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폐인 등청하오~

지선아 사랑해
이지선 지음 / 이레 / 2003년 5월

도저히 한마디 하지않고는 지나칠수가 없구료. 동네 부녀들이 떠들썩하기에 무엇인가 보았쏘. 언젠가 넷바다에서 우연히 들러본 그 홈 주인이야기 아닌가! 이런것이 서책으로 묶어져 부녀들의 입담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내 어찌 구해 읽지 않을수 있었겠쏘.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지선님의 담담한 필체였소이다. 허투른일 하나에도 쓴소리를 뱉고싶은것이 인지상정일터, 그 험한 사고의 현장이나 고통스런 치료의 과정을 오히려 담담하게 써내려가고 있었쏘. 읽는 이의 가슴에 감동을 주고자 부풀리지도 않았고 자극적인 어휘들도 삼가시었쏘. 그 담백함이 오히려 깊은 인상으로 남아 감동의 삼천배를 올리오.

책이 마무리에 달할수록 지선님의 솔직함에 또한번 놀랐쏘. 만취상태의 음주운전은 예고된 '사건'이라고 주장해왔던 나요.자기뿐 아니라 남의 생명도 담보하고 내지르는 '계획된' 음모라고 부르짖어왔쏘. 지선님은 아니었쏘. '사고'란 계획되지 않았기에 그저 '사고'일뿐이라고 조용히 말씀하고 계시오. 아무런 원망도 분노도 없이 더군다나 가해자가 '감사하게도' 자동차 보험을 미리 들어놓으셔서 치료비에대한 부담없이 이렇게 치료받을수 있게되어 오히려 감사하다고까지 하셨쏘. 음주운전의 난을 일으킨 자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도 싶고 당신도 한번 당해보라고 저주라도 할만 하련만.. 지선님은 아무에게도 어떤 복수의 칼도 부여잡지 않으셨쏘. 내 커진 목소리가 민망스럽기 까지 하더이다..

책을 두번 세번 읽을수록 지선님뿐 아니라 지선님 주변의 모든분들을 은애하게 되었쏘. 사랑이 어찌 한방향으로만 흐를수 있겠쏘? 마주대할수록, 주고받을수록 사랑은 묘한 상승효과를 내며 타오르는 것을... 그래서 본인 스스로 '홀라당 탄 여자'라 하지 않쏘. 비록 그것은 화마로 인해생긴 스스로붙인 애칭이나 내 이제보니 '사랑으로 홀라당' 탄 여자라 불러도 전혀 어색지 않다하겠쏘. 어떤 모습으로든 어떤 형편으로든 '이리 마주보니 얼마나 조으냐'하며 인생을 함께 수놓아가는 수많은 지선 패밀리를 바라보며 내심 부럽기까지 하더이다. 그분들이 보여준 사랑에 다시 감동의 삼천배 들어가오.

내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지선님 자신의 '지선 사랑' 이었쏘. 멀쩡한 육신을 가지고도 고마운 가족과 벗들을 가지고도 인생의 폐인처럼 하루하루를 투덜거리며 살았던 내 삶이 심히 부끄러웠쏘. 아니, 지선님이 가지는 든든한 '자존감'은 무언가를 가졌기때문이라기보다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행복'이었쏘. 거울속의 내 모습이 아니라 내 손의 열매에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에게 키스할수 있다는것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행복할수 있다는것 심심해서 죽을것^^같다는것.. 그 모든 '살아있음'에 대한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오.

누군가가 인생은 하얀 베위에 수를 놓는 것이라 하였쏘. 지선님의 짧은 손에서 나오는 색색깔의 행복의 자수를 내 감히 연모하오. 이 아리따운 글을 보고자 동네부녀들이 자주 우리집 문턱을 넘는다오. 날이 갈수록 초췌해지는 책을 보니 심히 마음쓰이오. 내 손을 떠나 부녀들에게 안기워가는 책에게 내심 조용히 빌어보오 '가거라.. 부디.. 살아돌아오너라--;;'

지선님이 뿌린 담백한 글들이 오늘도 나와 내 이웃에 큰 감동의 열매를 맺고있다오. 부디 지선님이 가고 또 다른이가 따르고.. 살 희망과 사랑을 잃은 이들에게 길이 되어주시오. 감동은 계속 되어야 할것이오...쭈욱..'봤냐?? 나도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