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화된 거짓말 - 진실보다 감정에 이끌리는 탈진실의 시대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박유진 옮김 / 레디셋고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가진 정보가 많을수록 더 많은 이득을 보던 시대가 완전히 저물었다고, 오늘 아침 뉴스를 보면서 느꼈다.

 

누군가는 빨강을 파랑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보라라고 하고, 누군가는 적갈색이라고 보도하는 기사들이 모니터를 빼곡히 채우고

블로거들과 SNS 유저들은 자기 취향에 맞는 기사들을 부지런히 자신의 매체로 옮겨 담는다.

파랑이냐 보라냐 적갈색이냐가 뭐 그리 중요한다. 나는 파랑이 취향이니까 파랑을, 쟤는 보라가 취향이니까 보라를 주워 담아갈 뿐.

 

이제는 오히려 정보를 많이 가질수록 화가 되기 쉽다. 내가 수집하는 정보 중에 거짓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누가 그랬더라. 가장 독한 거짓말은 9개의 진실에 1개의 거짓을 섞은 것이라고. 9개의 진실을 너무 믿은 나머지 1개의 거짓을 미처 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라나.

그래서 이런 거짓말일수록 사람들이 더 많이 소유하려 들고 더 많이 관심을 보이고 더 철썩같이 믿는다.

 

세계는 지금 거짓말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매체가 거짓을 가지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완전한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다투는 매체도 물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쉽게 속는다. 자기 취향에 맞는 매체 만큼은 거짓이 없을거라고.

대중은 속기 쉽고, 거짓말에 연약하다. 9명이 맞다고 하는 상황에서 1명이 틀리다고 외치기 어렵다. 그래서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가는 실제 사실에 입각하여 엄격하게 분별되지 못한다. 그때그때의 감정과 분위기에 따라 대중의 판결이 내려진다.

 

그래서 개개인은 어디에서 누가 쓴 무엇을 읽든 항상 검열해야 한다.

다수가 맞다고 하거나 밑도 끝도 없는 전문가의 말이라고 무작정 신뢰하는 습성을 버려야 한다. 그럴듯한 진실을 나열하고 그 중에 한 두개 거짓을 섞어 마치 그 전체가 신뢰할만한 정보인양 꿀 발라 놓은, 인터넷의 온갖 거짓말 - 무기화된 거짓말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무기화된 거짓말이라는 제목이, 처음에는 잘못된 것 아닌가 생각했다. 거짓은 본래 무기인데. 본래 사람을 상하게 하고 다치게 하는 게 거짓인데.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거짓의 성질이나 속성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거짓이 어떻게 진실인 것처럼 소비되는지 그리고 혼재된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올바른 판별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짓말은 이미 무기화되었다. 거짓말은 전략화, 대량화, 간편화되었다. 그래서 더 무섭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말 중에 무엇이 팩트이고 무엇이 필자의 의견일 뿐인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판단할 수 없다면, 이 정보의 깊고 넓은 바다 속에서 언제 익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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