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 컬러판
생떽쥐베리 / 문예출판사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드라마,연극,시,편지지,일기장,엽서..어디에서든 이 책이 인용되지 않은 문화계가 있을까! 인생을 <실종>으로 마감함으로 어린 왕자의 별로 떠나버린 쎙떽주베리. 그분의 짧은 그림책만큼 인류의 감성을 자극시킨 책이 또 있을까..

나는 어린 왕자가 만나게 된 대상들에 대한 그 어떤 이야기보다 책의 서두를 좋아한다. 모두들, 여우나 사막이야기에 감성지수가 올라갈때도 나는 항상 보아뱀 속에 들어간 코끼리 그림을 생각한다. 내 유년 시절이 그랬기 때문이겠지. 열씸히 나를 표현하고 표현했건만 도대체 제대로 나를 이해해 주는 이가 없었던 것 같다. 결국 <사랑받기 위해서> 선택한 길은, 미술대회에서 상 많이 타고, 학교 전시실에 늘 내 작품이 걸려있게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공식화된 그림. 공식화된 판화를 손에서 만들어내면서 가슴에서 그린 그림들은 결국 스캐치북에서 한번도 벗어나질 못했었다. 저자가 같은 이유로 그림 그리기를 포기했듯이..

보아뱀 속에서 만난 코끼리의 둥그런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느끼게된 상쾌함이란! 그래서 아직까지 나는 어린 왕자가 술주정뱅이나 임금님이나 심지어 여우를 만나서 구체적으로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하기가 어렵다. 사랑에 빠지면서야 남편이 퇴근해 오는 6시 한시간 전인 5시가 행복이 시작되는 시간이라는 걸 겨우 알게되었으니까.

나와 인생관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깊은 회의를 느낄때마다 어렴풋이 어린왕자의 그림들이 떠오른다. 내게도 이 현실에서 나를 옮겨줄 철새나 별똥별이 있다면. 그러나 육체가 이상의 세계로 옮겨지는 것을 기대하기보다 내 마음이 어지럽고 부도덕적인 삶의 가치에서 떠나지길 오늘도 노력해본다. 엉켜사는것이 비교적 쉬운 길이라 할지라도.. 나로 인해서 행복해질 사람과 그로 인해서 행복해질 나를 꿈꾸며.

중학교때 영화로 <어린 왕자>를 본적이 있었다. 영화는 항상 작품의 감동을 반감시킨다. 아직 한번도 책 이상의 영화를 본적이 없다. 그래서 실망하기전에 채널을 돌려야지하고 조심스럽게 텔레비젼을 켰었다. 다행히 헐리우드에서 만든 영화가 아니었고, <어린 왕자>를 연기했던 소년의 하얀 동안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된다. 그래서일까. 물빛 기다란 소년의 코트만 보면 세살이 되어가는 아들냄이에게 꼭꼭 입히고 싶은 이유가..

어느새 아들의 그림을 <정형화> 시키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내 모습에 화들짝 놀라게 된다. 아니야, 나무는 초록색 뭉글뭉글 잎사귀들을 붙여줘야지.. 아니야, 손이 너무 길어.. 아니야, 별은 이렇게 떨어지지..맙소사, 아차 하는 사이에 그만 내 삶에 엄청난 바오밥 나무가 자라버리도록 방관하고 있었구나! 아들아, 너는 마음껏 보아뱀 속의 코끼리.. 아니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리렴. 엄마는 그동안 바오밥 나무가 엄마 삶을 망치지 않도록 뿌리째 뽑고 있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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