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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 Keller (Paperback, 100th, Anniversary) - The Story of My Life
Keller, Helen / Signet Classic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Story of my Life을 비롯해서 헬렌 켈러가 쓴 원작을 읽어보고 싶었는데요. 오디오북과 함께 구할 수 있는 책은 이 책 뿐이기도 하고 제일 처음으로 낸 자서전 성격의 책이기 때문에 구입했어요. 결과는 가격대비 내용에 대해서 만족입니다. 헬렌 켈러가 귀도 안들리고 눈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셜리반 선생님을 만나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 이야기를 정말 대충 알고만 있었는데 그 때의 기억을 헬렌 켈러 본인의 입을 통해서 듣고 싶은 심정에 책을 빠르게 읽어나갔습니다.
헬렌 켈러는 겨우 두살 무렵 열병을 앓고 시력과 청력을 모두 완전히 손실했습니다. 그 미약한 아기 시절의 기억이 그래도 조금은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었는데 그 때 말할 수 있었던 몇 단어, 느낌 등을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워낙 어렸기 때문에 아팠던 기억, 눈이 멀고 귀가 멀자 괴로웠던 기억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고 하니 다행이기도 하고요. 그냥 원래 세상은 어둡고 조용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렇네요. 아기 때는 표현하고 싶은 말도 적을 수 밖에 없고 손동작, 몸동작, 표정 등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했지만 6살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정확히 뭔지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비애와 답답함으로 매일 폭발하고 울고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님께서도 가슴이 너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이러다가 이 아이가 정말 인간처럼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너무 커져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찾아헤매고 있었고 대체로 주위에서는 감정의 기복이 크고 난폭한 아이를 제대로 교육시킬수 있을지에 대해서조차 회의적이었다고 하네요.
이런 어린 헬렌이 셜리반 선생님을 만난 것은 정말 운명적이었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고아로 태어나 보청기를 끼기 전까지 잠시나마 청각장애인의 삶을 경험했기에 셜리반 선생님은 누구보다 헬렌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이 고집불통 아이의 손을 부드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잡아주고 이끌어 줄 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셜리반 선생님이 손바닥에 써주던 글자 mug 와 water의 차이를 구분하고 모든 물건에는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정말 감정이 울컥하더라고요. 정말 울 뻔 했어요.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우물가에 도착해서 선생님이 헬렌의 손에 차가운 물을 길어 올려부어주고는 손바닥에 water라고 써주고는 다시 물을 부어주고 water 라고 써주는 그 순간이 헬렌의 앞으로의 운명이 180도로 바뀌는 시점인데요. 아.. 이 손에 와 닿는 차갑고 시원하고 기분 좋은 이것을 바로 water라고 부르는구나 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헬렌은 그 이후 평생 계속하게 될 즐겁고 외롭고 지독한 배움의 길에 이미 깊숙한 한 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이에요. 배워야겠다 똑똑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고 나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는 본능이 헬렌을 이끌어주게 되는 것이죠. 물론 그 옆에는 언제나 셜리반 선생님이 계시고요. 이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헬렌이 그 혹독한 배움의 길을 끝까지 걷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음 글 수준은 일반 비소설과 비슷하고요. 예전 글이다 보니 where, when, how, why 같은 관계부사보다 in which, at which, with which 같은 표현들을 많이 볼 수가 있어요. 공부하는 분께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리 모국어이지만 귀도, 눈도 멀은 상황에서 이러한 글을 쓸 수 있기까지의 그 노력과 피땀이 한 문장, 한 문장에 서려있는 것 같아서 소홀히 대하게 되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