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의 읽기 거울 너머 3
임소라 지음 / 하우위아(HOW WE ARE)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의 제목은 책 9쪽에 실린 문장이다.

<파생의 읽기>는 독후감 모음집인데, 읽은 책 속 한 문장을 독후감의 제목으로 삼는다.

나도 따라해 보았다.

그러니까 이 글은 독후감에 대한 독후감이다.

책이 독후감을 낳고, 독후감이 독후감을 낳았으니 "파생의 읽기".

 

낄낄대거나 가슴이 먹먹하거나 상념에 잠기기도 하면서(멍때리면서) 읽었다.

아 그렇지, 그랬지, 그랬구나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는 뜻이다.

 

다 읽고 나니까 나도 뭐라도 좀 써보고 싶었다.

안 쓰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서 어떻게든 글 쓸 시간을 내고 싶었는데, 저녁 식사를 마치자 때마침 남편이 아기를 데리고 목욕탕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무덤덤하게 "그러든가"라고 말했으나, 혹시나 마음이 바뀌어서 안 간다고 할까봐 얼른 내보냈다.

 

그들이 집을 나가자마자 일단 샤워부터 하고, 쓰레기도 내다 버리고, 정결한 몸과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시아버지의 영상통화였다.

물론 내가 보고 싶으신 건 아니었고, 아기를 보려고 전화했지만 이미 목욕탕으로 떠난 후였다. 

어색했지만(영상통화라니...) "목욕탕 갔어요. 그럼 이만." 하고 끊을 수가 없었다.

그럭저럭 대화를 이어가던 중 갑자기 시아버지가 내게 살을 빼라고 했다.

 

하아-.

느닷없는 살타령에 내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으로 보였을 텐데도 시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살 빼라는 말을 세 번이나 더 했다.

어떻게 전화를 끊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머릿속엔 온통 "살 빼라"에 대한 생각이 가득 차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웬 살타령? 갑자기? 나한테 이런 말 막 해도 되는 거야? 내가 뭐라고 대응했어야 하는 거지?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해? 기타 등등.

이렇게 살이 쪄서, 살 빼라는 소리나 들으면서, 독후감은 써서 뭐하냐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 내 살인데, 내 살 가지고 대체 왜 그러시는지.

난 어쩌다 이렇게 살이 찐 걸까.

화가 나고 우울했다.

 

모처럼 주어진 나만의 시간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이 책은 재미있게 읽었으니까, 책이랑 별 상관은 없지만 뭔가를 써야 할 것 같긴 해서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다고 끄적인다.

그딴 일에 내가 하려던 일을 망치다니, 안 되지, 이런 마음이랄까.

아니, 이 책을 볼 때마다 시아버지의 "살 빼라"가(심지어 영상 통화로) 떠오르겠지.

분하다.

꼬집어 말할 수가 없어서 답답하고, 이런 내가 멍청해 보인다.

 

쓰고 보니까 책 이야기는 거의 없구나.

저자가 왜 계속 책 이야기는 별로 없는 독후감을 썼는지 알 것 같다.

그럼에도 저자가 읽은 책 중 몇 권은 나도 읽고 싶어졌다.

놀라운 일이다.

 

덧붙여, 이 책은 다 좋은데 글씨가 너무 작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