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한번쯤 읽어주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지음, 김경숙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2년 12월

요즘 한창 뜨고있는 드라마중에 부부클리닉란 프로그램이 있다. 단지 토닥거리는 부부 상호간의 문제를 넘어서 각기 살아왔던 가족배경이나 사회적 인식들도 함께 다루어서 그런지 진중하면서도 재미가 있다. 다른이의 삶을 훔쳐보는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가족에게, 내남편과 나에게도 적용할만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화성..남자, 금성..여자>도 남녀문제를 다룬 책 가운데서는 꽤 장수하는? 스테디 셀러이다. 책 두께가 만만치않음에도 다양한 읽을거리와 소소한 갈등 해결을 저자의 실제상담이야기와 더불어 읽을수 있어서 쉽게 책장을 넘길수 있다.

남자 여자라는 성별의 차이외에도 한 개인안에는 그가 걸어온 자질구레한 삶의 목록들이 꽉 차 있다. 마치 굉장한 자료가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는 CD화일처럼. 그런데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자료를 채 다 보기도 전에 목록만 보고서는 내게 맞다 안맞다 매력있다 아니다 같이 살자 말자를 결정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동거라도 해보고 그 속내를 다 알고난 다음 결혼하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저 인생을 함께 하기로 <언약>을 맺었다면 그 사람을 형성해주는 모든 것들과 동거동락하며 인생의 파도타기를 함께 즐겨보자는 얘기다.

<화성..남자, 금성..여자>는 그 파도타기의 묘미와 HOW TO를 <나름대로>담고있다. 차이를 먼저 인지하고 그것을 두드려 고치려고 망치를 들기전에 수용하는 태도를 먼저 가지게 해준다. 나는 여자이니까 당연히 남자의 특성 - 동굴속에 들어가는 남자?!와 같은 -을 알 필요가 있었고 집에 돌아와 쇼파밑에 하루종일 신었던 양말 구겨넣고 배내밀고 야구중계보는 신랑을 측은지심 이해하게 되었다 --;; 책을 읽으면서 슬쩍 슬쩍 남편 들으랍시고 (남편이 읽는 일은 없을테니까 --;;) 깔깔거리며 내용을 읽어주기도 하였다. 얼마나 변화가 있을까만은 적어도 여자가 원하는 것이 <장단맞춰주기>(객관적인 판단력이 아니라^^)라는 사실 하나쯤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나같이 성질급하고 핵심요약을 즐겨하는 분들이라면 한 주제를 너무 길게(상세하게?) 나열하고 있는 저술방식이 좀 답답할수도 있겠다. 친절하게도 소 주제에까지 상담 예화를 실어주고 있으니까. 그래도 한번쯤 읽어두면 부부안에서뿐 아니라 다른 성별의 동료에게도 적용할만한 부분이 있다.

소설이 아닌 다음에야, 요샛말로 <건더기 있는><영양가 넘치는>내용과 답을 얻고싶은 것이 보편적인 기대일 것이다. <화성..남자 금성..여자>는 크게 이 기대에 부응하는 서적은 아니다. 갓 결혼하고 새댁이었을때 형님으로부터 추천받은 책이었다. 글쎄, 모호한 답과 그리 뚜렷하지 않은 how to는 해결책이라기 보다 심리적인 안정?을 더 기한것 같기도하다. 강추하기보다는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내용한번 들어보세요~ 나, 책방에서 목록한번 훑어보세요~ 하고싶은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