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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가 뜬다 - 제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권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주문한 책 중 일부가 입수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탓에 1주일 여 아무 것도 읽지 않고 보냈다. 몸이 근질근질했다. 시간이 남아돈 머리는 제 혼자 또 온갖 망상을 해대려했다. 무어라도 읽어야겠구나 책장을 쭉 훓어보다 2년만에 다시 집어들었다. 오랜만에 읽는다는 건 내용은 기억나나 문장은 새로워 빨리 읽히면서도 느낌은 새롭다는 게 이점이다.
'바빌론특급우편'과 '싸이코가 뜬다'를 읽은 주기가 촘밀해서인가 문득 '아! 내 성향이 이렇구나' 새로웠다. '정상', '상식', '일반'이 아닌 것들에 대한 관심.-어디선가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이 읽는 책을 보라'했던 게 생각난다. 가만 보면 나도 좀 편식(? 목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
어쩌면 모두가 '정상/혹은 비정상'인지 모른다. '정상'의 기준이 다수가 행하는 것이라면 실은 다수가 관심있고 행하면서도 겉으로는, 타인에게는 아닌 척 하고 있을 뿐일지 누가 아는가말이다.
고등학교 때 사촌오빠로 부터 '사이코'라는 말을 들었다. 썩 유쾌한 단어가 아님에도 나는 왠지 그 단어가 기분 좋았다. ㅎㅎ 이미 그때부터 나는 사이코였나보다. 아니, 세상에 사이코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다 미쳤고 모두가 다 이상하다. 이상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종종 나의 이런 글들에 행동은 없고 머리만 있다는 친구들이 있다. 그래, 나는 어쩌면 갖은 게 많은 지도 모른다. 주류일 것이다. 나의 표면만 보는 이들에게 내가 비주류임을 눈치채게 할 만한 무엇도 나는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한동안은 미안했다. 그리고 불안했다. 그러나 그렇게는 살 수가 없었다. 그냥 생겨먹은대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나마 편하다. 그거면 됐다.
그럼에도 종종 이런 회의가 들기는 한다.
'난 어디서 왔고, 내가 있는 곳은 어디며,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
그것은 인류의 학문 발전 방향과 흡사했다. 난 어려운 철학 책을 꽤나 읽은 사람처럼 그런 존재론적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개폼이 아닐 수 없다. 2차 대전 이후 시를 쓰는 건 사치라고 했던 한 사상가의 말이 생각났다. 이 모든 게 사치는 아닐까? 책은 딱딱한 껍질에 갇혀 민생을 보지 못하기 일쑨데, 혹은 뒷북만 치면서 마치 모든 것을 아는 양 으스대곤 하는데, 책이란 너무 오만한 사물 아냐? 나는 책의 오만함에 짜증을 내는 방식으로 자신의 오만을 희석시키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어차피 난 벼락치기 인생, 불멸의 벼락치기로 아직도 남아 있을 욕망을 소멸시킬 방법은 뭘까?
이제부터 할 일은 단 하나, 울트라 니폰 행성을 염탐하는 고독한 외계인으로 위장하는 것이다. 화끈하게 커밍아웃 해보자. 나는 대한민국의 변태*다!
*변:태(變態)[명사]
1. 모습이 변하는 일. 또는 그 변한 모습
2. 식물의 줄기·잎·뿌리 등이 보통과는 아주 다른 형태로 변하는 일.
3. [하다형 자동사] 동물이 알에서 부화하여 성체(成體)가 되기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하는 일, 탈바꿈.
4. '변태 성욕'의 준말.
5. 이상한 사람.
......
(내가 몇 번에 해당하는지는 가르쳐 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