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집단성 아래에 개인이 묻히기 쉬운 구조다. 교회는 스스로 읽는 것을 강조하지 않는다. 설교단에서 진리라고 설파되는 가치를 수용하고 살아 내는 것이 미덕이 되어 있다. 결국 청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갖춘 설교자의 말과 행동, 사고에 동화되어 간다. 그 일체감이 깊어야 교회 내 좋은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 자칫 이런 현실은 삶과 신앙에서 주체성을 상실한 객체들을 양산한다. 사회적 외침을 듣지 못하고, 시대와 사회를 읽어 나가는 능력을 상실한 문맹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 읽어 내는 힘을 기를 때에야 주체적으로 세계와 마주할 수 있는 근대적 자아를 만들 수 있다. 루터의 종교개혁에는 주체성과 책임 의식을 갖고 읽어 내는 법을 배우라는 엄중한 속뜻이 있다. 개인적, 사회적 사건과 트라우마를 마주할 때, 누군가 큰소리로 제시하는 손쉬운 답을 찾기보다 복잡한 층위를 스스로 읽어 나가는 품을 들여야 한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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