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명연설 - 역사의 순간마다 대중의 마음을 울린 목소리의 향연
에드워드 험프리 지음, 홍선영 옮김 / 베이직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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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등장하는 남녀 연설가 서른네 명은 각기 당대의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들 모두 역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그중 9명은 자신의 신념을 표출한 대가로 유명을 달리하면서 공인으로 사는 삶이 위험천만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이들 연설은 암살, 사형, 전쟁 등과 연계되면서 등장하는 단어와 문구들을 더욱 깊이 우리의 기억 속에 각인시켰다.
책 6쪽 머리말 중에서

 

 윈스턴 처칠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정치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흔히 ‘불독’에 비유되는 저돌적이고 집요한 투쟁력에 대한 존경도 있고 당장의 안정과 인정보다는 모두에게 긍정적인 장래를 내다본 정치인이기에 갖게 되는 선망도 있다. 무엇보다 겁나 부지런한 양반이었다는 사실에 리스펙트.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데, 난세 속에 백성이 도탄에 빠진 우리나라에는 윈스턴 처칠 같은 인물이 절실하다.

 

 [위대한 명연설]을 읽어보자고 마음 먹게 된 건 윈스턴 처칠의 연설문들 때문이었다. 영국의 민심을 하나로 규합하고 혼란의 시대에 가느다란 희망을 바라보게 만든 처칠의 연설문들을 보기 좋은 책으로 가지고만 있어도 넘 뿌듯한 일이다. 그렇게 시작한 [위대한 명연설] 독서는 예상치 못한 명문들을 잔뜩 건지게 해주었다. 월척의 연속. 만선이다.

 

 아주 멀리는 400년 전의 엘리자베스 1세의 연설로부터 가장 최근으로는 2008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연설까지가 이 한 권의 책에 실려 있다. [위대한 명연설]은 고금의 34명을 추려 그들의 명연설을 한 권으로 엮었는데 한국 독자들에게 익숙한 인물도 있지만 유럽과 미국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인물들도 적지 않다.

 

 

 저기 검은 옷을 입은 작은 신사분이 여성은 남성만큼 권리를 누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가 여성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럼 당신의 그리스도는 어디서 왔습니까? 당신의 그리스도는 대체 어디서 온 것입니까? 바로 신과 여성에게서 오지 않았습니까? 그리스도와 아무 관련이 없었던 것은 바로 남성입니다.
 신이 창조한 최초의 여성이 힘이 센 나머지 혼자 힘으로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면, 세상을 원상태로 되돌려 놓아야 하는 것도 바로 그 여성들입니다! 지금 그런 요구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으니 남성들은 받아들이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55쪽 
소저너 트루스의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오하이오주 애크론, 애크론 총회, 1851년 5월 29일 연설

 

 

 굉장히 인상적인 연설들은 미국 내 흑인 인권과 여성 인권에 대한 것들이었다. 소저너 트루스(이사벨라 바움프리)는 흑인 여성으로 노예였다가 탈출한 후 인권운동가로 활약했다고 한다. 그가 1851년에 한 연설인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는 구구절절 팩폭으로 꽉차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이중고를 겪었을 흑인 여성으로서 그녀가 목도하고 체험한 온갖 부조리와 부당함과 불의를 타인인 나는 다 이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녀가 연설에 담은 한 문장, 한 문장에는 그 답답한 현실에 대한 분노와 저항이 잘 드러난다. 마치 뜨거운 물에 티백을 우려내 하 모금, 한 모금 찻잎의 생전의 기억을 오롯하게 느끼게 되는 것처럼.

 

 이 책의 엮은이는 남성 정치가들이나 인권운동가 등의 연설문 뿐 아니라 여성들의 연설문도 균형있게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역사 속에서 가치 있는 궤적을 그린 연설문들을 시간 순으로 차례로 정리하면서 각 연설문의 주제 역시 다채롭게 구성했다.

 

 

 여러분 역시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 채 일시적인 구원만 생각하는 무수한 군중 틈에 서려는 것입니까? 저는 어떠한 정신적 고통이 따르더라도 기꺼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아낼 것입니다. 최악의 사태를 파악하여 이에 대비할 것입니다.
 제 발길을 인도해줄 등불은 단 하나, 바로 경험의 등불입니다. 미래를 판단하는 길은 과거를 비추는 것밖에 없습니다.
37쪽
패트릭 헨리의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 윌리엄스버그, 세인트 존 성당, 1775년 3월 23일 연설

 

 

 미래를 판단하는 길은 과거를 비추는 것, 다른 말로 하면 과거에 현재였을 수많은 시간을 밝혔던 그 언어들을 읽는 것이다. 혼란과 불확실의 현재 속에서 경험의 등불을 굳세게 지피고 길을 찾는 일이다. 오늘 밖에 모르는 우리는 오늘날이 인류 역사 이래 가장 혼란한 시대인 것처럼 느끼지만 실상은 어느 때나 인간들의 삶은 혼란했다. 그 와중에서 이미 길을 찾은 과거이기에 우리에게는 지나간 역사가 명료하게 보일 뿐. [위대한 명연설]을 읽는 건 과거를 비추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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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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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가 사시던 온양의 시골집은 항상 나무먼지 냄새가 났다. 그냥 먼지도 아니고 오래된 나무에서 나는 나무먼지. 여섯 살의 나는 할아버지 댁에 가자고 하면 항상 그 집의 풍경이나 집 앞 벌판의 소리 대신 냄새를 먼저 떠올리곤 했다. 대청마루의 반들반들한 바닥에 볼을 대고 있으면 '50년 전에도 이런 냄새가 났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50년 전에 할아버지는 만주에서 시계 장인이었다고 했다. 만주로 도망치듯 가서 기술을 배웠지만 고향으로 돌아온 다음에는 시계 만지는 일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래서 시골집에는 녹슨 시계 부속들이 마구잡이로 굴러다니곤 했다. 엄마에게 젊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는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고 시골집 구석에서 시계판이나 굵은 바늘이라도 마주치면 엄마가 들려주던 이야기들의 화석을 발굴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궁금함은 다 풀리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만주에서 자기를 뭐라고 소개했을까? 왜 만주에서 하던 시계 일을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그만두셨을까? 할아버지는 아버지(증조 할아버지)를 싫어해서 고향을 떠났다는 사실과 고향 밖에서는 온양 출신이라고 밝히기를 꺼렸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할머니에게 들어서야 알았다.

 

 이승우 소설가는 최근의 에세이집([소설가의 귓속말])에서 '고향이란 사람'이라고 썼다. 할아버지에게 고향은 엄격하고 뜻이 안 맞는 아버지, 답답한 어머니, 온갖 참견을 늘어놓는 동네사람들이었던 걸까. 고향 밖에서는 자기 출신을 일절 밝히지 않았던 건, 자기 입으로 출신을 뱉었을 때 의도치 않게 함께 소환되는 수많은 사람,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 때문이었을까.

 

 

 사샤 스타니시치는 독일에서 소설을 발표하고 독일에서 주는 문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출신지는 독일이 아니다. 그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태어나 14년을 살았다. 보스니아 전쟁이 일어나자 부모님을 따라 고향을 떠나 독일로 이주했다. 고향이 싫어서도 아니고 고향의 사람들이 갑갑해서도 아니었던 그는 그렇게 고향을 떠나 독일에 정착했고 아마 출신에 대한 그의 험난한 여정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을 터였다.

 

 "당신은 어디 출신인가요?" 이 질문을 받는다는 건 내가 나의 태어난 곳, 자란 곳, 내가 속한 곳을 떠나 있다는 증명이다. 떠나지 않으면 이런 질문을 받을수도 없고 출신에 대한 고민도 시작되지 않는다. "저는 서울 사람이에요." 이렇게 쉬운 답은 조금 미안하고 시시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이미 세상에서 지워진 도시라면 얼마나 대답하기가 난감할까. 그 도시의 추억, 풍경, 도시에 도사리고 있던 모든 신화와 전설들, 역사들이 지워졌다면 도시의 이름을 말한들 그걸 출신에 대한 완전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가 뿔뿔이 흩어진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친척들의 이야기를 자청해서 듣고 그걸 쓰기 시작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마치 물이 높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그 물길이 정해져 있듯이 저자의 글의 길도 정해져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일생에 언제든 한번은 꼭 '나는 누구인가'를 뿌리 깊이 고민하게 마련이고, 나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위하여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고조 할아버지를 따라 좇아가기 마련이고, 소중한 걸 잃어버렸다면 반드시 찾아나서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진부하고 고리타분하다고? 너무 당연해서? 그게 인간 아닌가. 그토록 당연한 존재.

 

 하지만 이 작품 [출신]은 당연한 이야기가 당연하게 흘러가는 소설이 아니다.  사샤 스타니코비치의 '출신'에 대한 고찰은 서울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살고 있는 내가 겪은 경험치와는 사뭇 달랐다. 

 

 

 

 어디서 왔냐는 말이 암시하는 바가 뭔지부터 정확히 따져봐야 해요. 분만실이 위치한 언덕의 지리적인 위치를 암시하는지, 마지막 진통이 시작되는 순간에 머물고 있는 나라의 국경을 암시하는지? 부모님 혈통인지? 유전자, 조상, 방언인지?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출신이 창조물이라는 건 변함이 없어요! 한번 입으면 영원히 입고 있어야 하는 옷 같은 거죠. 그건 저주예요! 아니면 약간의 운이 들어 있는 능력이랄 수 있어요. 재능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장점과 특권을 만들어내는 능력말이죠.

 책 44쪽

 

 

 전쟁을 피해 살 곳을 찾아들어온 난민의 문제는 난민의 입장에서도, 난민을 수용하기로 한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서도 양측 모두에게 원만하게 풀기가 만만치 않은 어려운 일이다. [출신]에는 내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출신'의 문제들이 가득하다. 이력서를 쓰는 것처럼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이 나의 정체성 전부를 고찰하게 만드는 어려운 일이 된다. 갈기갈기 찢겨진 가족들, 전설로 남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들. 출신은 사람인데, 한 명의 사람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나의 세계를 하나하나 꿰어맞춘 퍼즐처럼 수많은 사람이라, 그 퍼즐 중에 하나만 없어도 나의 출신은 미완성의 볼품없는 것이 되고야 만다.

 

 

 

 할아버지가 거실로 나왔다. 임무를 수행하는 주인공인 두 요원을 한동안 지켜보더니 질문이 있다면서 방해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방금 그게 뭐냐?" 나는 대답햇다. "외계인요."

 할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나 같구나!" 그러고는 거친 손으로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책  102쪽

 

 

 외국인이 아닌, 외계인일 수 밖에 없는 출신의 난민들. [출신]은 난민의 현주소를 세밀하게 포착한 소설이다. 저자는 난민 출신으로서 발견한 사회적 부당함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대신에  훨씬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화법으로 이야기한다.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더듬어 찾으려는 정성을 들여서.

 

 뉴욕에서 태어난 사람이 두바이에서 자라다가 상하이에서 일하게 되는 '집시'가 흔한 우리 시대에 출신을 정체성으로 전환해서 바라보는 관점은 너무 오래되어 진부해보일 수 있다. 출신을 한 곳으로 집어 말할 수 없는 우리는 모두 '글로벌 시대'의 집시들 아닌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샤 스타니시치가 쓴대로 사람이, 나를 이끄는 우연이, 전쟁과 그 불똥이 모두다 나의 출신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출신에 담긴 정체성의 깊이도 변하지 않는다. 사샤 스타니시치는 어쩌면 밀레니얼세대 모두가 하는 정체성의 고민을 가장 먼저 시작한 주인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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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죽을 때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
신소린 지음 / 해의시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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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눈이 부시게]가 그랬고 [디어 마이 프렌드]가 그랬다. 나이가 몇 살이든 지금 우리는 저마다의 노년을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그런 질문을 들게 하는 작품이 최근들어 부쩍 눈에 띈다. 노인인구 비중이 부쩍 증가하면서 노인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역시 함께 시작되었다. 물론 그 전에 노년의 삶에 대하여 고찰한 문학 작품이나 영화 같은 것들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대중적이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늙고 누구나 노인이 된다. 이 자명한 사실이 요즘처럼 커다란 소리로 울림을 주는 시대는 이전에 없던, 우리가 처음 만나는 시대이다.

 

 그 전에는 보통 ‘노화’를 방지하는 그러니까, 늙음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형태로 우리는 늙음을 다루는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방향이 매우 달라졌다고 느낀다. 늙음을 거부하는 건 무의미하다. 보톡스나 영양제 따위로 늙음은 지연되지도, 숨겨지지도 않는다. 시간과 노화의 관계는 너무나 정직하다. 하루가 가면 하루만큼 늙는 법이다. 우리의 하루하루만큼 우리는 늙어간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는 저마다 다를지라도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나는 노인이 되어간다.

 

 아직 젊은 내가 ‘나는 노인이 되어간다’라고 해봤자 실은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기껏해야 무릎에 난 상처가 20대에는 이틀 만에 아물었다면 30대에는 두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정도. 사람이란 경험의 존재라 무엇이든 체감해보지 않으면 도무지 그것을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느끼지를 못한다. 늙음이 얼마나 나의 세상을 바꾸는지를 체감하는 건 그것이 내 아버지나 어머니의 문제, 내 할머니의 문제 등으로 치환될 때다.

 

 신소린 저자는 [엄마는 죽을 때 무슨 옷을 입고 싶어?]를 쓴 동기를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엄마에게 좋은 마지막을 선물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책은 ‘엄마에게 선물한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쓸수록 뭔가 뒤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오히려 제가 선물을 받았거든요. 죽음으로 삶을 완성하는 데는,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떠나는 사람의 인생에 중심을 두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그렇게 내가 선물하려 했던 죽음에서 ‘엄마가 원하는 죽음’으로 화두가 바뀌었어요.
‘엄마는 죽을 때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라는 질문은 이 책의 화두를 꺼내는 동시에 더 많은 질문으로 이어지게 해주었어요.
- 프롤로그 <엄마의 행복한 장례식> 중에서

 

할머니의 치매를 간호하는 엄마와 이야기하면서 노인과 늙음과 노년의 삶을 구체적으로 대면하게 된 신소린 저자는 우리가 저마다 도착하게 될 그 끝점에 대해 쓰게 되었다. 그 끝점에는 할머니가 가장 먼저 그리고 그 다음에는 엄마와 이모들이 그리고 그 다음에는 자신이 당도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당도할 끝점이라면 저자는 생각했다. ‘엄마가 원하는 죽음’으로 끝점을 장식하게 하고 싶다고.

 

 엄마가 원하는 장례식, 엄마가 원하는 끝은 무엇인지를 엄마와 이야기하면서 어느새 그 속에서 오고가는 소망과 바람, 기대 등은 엄마만의 것이 아닌 할머니의 것, 엄마와 이모들의 것 그리고 저자의 것으로 확대된다. 저자는 죽음과 노년의 삶을 준비하는 태도를 이 작은 에세이집에 뭉클하게 녹여냈다.

 

40대인 나는 작은 글씨가 안 보이기 시작했다. 70대 엄마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힘들다고 한다. 90대 할머니는 5센티미터 문턱에 걸려 넘어지셨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화가 불편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생활 터전이 젊은 시절에 멈춰 있기 때문은 아닐까? 젊음이 정상이고 늙음은 그렇지 않다는 식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는 공간이나 디자인은 조금만 주위를 둘러봐도 널려 잇는 것 같다.
우리가 평생, 어쩌면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모두가 지나온 젊음이 아니라, 다가오는 늙음일 것이다.
100세가 되면 어떤 것들이 필요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34쪽. 1장> 황천길 될 뻔한 ‘5센치’ 효도

 

 늙음도 공부해야 한다는 이 말이 참 좋았다. 누리고 즐기고 가꾸어야 할 것은 젊음만이 아니다. 어쩌면 청춘보다 노년이 훨씬 길어진 지금에야말로 우리는 늙음을 누리고 즐기고 가꾸기 위하여 대비와 공부가 필요하다.

 할머니의 치매를 간병하는 엄마와 이모들의 에피소드, 엄마와의 대화, 할머니와의 에피소드 등으로 꾸며진 이 책은 늙음과 죽음을 무척 유쾌하고 명랑하게 바라본다. 죽음이란 입에 올리기도 무서운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결국 당도해야 할 끝점이기에 어떻게 대비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다른 색깔로 펼쳐질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이야기한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가족 전체를 병들게 하는 병으로 악명 높은 ‘치매’가 가족 속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관리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그 점도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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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공 찰떡이해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심화(1.2.3급) 30일 개념 기본서 - 특별부록: 그림으로 읽는 한국사 연표, 전문가의 한 방 정리, 빈출 키워드&선택지
시나공 한국사 연구회 지음 / 길벗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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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익이나 토플에는 그다지 욕심이 없는데 한국어능력시험이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는 그렇게 마음이 간다. 왜 그럴까? 언젠가는 꼭 한국어능력시험 그리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쳐봐야지, 그래야지, 그런 마음은 있는데 정확한 동기부여가 안 되니 만날 '봐야지'만 하고 안 보고 사는 듯...

 

이번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공부 교재를 처음 봤다. 신기한 건 시나공에서 만든 교재도 처음이라는 사실. 처음 교재를 보는데 '나에게는 아직 30일이 남아있소' 이 말이 얼마나 재밌던지. 이순신 장군 정도의 기개를 활활 불태우면서 공부해야 하는건가 싶었다. 겨우 한 달 가지고 이게 된다고? 반신반의하며 책을 열다가 책 내용을 보면서 어느 정도 수긍을 했다. 그래, 한국어능력시험도 2주면 준비할 수 있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 판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한 달이면 준비할 수 있다는 건 왜 말이 안되겠는가. 결국 마음의 문제다.

 

 

- 시나공 찰떡이해 속 특이점 하나> 빈출 키워드 

 

그러나 아무리 마음이 있어도, 마음만 있으면 안된다는 걸 너무 잘 아는 거지. 시나공에서 만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찰떡이해] 앞부분에는 시나공이 이 교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대략 설명한다. 실제 수험생들인 독자 테스터가 있고 그룹 인터뷰도 하고 실제고 독자들이 시나공 교재로 공부해서 합격률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까지 하면서 교재를 만든다. 베이킹만 과학이 아니라 한능검 셤공부도 과학이다. 마음과 전략이 모두 있으면 목표달성을 하기가 훨씬 수월해지는 건 당연지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찰떡이해]에는 특이점이 두 개가 있다. 한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든 브로마이드나 내지 속 형광펜 처리, 도표 등등은 그동안 여타의 다른 교재에서도 많이 봤고 익숙하다. 그런데 30회 이후 최근 47회까지의 기출문제의 모든 키워드를 추출ㆍ 분석하여 빈출 키워드로 이론을 구성, 시작 전 핵심 키워드 제시, 본문과 정리표에 이어지는 핵심 키워드를 모은 <반출 키워드>와 핵심이론을 정리 요약한 <한방정리> 소책자는 진짜 굿굿!!! 책 속의 책 형태로 삽입되어 분리해서 사용할수 있는 작은 책자들인 이 두 권 덕분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찰떡이해]를 공부할만한 재미도 있고 효율도 돋는다.

 

 

시나공에서 교재를 수험생 입장에서 세심하게 만드는구나 싶었던 게, 한능검이 어디에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를 정리해주거나 30일 계획표를 짜서 실어주고 올해 바뀐 한능검 내용과 시험일정까지 이 책 한권에 다 넣었다는 점이다. 한능검을 봐야지 마음만 있고 구체적인 계획이 아무것도 없었던 나조차 '어, 그래, 해볼만 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 이 정도면 뽐뿌질 제대로 오는 교재다.

당장 한능검셤을 급하게 준비해야 하거나 올해는 꼭 한능검 봐야하는 분들, 꼭 시나공 교재로 공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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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들 - 허용오차 제로를 향한 집요하고 위대한 도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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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결혼할 때 사셨던 세이코 시계는 아직도 건강하다. 디자인도 심플하고 너무 예뻐서 일하러 갈 때 종종 그 시계를 차곤 한다. 사실 시알못이라 뭐가 좋은 시계고 나쁜 건지는 잘 모른다. 그런데 그동안 세이코 시계를 몇 번 수리하면서 아주 오래되었고 믿을만한 시계라는 건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지금이야 시계란 악세서리, 시간은 휴대폰으로 확인하는 시대다. 시계라는 기계와 시간이라는 개념이 귀하거나 값비싼, 구하기 힘든 어떤 것이 아니게 되었다. 이런 시대를 열기까지의 역사를 흥미롭게 정리한 책이 있다. [완벽주의자들]. 이 책은 시계로 시작해서 시간으로 마친다.

 

 베이킹을 하다보면 0.05g까지 재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는 전자저울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맛있는 먹거리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건 전적으로 정밀한 계량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벽주의자들]이라는 책은 말한다. 정밀성이라는 개념은 필요에 따라 의도적으로 발명된 것이라고.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달성하기 위하여, 편집증적인 외곬수들의 몰입과 기술이 ‘정밀성’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완벽주의자들]은 이 정밀성 탄생의 원류를 ‘시계’로 잡았다. 정밀한 시계가 많은 선원과 선박들을 구하고 정확한 항해를 가능하게 하는 놀라운 기능을 발휘하면서 사람들은 보다 더 정밀한 세계로 나아간다. 사이먼 윈체스터는 ‘보다 더 정밀함’을 위하여 허용오차 제로를 향해 나아갔던 지난 수백년의 역사를 소설처럼 써내려갔다.

 

 [완벽주의자들]이 제일 마지막 장인 <10장 균형의 필요성에 대하여>에는 ‘세이코’ 시계가 등장한다. 뱃사람들의 항해를 위하여 정밀함의 세계로의 진입을 알리는 마중물이 되었던 시계는 1900년대 일본에서 제국의 ‘시간’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저자는 세이코 시계라는 인위적 정밀함과 대비되는 자연미가 동시에 숭상되는 일본을 예로 들며, 정밀함이라는 기술이 우리의 세계를 낫게 하지만 그 기술만이 전부가 아님을 이야기한다.

 


 오늘날 인류는 흔히 매끈하게 마감된 경계선, 완벽한 베어링, 공학계만 아는 평평함의 수준에 감탄하고 집착하지만, 자연의 질서 역시 똑같이 중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연이 세상을 장악해서 정글의 새파란 풀이, 어린 푸른 대나무가 모든 발명품을 휘감아 덮을 날이 올 것이다. 그땐 허용 오차가 영국 실링의 두께이든, 양자의 직경보다 작든 아무것도 상관없어진다.
 정밀하지 않은 자연 앞에서는 모든 것이 비틀대고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정밀하다고 해도.
 407쪽

 

 

 이렇게 모든 꼭지를 마감한 후에 맺는 말에서 이 책은 시간과 현대의 정밀성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시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시간의 계측 여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계측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세상, 심지어 중력까지도 달라진다. 시간은 자연이고 정밀하지 않다. 그것을 자신의 용도와 목적에 따라 계측하려는 사람들이 이 정밀하지 않는 시간 때문에 정밀한 기계를 만들어낼 뿐이다.
 단순한 교양서, 역사서인줄 알았는데 기술만 이야기한 책이 아니다. 우리가 정밀함을 구하는 이유는 정밀하지 않은 자연 속에서 살아나가기 위한 것 아닌가. 여기까지 읽고 나면 이 책의 머리말에 있는 이 말이 굉장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과학의 목적은 무한한 지혜의 문을 여는 게 아니라, 무한한 실수에 한계를 긋는 것이다.
-베를로트 브레히트 - <갈릴레오의 삶>(193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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