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적으로나 종교적으로도 구제받지 못할 두사람의 사랑? 이야기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자는 왜 그 두사람이 사랑하게 되었는지 어떤 시간들을 보내었는지 자세히 그리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갓난 아이를 않고 수치의 형틀에서 하루종일 뙈약볕속에 서 있어야 했다는 당시의 형벌이 좀 가혹하지않나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글은 결국 해피엔딩에서 어긋나게 마무리가 되었다. 주홍글씨를 가슴에 붙이고 외따로 사는 것 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법적인? 남편에게서 옥죄어 오는 심리적 압박으로 보였다. 마치 영화 <적과의 동침>을 보는 것 같았다. 특별히 한 장면이 떠오른다. 가슴에 붙은 주홍글씨를 떼자, 아이가 이상한 듯 신경질 적으로 엄마를 쳐다보다가 다시 글씨를 찾는 장면 말이다. 면죄부 없는 사랑의 댓가치곤 참 가혹하다. 그러나 여주인공이 묵묵히 글씨를 가슴에 다시 붙이면서 자신의 삶을 끌어안는 것이 징하게 남는다. 물론 형벌보다 더한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탈출의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 전개 내내 묵묵히 자신의 선택과 결과를 내려하는 - 애써 변명하거나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 모습이 오래도록 남았다. 불륜이 판치는 세상. 이혼도 판치는 세상. 그럼에도 상대에게 모든 탓을 돌리는 세태에 반해 자신의 선택을 자신이 감내하려는 자세가 무척 신실하게 다가왔다. 죄와 벌을 떠나서. 난 헐리우드가 싫다. 그쪽으로 원작만 넘어가면 작품의 깊이나 객관성이 모조리 상실되고 만다. 그래서 관객은, 책을 읽는 독자가 가지는 자신만의 감동을 가질 수 없다. 헐리우드가 제시하는 섹스와 비틀어진 인간상에서 자극만 받을 뿐이다. 그래서 영화로 나온 주홍 글씨를 보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책이 말해줄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을 놓치지 않는 독자로 계속 남아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