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
모토야 유키코 지음, 임희선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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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리스트를 확인하다 뭔가에 홀린 듯 - 아마도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의 옆얼굴이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다만 구입후에는 항시 책을 엎어 두었다. 자꾸 나를 놀래키는지라. ㅇㅅㅇ;; - 미리보기로 첫장을 읽었는데 (온 몸의 털을 삭발한 일화는 전혀 이해가 안되니 그건 건너뛰고)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 참가자에 대한 화자의 감상에 격한 공감을 느껴 결제했다. 나는 상상력이 부족해서 글을 읽을때 오감이 모두 느껴지는 생활적인 묘사를 좋아한다. 작가 모토야 유키코는 화자인 야스코를 통해 그런 내 욕구를 백분 충족시켜 주었다. 이야기가 벌어지는 모든 장면을 나는 야스코가 되어 보고 느끼고 생각했다. 실지 야스코와 일치하는 부분도 상당했는데 예를 들자면 `나는 책 같은 건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면서 띠지가 엉망으로 구겨져도 아무렇지 않은 여자라서`같은.. 이 책 역시 가방에 넣고 다녔고. 양장임에도 불구하고 손에 쥐었을때 가벼운 감촉이 참 기분 좋았다.

야스코는 심한 우울증에서 기인한 과면증을 앓는 중. 수입이 없어 남자친구의 집에 얹혀 산다. 어느날 큰맘먹고 집밖을 나선 그녀는 문닫을 시간이 다 되어 도착한 슈퍼마켓에서 필요한 것들을 못 사게 되자 생각한다. `아아, 만사가 짜증난다. 다 귀찮다. 내가 왜 슈퍼마켓에 갔지?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빨리 집에 들어가서 잠으로 도망치고 싶다.` 작가는 계속해서 야스코의 속마음을 적나라하게 서술하는데 그 생활에 찌든 표현 방식이 내 입맛에 꼭 맞았다. `국거리용 재료를 깜빡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말 죽어버리고 싶었지만`이라던가. (그런 때에는 내가 딱 그 심정인데!) 마음에도 없는 남자의 고백을 거절한 후에는 `그 남자를 오랫동안 좋아했다던 반찬 코너의 마른 고추튀김처럼 생긴 여자가 무슨 착각을 했는지 나를 미워하기 시작하면서 어떻게든 조용히 지나가려던 일이 복잡하게 꼬여버렸다.`고 야스코는 이야기한다. 난 밥을 먹다가 박장대소를 했다. 마른 고추튀김을 닮은 여자. 왠지 나도 알 것만 같다. 소소하고 쓸데없는 생각 `수돗물일 것 같아서 이런 데서 주는 물은 별로 마시고 싶지 않은데` 처럼 화자의 속마음을 모조리 읊어주는 작가의 스타일이 참 맘에 들었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야스코의 우울한 감정을 묘사하지만 절대 무겁거나 괴롭지만은 않다. 일상의 언어를 사용해 오히려 산뜻하게 그려냈다고 할까. 끝나갈 무렵 표지의 `넌 좋겠다. 나랑 헤어질 수 있어서` 라는 구절의 의미를 알았다. 많이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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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5-04-16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보는 작가와 책이네요.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는 `링`이후로는 좀 무섭네요.ㅎ

북깨비 2015-04-18 12:24   좋아요 0 | URL
저도 링 무섭게 봤는데요. 옛날에 신문에 나온 4컷짜리 만화에서 패러디로 코믹하게 다룬 거 보고 극복했어요. 만화 주인공이 영화를 휴대폰 동영상으로 본 거에요. 수년전이니까 폰이 코딱지 만할때요. 그래서 걔가 엄지공주 싸이즈로 기어나오는데 나오면서 지두 당황하고 폰주인도 당황해서 어색하게 마주보는ㅋㅋㅋ

transient-guest 2015-04-20 14:12   좋아요 0 | URL
제가 본 버전은 아색기가에서 사다코가 나오고, 다음 컷이 남자는 돌아앉아서 담배를 피면서 한숨을 쉬고 있고, 사다코는 돌아누워 울고있다능... 그거 생각하면 좀 덜 무섭긴 하죠..ㅎ

북깨비 2015-04-21 10:45   좋아요 0 | URL
헛!!!! ㅋㅋㅋㅋㅋㅋㅋ 한국사람들 패러디 하난 정말 ㅋㅋㅋㅋ 그래도 링을 본 기억은 잊고 싶군요. 일주일간 화장실을 혼자 못가서 남편을 깨워야 했고요 그후론 무서운 영화를 같이 안봐주네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