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심리학 - 나의 잠재력을 찾는 생각의 비밀코드
김경일 지음 / 진성북스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무엇이 지혜인가.

 

나는 이 물음에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

여러 책을 읽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과 시간을 살아가면서 늘 그렇게 느낀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구나.

나를 배신하는 나의 감정이나 판단들, 내 의지나 검열과 다르게 툭툭 불거져 나오는 말과 제어할 수 없는 생각들.

그 속에서 나는 굉장히 생소하고 낯선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너무 익숙해서 싫기까지 한 자신을 확인하기도 한다.

 

나 스스로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나를 아는 일이 타인을 아는 일의 첫 단계가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자신을 아는 일과 타인을 아는 일은 전혀 별개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아주 밀접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자신과의 관계가 견고하게 서 있거나 정리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곧장 문제가 생기게 되는 걸까.

 

나를 알든 타인을 알든, 어쨌건 지금 고민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부분은 '생각'이다.

나의 생각은 논리적이지도, 냉철하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내가 나 스스로 논리적이고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라도 실제로는 그에 정 반대일지도 모른다.

생각이란 얼마나 많은 함정을 치고 있는지.

 

[지혜의 심리학] 저자는 인지심리학 전문의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이 최종 도착지인 '지혜의 비밀'에 다다르기까지, 가장 먼저는 사람을 무엇을 착각하고 오해하고 있는지, '생각'을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는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 '동기'를 거쳐 창의성과 행복이라는 단계로 진입한다.

 

본문을 차분히 읽어나가다 보면 '인지심리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한 흥미와 더불어 저자가 얼마나 정성들여 원고를 썼는지가 느껴진다.

나의 인식과 지식을 바꿔주는 본문의 내용을 읽을수록 거기서 파생되는 많은 의문과 질문들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찬다.

단번에 이해하고 나에게 적용시켜볼만큼 쉬운 이야기들은 아니라서 읽는 데에 시간은 좀 걸리지만 노력을 들여 읽어볼만한 심리학 서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의 남극 탐험기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래도 취직은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겠지. 굳이 대학 졸업장 같은 거 없어도 들어갈 수 있는 데에. 정규직도 아닌 비정규직으로 그리고 한평생 이렇게 후회하겠지. 내가 왜 학창시절에 공부를 안 했을까, 하고.”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중학교 때는 야구 하느라 공부 못했지만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꽤 열심히 했다고요.”

47쪽

 

저마다의 입장과 사정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현실. 나 자신만 해도 내 안에서 여러 욕망과 생각들이 매 순간 교차하고 엇갈린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애쓴다고 세상은 그렇게 쉽고 만만하게 살아지지 않는다. 나름대로 애를 써도 가끔 현실은 내가 들인 시간과 땀방울을 송두리째 부정하기도 하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상한 일에 휘말려 내가 옴팡 뒤집어 쓰는 일도 적지 않다. 어떤 영혼이 마치 수호신처럼 내 귀에 뭔가를 들려준다면, 그래서 나의 앞길과 방향을 이끌어준다면 그럼 좀 나을까. 적어도 이 현실이 뻔하고 무가치해보이는, 그런 염세주의에서 벗어나서 지금 이 순간을 조금 더 충실하게 살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될까.

 

그래서 [우리의 남극 탐험기]의 두 주인공은 남극으로 떠났는가보다.

사실 나는 저 둘이 남극으로 기어코 떠나서, 그 살벌하고 혹독한 추위 속으로 자신들을 내동댕이친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은 다음인데도. 맨 마지막에 저자의 여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엉터리이고 헛소리’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깨나 아픈 상황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닌 다른 세상과 다른 현실을 열망하던 그들은 결국 ‘남극’이라는 판타지로 떠났다. 그 판타지의 혹한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죽음을 마주한 그들은 그 순간에조차 추위를 이기고 살아내야 하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잠깐만 참으면 영원한 안식이 찾아올 텐데’라는, 또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때 그 순간, 마음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몸은 필사적으로 지금 이 순간을 버티고 살아내려고 움직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만 포기하고 싶었다. 지금 여기도 내가 있을 곳은 아니었다. 내가 찾아야 하는 한마디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다 포기하고 드러눕고 싶었다. 고통은 길지 않을 것 같았다. 눈에 질식하거나 혹은 동사하거나 하여튼 잠깐이면 될 것 같았다. 잠깐만 참으면 영원한 안식이 찾아올 텐데 왜 이렇게 억지를 부려야 하는가.

그렇다. 그것은 억지였다. 살고자 하는 억지였다. 죽을 게 분명한데도 살 수 있다며 부리는 억지였다.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날 게 자명한데도 지금은 살아야 한다며 부리는 억지였다. 나는 움직였다. 아니, 내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내 몸이 억지를 부렸다.

210-211쪽

 

꿈을 가지고 다가올 미래를 그리며 사는 것과 현실을 부정하며 다른 세상을 열망하는 것은 분명 다른 차원의 일이다. 꿈은 현실이 되지만 망상은 폭망을 부를 뿐이다. 꿈의 닻은 항상 현실에 있다. 이 현실이 흘러 미래가 되기에, 오늘 이 순간이 없이는 내가 바라는 세상도 오지 않는다. 주인공은 마침내 남극탐험을 마치고 ‘지금’으로 돌아왔다. 나는 조사관과 나눈 마지막 대화를 읽으며 실패는 얼마나 실질적이고 고결하며 위엄이 있는가를 생각했다. 나의 닻도 현실에 있다. 그러니 나 역시, 나의 실패를 위하여 도전하고 싸워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명견만리 : 새로운 사회 편 - 정치, 생애, 직업, 탐구 편 ㅣ 명견만리 시리즈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kbs 다큐멘터리 명견만리는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다.

순전히 이 책의 제목과 주제가 흥미로워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정치에서 시작해 생애에 대한 관찰 보고서로 그리고 다시 직업과 탐구로 이어지는 주제의 흐름이 탁월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탄핵과 장미선거 등으로 들썩들썩했던 때였다. 그때에 나는 '당신은 과연 합의의 기술을 가졌는가?'라는 책의 질문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합의.... 정의도 알고 공의도 알고 있었던 나는, 그래서 정의와 공의만을 의의 전부로 알고 있었던 나는 합의라는 질문에 냉수로 등목을 한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더욱 세밀하고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는 우리들의 세상에서 이제 정의라는 개념은 어쩌면 불통과 폭력의 다른 얼굴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걱정을 해오던 나에게 '합의'라는 단어는 빛처럼 다가왔다. 복잡하고 골치아픈 '정치'라는 주제를 합의라는 날개로 가볍게 날아오르듯 이야기를 풀기 시작한 책은 이후로도 계속 어렵고 무거운 주제들을 신선하면서도 깊이있고 실용적인 시선에서 풀어간다.

 

그냥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보고자 이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놨다면 흥미를 잃었을텐데, 이 책은 체계적이고 탄탄한 자료들을 재미있게 구성하여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독자의 시간이 결코 낭비가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새롭다.

자고 일어나면 날마다 날마다 정말 빠르게 세상이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강연과 다큐를 결합한 렉처멘터리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명견만리>는 그래서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형식이 새로운데 콘텐츠까지 구멍 없이 탄탄하니 재미도 있다.

 

이 책은 방영된 내용 뿐만 아니라 제작진이 미처 다 풀지 못한 다양한 뒷이야기까지 더해 담았으니 더한 읽은 보람과 재미는 보장한다.

 

최근에는 대통령이 추천하는 책이라고 유명세에 오르기까지 했다는데, 굳이 유명세 때문이 아니라 한번쯤 읽어보면 시야와 생각이 확장되는 좋은 책임은 확실하다.

명견만리라는 책 제목이 아깝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가방 쏙 한국사 - 가까이 두고, 가볍게 읽는
구완회 지음, 조남준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1년 전의 내가 겪은 일도 가물가물하고,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 과거는 전혀 다른 기억으로 얼굴을 바꾸는데, 하물며 백년 전일이라고 팩트 그 자체로 전해질 수 있을까?

 

역사는 참 재미있다. 지나간 시대와 인물들의 궤적을 거슬러 올라가보는 일은 언제나 새롭고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1년 전의 일기를 들춰보면서 나 스스로에게조차 낯선 나의 기억을 발견할 때가 있기에, 언제나 역사책 앞에서도 늘 의문을 품는다. 이 기록의 다른 얼굴은 무엇일까, 다른 관점으로 이 기록을 보았을 때에도 과연 같은 역사로 느껴질까.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송시열’이라는 인물을 지극히 고아하고 존경할만한 학자로 공부했던 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다른 각도에서의 송시열을 만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역사의 두 얼굴을 생생하게 느꼈던 것이다. 무엇보다 크게 체감했던 것은 ‘역사는 팩트가 아니다’라는 점이었다.

 

역사는 천의 얼굴을 가진 미지의 존재다. 지금 우리 시대에 붙인 이름표와 표정은 백년 후쯤에는 전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시대마다 역사는 다른 표정으로 다른 얼굴로 모습을 바꾼다. 하지만 그 다른 표정과 얼굴은 전혀 없다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원래 거기 있었는데 우리 시대에는 알지 못했던 가치, 원래 그것이 사실이었는데도 후대가 왜곡해서 혹은 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서 몰랐던 내용들이 시간에 따라 수면 위로 떠오를 뿐이다. 때문에, 역사 앞에서 우리는 항상, 지금 우리가 보는 얼굴 반대편의 또 다른 얼굴의 역사를 생각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방 쏙 한국사]는 이런 의미에서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작정하고 재밌게 쓴 교양 한국사라고 했는데 정말 한 장, 한 장이 무척 재밌다. 교양 한국사라는 카피에도 크게 공감한다. 이런 역사책은 ‘교양’이라는 단어가 붙어도 어색할 게 전혀 없이 잘 어울린다. 이유인즉, 이 책에서 한국사를 서술하는 자세와 방향 때문이다.

저자는 석기시대부터의 인류사를 시작하여 한국사를 가로지르면서 뻔한 역사 상식을 나열하지 않는다. 소주제마다 사실로서의 역사를 서술하는 데에 매우 충실하지만 거기에 그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더했다. 지금 우리가 위대한 문화유산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어두운 그림자, 우리문화 만이 최고라고 우기는 국수주의의 폐해, 우리가 제대로 챙기지 못하여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역사들과 지금 온라인에서 가장 핫한 주제 중 하나인 ‘남녀평등’ 이슈까지. 한국사의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다양하고 신선한 시각과 관점들이, 따분한 역사를 새롭고 재미있는 역사로 읽히게 돕는다. 생각 키우기, 묻어가는 세계사 등 재치 있는 꼭지들까지 섭렵하다보면 편협하지 않고 구태의연하지 않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양’에 이르게 된다.

저자는 서두에 더 재미있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역사읽기가 필요하다는, 겸손한 입장을 밝혔지만 나는 거기에 좀더 많은 무게를 더하고 싶다. 교양을 갖춘, 무례하지 않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하여 우리는 역사를 읽어야 한다. 무엇보다 균형 있는 시각과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역사를 알아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무기화된 거짓말 - 진실보다 감정에 이끌리는 탈진실의 시대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박유진 옮김 / 레디셋고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가진 정보가 많을수록 더 많은 이득을 보던 시대가 완전히 저물었다고, 오늘 아침 뉴스를 보면서 느꼈다.

 

누군가는 빨강을 파랑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보라라고 하고, 누군가는 적갈색이라고 보도하는 기사들이 모니터를 빼곡히 채우고

블로거들과 SNS 유저들은 자기 취향에 맞는 기사들을 부지런히 자신의 매체로 옮겨 담는다.

파랑이냐 보라냐 적갈색이냐가 뭐 그리 중요한다. 나는 파랑이 취향이니까 파랑을, 쟤는 보라가 취향이니까 보라를 주워 담아갈 뿐.

 

이제는 오히려 정보를 많이 가질수록 화가 되기 쉽다. 내가 수집하는 정보 중에 거짓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누가 그랬더라. 가장 독한 거짓말은 9개의 진실에 1개의 거짓을 섞은 것이라고. 9개의 진실을 너무 믿은 나머지 1개의 거짓을 미처 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라나.

그래서 이런 거짓말일수록 사람들이 더 많이 소유하려 들고 더 많이 관심을 보이고 더 철썩같이 믿는다.

 

세계는 지금 거짓말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매체가 거짓을 가지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완전한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다투는 매체도 물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쉽게 속는다. 자기 취향에 맞는 매체 만큼은 거짓이 없을거라고.

대중은 속기 쉽고, 거짓말에 연약하다. 9명이 맞다고 하는 상황에서 1명이 틀리다고 외치기 어렵다. 그래서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가는 실제 사실에 입각하여 엄격하게 분별되지 못한다. 그때그때의 감정과 분위기에 따라 대중의 판결이 내려진다.

 

그래서 개개인은 어디에서 누가 쓴 무엇을 읽든 항상 검열해야 한다.

다수가 맞다고 하거나 밑도 끝도 없는 전문가의 말이라고 무작정 신뢰하는 습성을 버려야 한다. 그럴듯한 진실을 나열하고 그 중에 한 두개 거짓을 섞어 마치 그 전체가 신뢰할만한 정보인양 꿀 발라 놓은, 인터넷의 온갖 거짓말 - 무기화된 거짓말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무기화된 거짓말이라는 제목이, 처음에는 잘못된 것 아닌가 생각했다. 거짓은 본래 무기인데. 본래 사람을 상하게 하고 다치게 하는 게 거짓인데.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거짓의 성질이나 속성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거짓이 어떻게 진실인 것처럼 소비되는지 그리고 혼재된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올바른 판별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짓말은 이미 무기화되었다. 거짓말은 전략화, 대량화, 간편화되었다. 그래서 더 무섭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말 중에 무엇이 팩트이고 무엇이 필자의 의견일 뿐인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판단할 수 없다면, 이 정보의 깊고 넓은 바다 속에서 언제 익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