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 특급우편
방현희 지음 / 열림원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뜨거운 감자

'아무리 엽기가 판을 치는 세상이고 아무리 튀고 자극적인 것이어야만 주목을 받는 세상이라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하지 않냐'고 말할 자가 있겠다.

 열기를 가누지 못하고 내달리던 수소인 그는 필연적으로 맨 처음 맞닥뜨린 암소를 덮쳤을 뿐이었다.(바빌론 특급우편 中)

 너는 여자? 아니, 남자? 아, 너는 사람. 여자이고 남자이며 할아버지이기도 한 너는 사람. (붉은 이마 여자 中)

 -이외에도 놀라게 할 내용들이지만 혹여 19금을 위해 공개된 문구들만 적는다.-

 아무리 작가 방현희님이 본인의 말 중에

 내게 비정상인은 정상인이 되고 정상인은 비정상인이 된다. 그러므로 내게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아무 소용이 없다. 비정상인인 주제에 허술하기까지 하면 내겐 금상첨화가 된다. 그들과 나는 아주 잘 교류할 수 있다.

 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것은 일반에서 벗어나도 한참은 벗어난 이야기들인 듯 하다.

본인은 지극히 정상(?)이며 일반인이라고 확고하게(?) 세뇌된 사람은 읽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그러나 사랑에 한번쯤 아파해 본 사람이라면, 세상에 내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며 몇 날 며칠을 술과 불면증으로 지새워본 사람이라면, 술인지 눈물인지 콧물인지 알 수 없는 진물에 절어본 사람이라면, 아니라고 안된다고 주문을 걸면서도 제멋대로 내달리는 마음을 아프게 직시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긋히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다.

후회하지 않으세요?

그가 마지막으로 대답했다.

사랑한 걸 설마 후회하겠어요?

(말해줘, 미란 中)


 

몇몇 작품의 문장들이 흡사 꿈처럼 느껴졌다.

도대체가 인과관계도 맞지 않고 말도 되지 않는 듯한 상황들이 꿈에서는 그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예를 들어 무협영화에서처럼 내가 하늘을 날듯 뛰어다닌다거나, 비행기를 탔는가했더니 화장실에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거나 해도 꿈에서는 그것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듯이-  문장들 하나하나는 앞뒤 상호관계가 없어보이고 생뚱맞게 느껴지면서도 전반적인 상황들은 이해하며 읽어내려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으니까..(물론, 내 지적능력의 한계일수도 있다. ^^;;)

도덕과 윤리로 치장되어 있는 이 세상에서 벗어난 사랑, 그 사랑들이 상식적(?)-도대체 누구의 상식? 다수의 상식? 다수의 권력!-으로는 말도 되지 않는 일일지 모르나 누군가는 하고 있는 일이며 또 누군가는 이해하고 있는 일임을 작품은 온몸던져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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