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 선 역사

거꾸로 읽는 세계사 - 거꾸로읽는책 3 ㅣ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4년 1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역사와는 땡! 하게된다. 하기야, 역사를 공부하면서 줄창 외게되는 연대도표가 지겨워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졸업후에 읽게되는 책들은 연도별 도감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같은 <삶의 모습>을 훔쳐볼수 있는 인문도서이다.

그에 반해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다시 연대별로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훑어보는 책일것이다. 거꾸로 조명된 시각속에서 말이다. 정부 그리고 권력에 의해 연도옆에 기록된 사건들. 그 문자를 삭제할 수는 없겠지만 한줄 사건이 기록되기위해 흘렸던 땀과 핏방울들을 책을 통해 생생히 만날 수 있다. 어떤 정략이나 정책, 나라의 수장들이 함께 서명한 수많은 조약들속에서 숨겨져있던 배경들이 드러나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게는 그리 딱 맞는 취향의 책은 아니다. 역사교과서와 이 책을 균형있게 반영한 <역사>책은 없을까 하고 한탄하면서 책을 덮었으니까. 그렇지만 늘 화장한 얼굴만 바라보는 것 같았던 역사이야기를, 흩어진 점과 주근깨, 주름살 하나하나 드러나는 맨얼굴 보듯 읽을 수 있는 책 한권쯤 읽어두는 편이 내 균형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리라. 철봉에 매달려 거꾸로 보는 세상이 언제나 보아오던 땅이 아니었던 것처럼, 커튼뒤에 숨겨진 사람들의 발빠른 움직임도 관찰하고 물구나무서서 훝어보는 색다른 맛도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