으셨던 박사님들의 책 - 아이들의 관찰자요 연구자일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아이에 대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장에 대해서는 감각이 무디신 고고한 분들의 고상한 책이다. 그러나 양육에 대한 책에서는 잉크냄새가 아니라 젖내가 나야한다.
후자의 책은, 이른바 성공한 자녀양육케이스를 저술한것인데, 농사잘 지은 사람이 한말있는것처럼 자녀양육역시 자기경험에 충실해 주관적으로 짜여진 책이다. 물론 읽은 후에 득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득보다는 좌절감이 더 심하다. 기본적인 여건이 다르고 집안의 철학이 다른 사람들이 자녀에게 쏟아부은 풍부한 그것에 내 노력이나 환경이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자기주장 자세의 책을 보면 한두장 읽다가 접게 된다. 이질감때문이다.
그러나 <자녀양육전쟁>은 이 두가지를 전혀 느낄수없는 책이다. 아이를 그것도 셋씩이나 직접 손으로 기른 젖내나는 책이다. 한밤중에 우는 아이를 달래기위해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으려면 절대로 옆에서 자는 배우자보다 먼저 꼼지락거려서는 안된다는 심리전에도 능숙한분이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비행기여행이 어떤 것인지도 아는 분이다. 분명한 방침을 제시하면서도 '아이의 독특함'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적용할수있는 동기를 또한 제공하는 책이기도하다.
무엇보다도 읽는 내내 부모된 이의 가슴을 시원케하는 글쓴이와 아이들과의 전쟁?모습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고있다.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의 단문형글이기때문에 꽤 두꺼운 책이지만 쉽고 빨리 읽을수 있다. (컬러풀?하기까지하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저자를 속여서 집을 판) 부동산 업자를 만나면 총으로 한방 쏴줄거다!' 라는 식의 거침없이 쏟아붓는 감정표현뿐 아니라 '이제 네 엉덩이에 잠언 22장 15절을 적용할때가 된것 같구나' (궁금하면 직접 찾아보세요^^)라는 풍부한 유머들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물론 내가 데굴데굴 침대에서 구르는바람에 우리 아들은 몇번이나 잠에서 깨어야했지만 --;;
가장 좋았던 점은 저자의 의도가 한결같고 분명하다는 것이다. 크리스챤 부모이든 아니든 간에 적어도 이책에서만큼은 부모이기때문에 인내하고 지도하고 도인이 되어야할필요가 없다. 그래서 마치 아이를 양육하는 책이 아니라 아이와 '공동체를 이루는'방법을 알려주는 책 같기도하다. 아이에게서 주도권을 잃지 않는 법에대해 이야기하는것 같지만 실상은,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세상의 문화와 싸워 이기자는 귀한 주제로 마무리된다.
특별한 이론서도 아니고 성공담도 아니지만 현재의 양육상태와 양육자 자신을 돌아보게하는것에서 출발하여 청소년이된 자녀와 관계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자녀양육의 패턴을 한눈에 볼수있는 유쾌한 책과의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