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577쪽을 읽고 있다. 오늘 한 300쪽부터 시작해서, 추석에 할 일이 없는 나머지 이제 대충 백 몇 페이지 정도를 남기고 있다. 책을 보는 중간 중간 남은 페이지를 후루룩 매만지며 언제 다 읽냐했는데, 금새 읽힌다.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중간 중간 다른 이야기가 끼이는 액자형 소설이라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은 지루하지만, 아직도 서양 고전 문학의 최고봉으로 남은 이유를 알겠다. 정말 유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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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슬픈 얼굴의 기사”이자 50대의 하층 귀족인 돈키호테가 오래된 투구를 쓰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40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비쩍 마른 로시난테를 타고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소설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의 투구는 지성이고 그의 창은 상상력이고 그의 방패는 “꿈의 힘”이다. 이 순박하고 재치 넘치는 기사는 현실의 어떤 적도 이기지 못하고, 그 어떤 귀부인도 정복하지 못한다.

그러나 “승리자는 역사를 쓰고 패배자는 소설을 쓴다”는 말을 확인시키듯이 현실의 패배자인 돈키호테는 시간과 죽음과 싸우고, 그 전투에서 진정한 승리를 거두면서, 소설의 힘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돈키호테>는 1부와 2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1605년에 출간되었다. 당시 세르반테스는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그래서 돈을 벌 생각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출간 즉시 이 작품은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하지만 너무나 인기를 끌자, 1614년에 세르반테스의 문체와 주제를 모방한 다른 작가가 <돈키호테> 속편을 쓴다. 세르반테스는 이 작가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는 글을 <돈키호테> 2부에 삽입한다. <돈키호테> 2부는 1615년에 출간되고, 세르반테스는 이듬해 세상을 떠난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 2부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돈키호테의 죽음을 서술한다. “신부는 공증인에게 ‘라만차의 돈키호테’라고 불리던 착한 사람 알론소 키하노가 이 세상을 편안하게 떠났음을 증언해달라고 부탁했다. 그것은 시데 아메테 베넨헬리 이외의 다른 작가가 그를 거짓으로 소생시켜 그의 무훈에 대해 끝없는 이야기를 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죽이지 못했다. 돈키호테는 자신을 창조한 세르반테스보다 더욱 영향력을 끼치며 아직도 살아남아 세상을 활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돈키호테적’이라는 단어다. 단테나 프루스트 혹은 헤밍웨이처럼 작가들의 이름이 형용사가 되어 사용되는 경우는 많지만, 작중인물이 형용사가 된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돈키호테의 추종자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는 오페라, 뮤지컬, 연극, 영화로 각색되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에 의해 다시 창조되기도 했다.

로렌스 스턴은 돈키호테의 불행한 모험에서 영감을 받아 <트리스트럼 샌디>를 썼고,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에서 돈키호테를 찬양했다.

도스토예프스키 역시 <백치>에서 돈키호테를 기렸고, 아이작 싱어는 <바보 김펠>에서 시골기사의 순박함을 소설화했다. 그밖에도 토마스 만, 디드로, 볼테르, 카프카, 나보코프, 쿤데라 등의 유명작가들도 하나같이 돈키호테를 찬양했다.

현대문학을 이끌고 있는 보르헤스, 가르시아 마르케스, 푸엔테스, 바르가스 요사 등의 라틴아메리카 작가들도 <돈키호테>를 최고의 소설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돈벌 생각으로 소설 집필 지난 400년간 <돈키호테>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17세기 당대의 독자들은 <돈키호테>를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책으로 여겼다. 18세기의 합리주의자들은 기사가 되려는 돈키호테의 행위를 보고 이성이 결여된 바보로 생각했다. 그러나 낭만주의자들은 불완전한 세계와 싸우는 고귀한 이상주의자로 평가했으며, 종교적 색채가 짙은 도스토예프스키는 돈키호테 안에서 기독교의 순수함과 선행을 보았다. 한편 마르크스주의자들과 사회학자들은 돈키호테가 낡아빠진 봉건적 가치에 집착한 채 몰락해가는 귀족을 대표한다고 간주했고, 실존주의자들은 의식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는 개인으로 바라보았다.

돈키호테는 잉크 반점 검사인 ‘로르샤흐의 얼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심리상태에 따라 얼룩 그림이 달라보이는 현상처럼, 여러 시대의 독자들은 <돈키호테>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보거나 시대가 그들에게 보게 해주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이렇게 <돈키호테>는 세월이 흘러도 그 의미가 고갈되지 않고 우리에게 현재의 의미로 다가오는 살아 있는 작품이다. 즉, “오래되었지만 낡지 않은” 작품이며, 한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읽고 또 읽어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돈키호테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는 지금 진리가 사라지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포스트모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기만적인 겉모습과 환영의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돈키호테>를 평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20세기 새로운 문학의 선구자인 보르헤스는 “세르반테스는 현실과 꿈이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한다.

돈키호테는 1605년에 고향을 떠나 세상으로 들어가면서, 세상은 자기가 읽었던 것과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바로 여기서 기존에 진리처럼 수용되던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이제는 사라진다고 주장하는 포스트모더니즘 문학론이 시작된다.

이런 시각은 주로 <돈키호테>의 구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소설이 시작되면서 세르반테스는 ‘작가의 말’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그래서 독자들은 세르반테스가 이야기를 서술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돈키호테의 모험은 이내 끝나고, 갑자기 아랍의 역사가 시데 아메테 베넨헬리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여기서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세르반테스인지, 아니면 아랍의 역사가인지 혼동된다. 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을 신부와 이발사는 돈키호테가 읽던 책을 살펴보다가 세르반테스의 책이 한 권 있음을 발견한다. 이것은 작중인물이 작가를 꿈꾼 것인지, 아니면 작가가 작중인물을 꿈꾼 것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목이기도 하다.


<돈키호테>가 세월의 흐름을 이기고 살아남은 것은 반항과 정의의 정신에 있다. 돈키호테는 세상을 좀더 낫게 바꾸는 것이 자기의 책임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그런 정신을 실천에 옮기는 도중에 실수를 범하고 장애와 맞부딪치며, 매를 맞고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런 돈키호테의 반항 정신은 바로 당대의 소설 형식을 혁신시키고 근대 소설의 기초를 놓은 원동력이기도 하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의 무훈을 이야기하면서 전통적인 소설 형식을 가지고 장난치고, 종래의 단선적인 시간 개념을 비틀면서 다양한 시간을 사용하며, 서사 관점을 복잡하게 만든다. 이 점에서 소설 형식을 실험하는 현대의 모든 작가들은 세르반테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수많은 보물 숨겨져 있어 미국의 비평가 라이오넬 트릴링은 “<돈키호테>는 모든 소설의 어머니다. 모든 소설은 <돈키호테>에서 다루는 주제의 변형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여기서 <돈키호테>의 주제는 우리 생각이나 상상이 현실과 충돌하는 것이다. 그런 충돌은 개인적, 계급적, 문화적, 역사적 관점에서 다뤄질 수 있다. 관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자아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자아의식은 문화가 성숙된 단계에서 이루어짐을 생각한다면, 다양한 해석은 바로 문화의 척도를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돈키호테>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을까? 단지 우스꽝스러운 작품이라고 평가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보물을 보지 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돈키호테>만큼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은 드물다. 하지만 정작 그것을 읽은 독자는 그리 많지 않다. 거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돈키호테>의 번역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에 <돈키호테>가 평이한 영어로 번역되어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아직 그럴만한 번역본이 없다. 둘째는 <돈키호테>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고전이라는 무게에 억눌려 그렇게 읽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소설은 웃음을 통해 이성을 비웃은 작품이다.

웃음이야말로 바로 다양한 해석으로 나아가면서 절대적인 진리를 해체하는 지름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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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쾌한(혹은 재미있는, 신나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철학' 책

철학은 어렵다, 는게 기본 상식이다. 사실 철학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렵다. 예전에 철학을 조금 공부해보고 싶어서 산 책이 있었다. 무슨 책인지는 못밝히겠지만 그 책의 이름은 딱 보는 순간 "음, 그렇게 쉽게 읽힐려냐"싶을 정도로 심플하고 철학에 관심있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서점에서 약간 훑어보니 그림도 있고 해서 왠지 '쉽고, 재미있을 것'만 같았다.  리뷰가 하나도 없어서 불안했긴 했지만 기어코 구입해 쭉 읽어보았다. 물론 대실패다. 언제나 읽을려고 시도를 해도 이데아론에서 그만 끝나고 만다. 정말 뭔 말을 하는건지 원...

그 이후에도 여전히 지적 허영심땜에 철학 관련 서적(쉽게 읽히는, 재매있는 류의)을 몇 권이나 뒤적거려보았지만, 내가 뒤적거린 것은 모조리 실패하고 말았다. 그 책들의 저자는 대부분 '철학은 일상적인 것이다', '철학은 쉬운 것이라서 <이해>만 하면 된다'라고 말한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쓰려고 한 부분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내 좁은 이해력으로는 도통 이해 못한다. ㅜㅜ 유쾌하다면서! 재미있다면서! 쉽다면서! 왜이렇게 지루하고 재미없고 어려운거냐 말이다!!

2. '하룻밤에 읽는', '한눈에 읽는', '10분이면 되는' 시리즈

난 그 시리즈를 '하룻밤'만에 읽거나 '한눈'에 읽은 또는 '10분' 만에 읽는 사람은 한명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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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의 <18.0˚>의 새로나온 책 코너에서 발견한 <발칙한 한국학>의 저자 스캇 버거슨의 책입니다.. '기생, 무당, 태껸, 백수 등 저공비행으로 한국문화 살피기. 지은이가 내는 1인 잡지 <버그>의 내용을 갖추려 엮은' 책이라니.. <발칙한 한국학>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은  정말 관심 가는 신간일 겁니다. 따끈따근한 신간이네요.. 문제는 이 책이 전 면 영 문 판 이라는  사실! ㅠㅠ 영어를 못하는 저에겐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하는 책입니다요.. 제길..

신문에 이 책의 한 장면을 약간 번역한 미리보기가 있었으나 오히려 그걸 보니 울화가 치미는군요.-_-; 이거 너무 재미있는 책일텐데 번역을 하지 않다니...

"번데기는 굉장한 영양식"

"여기 한국에서 나는 개고기를 먹고는 내가 진짜  사내답다고 느꼈다. 그건 정말이지 너무 맛있었다. 진한 매운탕으로 먹었는데 아주 부드럽고 거의 오리고기같은 냄새가 났다. 모험적인 혀를 지닌 내가 자랑스럽다. 그렇지만 한가지 말해둘 게 있는데, 나를 완전히 놀래킨 건 번데기(Bbondegi)를 처음 봤을 때다. 서울에 막 도착해 어느날 길 따라 늘어선 많은 노점들이 팔려고  내놓은 온갖 음식들을 눈요기 삼아 찬탄하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렇지만 한 노점을 지날 때 물에 둥둥 뜬 수백개의 작은 갈색 물체들로 가득 차고 김을 모락모락 피우는 큰 솥에 호기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맛은 큼큼하고 자극적이었으며 분명히 무어라 판단하기 힘든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힐끗 본 나는 그것이 엄청난 양의 끈적한 벌레 수프란 걸 알고는 놀라 자빠질 뻔했다. ‥‥그렇지만 그 때 이후 나는 번데기를 동아시아의 훌륭한 기적의 음식으로 바라보게 됐다. ‥‥

(66~67쪽 우리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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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도서실에서 <태엽감는 새> 1권을 빌려 오늘 다 읽었다. 4권짜리의 상당한 분량이라 중간 중간에 쉬어가며(?) 책을 읽는게 내 타입엔 맞다. 참 이상하다.. 초딩 6학년때 한강 10권을 부리나케 읽어대던 시절은 다 가버렸나부다.-_-;; 그때에 비해 요즈음은 읽고 싶은 책도 많아졌고, 내가 관심을 가지는 신간들도 속속 나와버린다. 정보의 과잉이랄까.. 이걸 행복이라 해야할지, 불행이라 해야할지.;;

몇 쪽 못 읽은 돈키호테 1부를 읽고 있다. 지금 그 명장면인 돈키호테가 풍차에게 박살나는 장면의 뒷수습을 보고 있다. 역시, 너무나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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