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은 책 두 권은 건강에 대한 것이다. 두 권 모두 한마디로 표현하면 "운동하라, 지금 당장!"이 되겠다. 뻔한 말 같지만, 뻔하지 않은 이유는 그걸 지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녀 체력>에 실린 이 대목이 눈길을 끈다.
"갈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대사라고 한다(나는 못 봤지만). 책을 다 읽은 후로도 이 문장이 종종 떠올랐고, 사소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습관들을 마주할 때마다 이 문장을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가야할 길을 알고, 실제로 그 길을 걷는 삶을 살아보겠다면서. 이를테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걸 아니까 운동하자.', '야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먹지 말자.', '아이에게 짜증을 내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짜증내지 말자.'와 같은 것들이다. "그 길을 걷는 것"보다 "갈 길을 아는 것"이 문제적인지도 모르겠다. 잘못된 길을 '갈 길'이라고 믿고 따른다면 어쩌나. 자잘한 습관 고치면서 너무 크게 걱정하고 있나. 이게 '자잘한' 습관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매트릭스>에 나왔다는 저 대사만큼은 멋지다. 자꾸 되뇌게 된다.
내가 건강서나 다이어트 관련 책들을 읽고 (잠깐이더라도) 따라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육아를 하기에는 내 체력이 너무 저질이라는 사실, 그리고 결혼 이후 급격하게 체중이 늘더니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까 체중이 무려 20kg이나 증가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내게 임신했냐고, 축하한다고 해서 깊은 좌절감을 맛본 적도 몇 번 있다.
체중이 문제라기보다는(문제다), 건강이 안 좋아진 것이 문제다. 자주(거의 매 순간) 지치고 피곤하고 활력이 없달까. 그래서인지 짜증도 늘어서 별것도 아닌 일로 아이한테 버럭하는 순간이 잦았다. 그럴 때마다 내 인성이 이 정도로 바닥이었나 싶어서 더욱 힘겨웠는데, 어느 날 문득, 그게 다 먹지 않아도 될 걸 먹고, 운동도 하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즉 살이 쪄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뜬금 없지만 왠지 그럴듯한 생각에 휩싸이게 된 거다.
그래서 결론은, 이제 겨우 일 주일 정도 운동이란 것을 했는데(그냥 달렸다), 몹시 뿌듯하고 잠도 잘 자고(원래 잘 잤던 것 같기도 하다), 생활이 좀 더 활기찬 느낌이다. 활기찬 느낌, 이게 중요하다. 만족스럽다. 고작 일 주일, 그것도 매일 2~3km 정도를 달렸을 뿐인데 마음은 벌써 마라톤을 준비중이다. 이런 내 모습이 어색하지만 나쁘지 않다. 단지… 달리는 것보다 걷는 게 훨씬 빠를 것 같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점점 좋아지지 않을까?
어쨌든 <마녀 체력>은 재미있게 읽었으나 <몸이 답이다>는 좀 지루했다.
이 책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읽고 난 후 첫 느낌은 아니, 읽는 내내 가장 강력했던 느낌은 대체 이 이야기가 뭘 말하려는 걸까,였다. 건조하고 딱딱한 보고서 같기도 하고 흥미롭고 신기한 일대기 같기도 하고, 여러 생소한 단어(개념)의 집합 같기도 하고…. 부조리하고 엉망인(부질없는 것, 욕심, 욕망으로 가득 찬?) 현실 세계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비꼰 것 같기도 하고. 알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지루한 것 같은데 또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끝까지 읽게 되는 그런 이야기였는데, 한 번 더 읽고 거듭 읽는다면 뭔가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떠오를지도 모르겠지만, 당장은 다시 읽는다 해도 특별히 뭔가를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어떤 이미지들은 내게 남았고, 그게 또 괴로운데, 왜냐하면 내가 이렇게밖에 쓸 수가 없어서다.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대체 회사 얘기는 왜 그렇게 장황한 것이며, 창업주 얘기와 연금술은 또 뭐가 뭔지? 우리 모두 그런 별 쓸모도 모르겠는 장황한 것들에 너무 목 매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가역 변화에 중요한 요소는 보편적 정신이지만 그것은 혼자서 존재할 수 없고 반드시 사물이나 현상, 사건, 사건과 사건 사이, 침묵, 어둠, 망각 등에 깃들인 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신이 창조했든 스스로 진화했든 상관없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 목적과 쓸모를 존중받아야 한다. 한 가지 존재의 소멸은, 그것을 반영하고 있는 존재 모두의 즉각적인 소멸을 야기하며, 소멸이 진행되는 순간은 찰나에 불과해서 거의 동시에 모든 것이 소멸된다고 말하는 편이 진리에 가깝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 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채무 의식,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경외감이야말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보편적 정신이 아닐까. 인생이란 불완전한 인간이 조물주의 선한 창조물로 환원되는 과정이다."(156쪽)
그러니까 이 긴 이야기는, 회사와 창업주 일가 등을 통해 보여주려던 이야기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인간과 환경, 역사에 대해 최소한의 것(태도?)들을 보편적 정신이라 할 수 있는데, 보편적 정신이 없으면 이 세계는 유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뭐 그런 얘기인지 아닌지…. 고구마를 백 개 먹은 것 같은 느낌이다.
찜찜하고 아리송한 기분으로 김애란 소설집, <침이 고인다>를 펼쳤다.
네 편 정도 읽었는데, 좋다. 재밌기도 하고, 어떻게 이런 걸 이렇게 표현하지 싶기도 하고, 왠지 슬프기도 하고 그랬다. 남은 네 편도 기대된다. 마저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