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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을 불러 주고 눈을 맞추는 책, 사계절 <일과 사람> 시리즈 

일과 사람 1. 중국집 요리사 편 <짜장면 더 주세요!> 자세히 보기

서울에서, 그것도 학원 가방을 세 개씩 겹쳐 들고 다니며 자란 저에게, 풀이란 그저 초록색 하늘하늘한 식물이었습니다. 먹을 수 있는 것은 나물이요, 먹을 수 없는 것은 잡초라고 분류하는 수준이었지요. 다 자라서 풀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하나씩 풀이름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제가 풀이름을 알게 되면서 겪은 가장 놀라운 깨달음은, 이름을 알면 그 풀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전에는 풀이라면 그저, 식물, 잡초, 푸성귀라 부르는 초록색 엽록소와 질긴 섬유질을 지닌 물질이었는데, 이름을 알게 되면, 찾아낼 수 있고, 혹시 여기에도 있는지 둘러보게도 되는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파주 출판단지를 산책하다가 만나는 풀밭에서도 이름을 아는 풀들은 눈에 쏙쏙 잘도 들어옵니다. 아, 저건 강아지풀이다. 쑥, 민들레, 꽃다지, 쇠비름, 명아주 개망초도 있구나!



국민, 민중, 인민, 대중, 군중. 무어라 부르건, 사람들 무리도 그런 것 같아요. 선전의 대상, 돈 꺼내는 소비자, 돈을 벌게 해 주는 노동력, 믿을 수 없는 유권자라는 어떤 막연한 것으로 분류될 때가 많아요. 무턱대고 못 미더워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불쌍히 여기기도 하지요. 무리의 속성에 따라 내가 속해 있으면 우리 편, 아니면 나쁜 편으로 가르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는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사연을 듣고, 눈빛을 알고, 손 생김새를 보아야 합니다. 무리를 가리키는 개념어에 홀리지 말고, 그 속에 있는 구체적인 삶들을 똑바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찾아낼 수 있고, 혹시 있는지 둘러보게 되도록 더 잘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래야만 내 삶과 연결 지을 수 있고, 공동의 희망을 가꿀 수 있으니까요. 

일과 사람 2. 우편집배원 편 <딩동딩동 편지 왔어요> 자세히 보기

일과 사람 시리즈가 바로 그런 책입니다. 이름을 불러 주고 눈을 맞추는 책입니다. 동네에서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을 이웃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가족들과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일을 하면서 어떤 보람을 느끼고, 무엇 때문에 힘들고 속상한지, 내일에 대한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책입니다. 이렇게 이웃을 관심 있게 바라보고 애정을 가지게 되면, 이웃이 내 삶과 연결되는 부분, 도움과 돌봄을 나누는 지점을 찾을 수 있고, 이웃과 세상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정성껏 만든 책입니다. 이 점을 살리기 위해서 작가들이 무척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작가들을 고생시키느라 편집부도 고생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자랐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책 속에서 이웃과 세상을 만났거든요. 무거운 팬을 들고 일하느라 오른팔 보다 더 굵은 왼팔을 보았고, 불 앞에서 일하느라 늘 벌겋게 익은 얼굴도 보았어요. 집배 정밀도를 익히며 골목골목 소식을 전하는 믿음직한 두 다리를 만났고, 고향에서 올 편지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새색시에게 필리핀 친정에서 온 편지와 사진을 전하는 기쁜 얼굴도 만났고요. 

작가들과 편집자들이 책을 만들면서 만난 이웃과 세상을 어린이들에게 내놓게 되어 뿌듯합니다.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고 동네에서 만나는 이웃에게 더 반갑게 인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일하며 사는 부모들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랑스럽고 뿌듯한 모습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책을 만들려고요. 작가들을 더 고생시키면서요. - 사계절출판사 '일과사람'팀 심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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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과 기록으로 탄생한 누에 이야기

함께 읽어요
<누에가 자라고 자라서>
정미라 글, 박지훈 그림 / 한울림어린이

아들이 초등학생 때 선운사로 여름휴가를 떠난 적이 있다. 선운사 입구 참나무 숲 나무줄기에 사슴벌레가 나무진을 빨아먹으며 우글거리는 걸 발견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두 마리만 길러볼까 싶어 미안하지만 집으로 모셔왔다. 사육상자를 만들고, 수박을 썰어주었더니 붓처럼 생긴 혀로 잘도 빨아먹는다. 아들은 사슴벌레 오줌에서도 수박 냄새가 난다며 배를 잡고 웃어댔다. 

사슴벌레나 개미 혹은 금붕어를 기르면서 관찰해본 경험이 있다면 관찰이란 게 얼마나 놀랍고도 탐구적인 활동인가를 알 수 있다. 짧은 시간이라도 대상물을 바라보면서 나의 오감과 정신을 온전히 끌어낼 수 있으니까! 더 살펴보고, 더 듣고, 더 냄새 맡고, 더 느끼면서 더 많이 이해하게 된다. 여기에 서너 줄 관찰 일기를 쓴다면 금상첨화다.

<누에가 자라고 자라서>는 누에나방의 애벌레인 누에를 직접 기르면서 관찰하고 그려낸 관찰 그림책이다. 주인공인 초등학생 재진이가 40일 동안 누에를 관찰하면서 알에서 애벌레로,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번데기에서 누에나방이 되는 극적인 성장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재진이는 누에를 가족처럼 여기며 틈날 때마다 상자 안을 들여다본다. 누에들이 쉬지 않고 뽕잎을 먹어치워 먹이가 다 떨어지자 재진이네 가족은 뽕잎을 찾으러 가까운 산으로 총출동한다. 드디어 뽕나무를 찾아내고, 열매인 오디를 따서 맛보게 된다. 까맣게 익은 오디를 맛보고 입 주위가 시꺼메진 아이들 모습이 정겹다.
먹고 한숨 자고, 먹고 한숨 자는 사이에 누에는 쑥쑥 자라 네 번이나 허물을 벗고 5령 애벌레가 된다. 책장을 넘기면 하얀 바탕의 화면이 검게 바뀌며 두 마리의 누에가 클로즈업된다. 이 대목에선 아이들과 함께 달뜬 목소리로 책 속 문장을 읽고 싶어진다.

얼마 후, 누에가 집 한쪽 구석으로 가더니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입에서 뭔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형, 이것 봐! 실이야. 누에 몸 속에 실이 있나 봐.” 구불구불 8자 모양에 반짝반짝 빛이 나는 하얀 실입니다.

몸에서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드는 누에의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바로 이 실이 비단을 짜는 명주실이다. 고치를 뚫고 나온 누에나방이 짝짓기를 하고 나서 알을 낳은 다음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죽은 것이다. 
 
이를 알아차린 재진이는 “누에나방아! 남은 알들은 내가 잘 돌볼게” 속삭인다. 한 달 넘게 함께 지낸 나방의 죽음 앞에 재진이의 서운한 마음이 전해져 금세 책장을 덮을 수가 없다. 

따스하고 세밀한 그림과 함께 펼쳐지는 이 책은 누에의 한살이 지식을 알려줄 뿐 아니라 자연 관찰의 기쁨과 생명의 경이로움을 깨닫게 해준다. 책의 부록에는 누에박물관과 체험관에 관한 정보가 실려 있어 체험 활동을 해본다면 더 좋을 듯싶다.

나무에서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는 이 좋은 봄날, 아이들과 함께 자연 관찰을 하며 봄나들이 가보자. 관찰을 위해 특별한 도구나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공책과 연필, 밝은 눈과 귀, 신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날마다 지나치면서도 잠시 멈추고 바라보기 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멋진 일들이 눈앞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김순한(어린이책 작가, <이렇게나 똑똑한 식물이라니!> 저자)  

* 본 글은 아침독서신문 초등48호 4월1일자 10면에 게재된 서평을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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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가 주는 아련한 느낌을 그대로 지닌 동시집입니다. 제가 아는 시가 제법 되어 반갑더라구요. '안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울만큼 유명한 작품들이긴 하지만요.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 냇가의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 그 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 이원수 「고향의 봄」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 냇물아 퍼져라, 널리 멀리 퍼져라. /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 주어라 //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 냇물아 퍼져라, 퍼질 대로 퍼저라. / 고운 노래 한마디 들려 달라고 /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 주어라. - 윤석중 「퐁당퐁당」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씻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ㅡ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ㅡ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 윤동주, 「소년」

엄만
내가 왜 좋아?

ㅡ그냥......

넌 왜
엄마가 좋아?

ㅡ그냥...... - 문삼석, 「그냥」 


한 줄 한 줄 눈으로 따라갈 때 자연스럽게 입가를 맴도는 멜로디. 대부분 시로 기억되기 보다는 노래로 더 친숙합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애송 동시 50편을 묶은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에는 이렇게 익숙한 즐거움과 아이처럼 맑은 서정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시인이 생기거나, 뜻밖의 발견을 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기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에 동의하실 수 있나요?^^ 여기 모인 모든 시인들은,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것은 동시라는 신념이라도 가지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예쁜 구슬처럼 한복처럼 곱고 단아한 노래를 합니다. 재기발랄하고, 참신한 언어로 주목을 받으며 한국 동시의 지평을 넓혀가는 시인들의 행보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지만, 오래되었으나 잊혀지지 않은 이 시들의 몫 또한 더욱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문학 작품들이라면 마땅이 그러하듯, 우리가 시 혹은 동시에 기대하는 정서를 충족시켜주니까요. 

동시집의 여백이란 것이 워낙에 무궁무진한 감상의 여지를 주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 속을 배회합니다. 한국인의 애송동시로 선정된 50편의 목록이 어떤 권위를 갖거나, 완성도의 높고 낮음을 가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백석의 시가 실리지 않은 것은 좀 아쉽다는 생각, 책 속에 담긴 알록달록한 삽화는 엽서로 만들면 정말 예쁘겠다는 생각, 또... 매일 보는 식구들의 얼굴이 새삼스럽게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공연히 아버지를 불러보고 싶고. 우리 시골동네 친구들이 생각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네요.

그 정겨웠던 시간들을 돌아볼 여유 없이 바로 오늘, 혹은 내일 코앞에 닥친 일에 전전긍긍하며 아둥바둥 하던 생활에 잠깐 쉼표를 찍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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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사계절 즐거운 책읽기> 2009년 봄호에 실린 글입니다.
  

 시작은 결코 반이 아니다! - <파브르 곤충 이야기> 를 작업하며  : 사계절출판사 아동교양팀 최일주
 

서울은 겨울도 춥지만 여름도 덥다. 2002, 나는 창문을 열면 시원한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상상을 하며 한여름의 폭염을 말없이 견뎌 나갔다. 6평 남짓한 좁은 방에서 한여름을 견디는 건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었다. 여름이면 집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뜨거운 태양이 창문을 정조준하기 전 서둘러 몸을 피해야만 했다. 난 그 때마다 집 근처 경희궁을 찾아갔다. 딱히 갈 곳, 가고 싶은 곳도 없고, 길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저 전철을 자유자재로 갈아 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비록 인공 숲이었지만 경희궁엔 작은 숲이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 멍하니 앉아 해가 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지루한 주말을 보냈다. 신문로 일대를 활약하는 야생 길고양이들의 근거지인 줄로만 알았던 경희궁을 다시 보게 된 것도 그즈음이다. 온갖 꽃과 곤충 그리고 다람쥐들이 도심의 세렝게티를 이루며 살고 있었다. 마침 술과 고기를 멀리하던 차에 경희궁의 세렝게티에서 보내는 주말의 야생 생활은 자연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찬바람이 불자 창밖에 심어져 있던 쥐똥나무의 좁쌀만 한 하얀 꽃이 쥐똥처럼 새까만 열매로 변해 버렸다. 썩 달갑지 않은 가을이 찾아온 것이다. 방이 좁아 계절이 바뀌면 옷을 고향 집에 보내곤 했는데, 무슨 일인지 가을 옷이 올라오지 않아 여름옷으로 혹한의 가을바람을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도록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밤마다 가을 모기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며 자연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때 읽었던 책이 바로 『파브르 곤충기』였다.
  

  

책이 출간 되기 전 여러 가지 표지 시안들
   

최종 표지 (아래)

『파브르 곤충기』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64년쯤이다. 그 동안 난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곤충에 관한 재미난 과학적 사실을 모아놓은 책 정도라고 생각하고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파브르 곤충기』는 곤충의 세계를 인간의 역사와 탐욕에 빗대어 풀어 가는가 하면, 어느새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의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나는 책장을 덮고 "이런 내용이었구나!"라는 감탄을 수없이 되뇌었다.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어린이판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것도 아마 이즈음이다. 그리고 파브르의 또 다른 저작인 『파브르 식물기』를 읽으며 겨울을 났다.

2003년 파브르의 나라 프랑스에서 폭염으로 수천 명의 노인이 목숨을 잃었다는 끔찍한 소식이 들려왔고, 그 해 12월 우리 회사는 파주로 이사를 왔다. 『곤충기』를 기획하기 시작한 건 2004년이다. 우리 팀은 파브르가 쓴 『곤충기』와 『식물기』를 '사계절 아동교양 클래식'이란 시리즈로 출간하기로 했다. 흔히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사실 나는 이 속담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파브르 시리즈의 '시작'은 결코 ''이 되지 않았다.

글을 완성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파브르 곤충기』를 아이들에게 읽히려면 완역만이 능사는 아니다. 초등학생들에게 읽히려면 몇 가지 장치가 필요했다. 먼저 1800년대에 나온 『곤충기』는 현대 곤충학에서 보면 잘못된 부분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이런 오류들을 바로잡는 데만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수없이 등장하는 복잡한 실험과 관찰을 아이들에게 글로 이해시키는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원본에는 표본 그림만 몇 컷 있을 뿐 그림이 거의 들어 있지 않아 실험이나 관찰 상황을 유추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단순한 번역만으로는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문학적이면서도 철학적 사유의 깊이가 느껴지는 파브르의 문체를 온전히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은 무척이나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쉽게 풀어 써야 했다.
 

 

  곤충 스케치 

  

문제는 그림 작업이다. 논픽션 도서의 가장 큰 문제는 늘 그림 작업이다. 『곤충기』에 나오는 대부분의 곤충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프랑스까지 날아가 취재를 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하는 수 없이 많은 도감과 전문서적 그리고 동영상 자료를 찾아가며 마치 퍼즐을 맞추듯 힘들게 그림을 완성했다.

이제 파브르 시리즈 작업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다. 물론 5년 동안 이 책만 만든 것은 아니다. 파브르를 통해 생명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기도 했지만, '시작'이 결코 ''이 아니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그만큼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희곡작가 에드몽 로스탕은 "파브르는 철학자처럼 사색하고 과학자처럼 관찰하며 시인처럼 표현한다."는 말을 남겼다. 사계절출판사 판 『파브르 곤충기 이야기』를 읽고 독자 여러분이 어떤 파브르를 만나게 될지 사뭇 기대가 된다.  

▶ 장 앙리 파브르 지음 / 성기수 풀어씀, 사계절 출판사 <파브르 곤충 이야기> 자세히 보러 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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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모든 엄마들을 위한 그림책
엄마, 언제부터 날 사랑했어?
안니 아고피앙 지음, 클레르 프라네크 그림, 염미희 옮김 / 문학동네어린이


아기가 태어나기까지 엄마의 기다림과 설레임, 사랑의 순간들

"엄마, 언제부터 날 사랑했어?" 라는 질문에,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널 사랑했단다" 말고 다른 대답이 있을 수 있을까요? 세상에 태어나기 전 엄마의 뱃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엄마는 눈에 보이지도 나를 어떻게 사랑했다는 거죠?  

작은 씨앗처럼 생긴 태아가 엄마의 자궁 속에서 자리 잡은 시기부터 이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40주, 280일, 6,720시간, 403,200분간의 경이로운 순간이 한 권의 작은 그림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생명의 탄생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아기가 태어나기까지 엄마의 기다림과 설레임, 사랑의 순간들을 엿 볼 수 있게 하는 책 <엄마, 언제부터 날 사랑했어?> 입니다.

어느 날이었어. 네가 아직 자라기 전에... 걷거나 말하고 웃거나, 수영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읽고 쓸 줄도 모른던 그때, 그러니까 네가 아직, 아이나, 엄마 아빠나, 할아버지 할머니나,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가 되기 훨씬 전에... 너는 작은 씨앗이었단다. 너는 따뜻한 공간 안에서 헤엄을 치지. 너는 아직 아기처럼 생기지는 않았어. 그러나 벌써, 네 심장은 뛰고 있단다. 너는 엄마 아빠의 꿈 사이를 떠다니지. 둥실둥실. 마치 우주인처럼 말이야. - 본문 중에서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예비 엄마들이 뱃속의 아이에게 자상하게 들려주는 정다운 이야기들. 한 마디 한 마디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흐뭇해지고, '어머니'라는 위대한 존재에 대한 경외감에 숙연해집니다. 익살스러운 그림을 보며 미소를 짓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생명의 경이로움과 숭고함, 아름다움을 느끼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처음 읽었던 순간, 다시 손에 들었을 때,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엄마에게 미안한 일만 늘어가는 딸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엄마, 나 어떻게 태어났어?" 제대로 답해주고 싶을 때

 너는 벌써 좋아하는 소리가 생겼어. 물론 싫어하는 소리도. 너는 발길질을 해. 간지럼도 태울 줄 알지.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해. 너는 신나게 놀다가, 웃기도 하고, 찌푸리기도 해. 무서울 게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무섭기도 해. 놀라면 딸꾹질도 하고. ... 너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느껴. 넌 이미 존재하고 있고, 사랑받고 있어. - 본문 중에서


"엄마, 나 어떻게 태어났어?"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던져보았을 법한 질문. 어머니들은 어떻게 답해주고 계세요? 혹시 '다리에서 주워왔다'는 농담을 하는 부모님이 아직도 계실까요?^^ 아니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 지 선뜻 떠오르지 않아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런 고민을 해 보신 적이 있는 어머니라면, 이 책을 읽고 힌트를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어머니들 나름대로 특별한 대답을 준비하고 계시겠지만요. 

알라딘의 한 독자님은 <엄마, 언제부터 날 사랑했어?>를 가리켜 '엄마의 마음을 대변하는 책'이라고 말씀해주셨네요. 누군가는 "엄마 나 어떻게 태어났어?" 라고 묻는 아이에게 제대로 답해주고 싶은 엄마들을 위한 책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무엇보다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예비 엄마들 눈물을 핑 돌게 할 가슴 뭉클하고 어여쁜 그림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제 막 한글을 깨친 아이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태어나기 한참 전에,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엄마의 깊은 사랑을 헤아려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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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사랑 메시지
엄마 가슴 속엔 언제나 네가 있단다
몰리 뱅 글.그림, 최순희 옮김 / 열린어린이
엄마가 엄마가 된 날
나가노 히데코 지음, 한영 옮김 / 책읽는곰
이언 포크너 글 그림, 서애경 옮김 / 중앙출판사
엄마가 되어 줄게
마거릿 와일드 지음, 김현좌 옮김, 테리 덴톤 그림 / 해솔

<엄마, 언제부터 날 사랑했어> 출간 기념 이벤트!
 
<엄마, 언제부터 날 사랑했어?>를 구매하시는 모든 분께 한글 자음모음 스티커를 드립니다!

기간 : 2009년 6월 10일 수요일 ~ 선착순 한정 수량 소진시까지
이벤트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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