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피쉬
한정광 지음 / 노마드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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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면서 읽었는데 출근길이 짧게 느껴졌다.
그 30분 남짓한 버스 안에서의 시간동안
소설속의 주인공은 2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다.

나름 고단하다 느꼈던 나의 삶이
갑자기 안락하게 느껴진다.

내가 고민하는 것들이 너무 소소하게 느껴지고
‘죽고 사는 문제만 아니면 다른 것들은 다 괜찮다’
는 생각이 든다.

일상의 문제로 고민하느라 힘들어서
몰입할 곳이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다른 세계에 잠시 다녀올 수 있다.
그리고 돌아온 일상은 훨씬 더 행복하고 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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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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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가 그리고 있는 세상은 비현실적이지만, 반대로 현실감이 풍부하다. 작품이 쓰여진 지 6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헉슬리의 예견이 그렇게 허황된 것만은 아님을 잘 알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은 남녀의 결합에 의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병’에서 배양되고, 하나의 난자에서 96명이 태어난다. 현 시점의 복제기술로 보아서는 앞으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읽기에는 여전히 공상적이고 허황된 면이 많은데, ‘조건반사훈련’을 통해 학습을 한다든지, 가정이라는 것은 개념조차 없을 정도로 집단화된 사회를 보여준다든지 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또, 택시콥터(택시+헬리콥터)나 ‘소마’는 헐리우드식 공상과학영화를 연상시킨다. 이 소설은 문학적 상상력이 아닌 과학적 상상력으로 쓰여진 작품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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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보다 긴 하루 - 양장본
친기즈 아이뜨마또프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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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전에 우선, 이 책이 번역본을 다시 번역한, 그러니까 두 번 번역된 책임을 알아야 할 것 같다.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이 책을 읽을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길 권한다. 이 책은 우선 표지를 매우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표지그림이 소설속의 한 장면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 그림 하나를 놓고도 많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특히 길게 생긴 게 우주선이란 걸 알면 사람들은 대개 놀란다.

우주선의 등장으로 매우 황당하긴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물론 백년의 고독처럼 '마술적 리얼리즘', 이런 찬사까지 받을만하진 않고, 또 우주선이란 설정이 좀 걷도는 감이 있지만 주된 내용과 우주선을 연계시키며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재밌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지도.

작품의 주된 배경이 되는 지역은 한 마을정도로 협소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우주, 외계를 다루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자기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사는 만구르뜨처럼 사람들은 광대한 세상을 잊고 노예처럼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주인공이 점점 자신의 근원에 대해 자각해가는 것을 보면서 독자들은 자신을 한 번 뒤돌아 보게 된다. 이 책은 분량이 꽤 길어서 읽으려면 10시간 정도 투자해야 할 텐데, 그렇담 나는 10시간 동안 다른 책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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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나비 - 2003년 제2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인숙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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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은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학상이기 때문에 고등학교때부터 매년 빠짐없이 수상집을 읽어왔다. '이상'을 기리며 제정한 상이라 그런지 실험정신과 독창성을 지닌 작품들에 상을 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올 해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좋은 작품들이 많이 뽑혔는데, 그 중 대상작품인 <바다와 나비>는 여러 우수작을 제치고 수상을 하기에 손색없는 작품이었다. 또 김인숙은 문단에서의 비중에 비해 유명세가 덜한 편이었던 것 같은데 대중적이진 않지만 좋은 소설을 써 왔던 그녀가 상을 수상한 것이 기뻤다.

제목에서 보듯이 이 작품은 김기림의 동명의 시에서 모티프를 따온 작품인데,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가 근대라는 엄청난 위력앞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자화상을 투영한 것이라면, 이 소설은 이념과 국가를 넘어서 물질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세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좌절과 허무를 그려내고 있다. 소설속의 조선족에게 한국은 그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나라이며, 한 때 밀실에서 광활한 중국에 대해 공부하던 주인공에게 중국은, 하나의 도피처이며 서구에 비해 아이를 조기유학보내기 만만한 나라일뿐이다. 그러나 하나같이 암울한 상황이지만 날개가 찢겨진 채로도 바다에 나가는 나비의 이미지를 이용해 여전히 희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이번에 이상문학상에서 특기할 만한 것이 특별상을 제정한 것인데 이 상을 수상한 전상국의 소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교과서에서 배운 작가의 최근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한 작품집에서 전상국, 복거일의 소설과 정미경, 김영하의 작품을 같이 읽는 것은 최근 한국문학의 시류를 파악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젊은 작가일수록 요즘의 상황에 관심이 많다는 것과, 중년 작가들의 경우는 뭔가 새롭고 독특한 소재를 찾는 다는 것이다. 복거일 소설의 경우 우주공간을 다루고 있고 주인공도 사람이 아닌 로봇이며, 전상국의 소설은 생명 복제를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것은 정미경의 <호텔유로,1203>인데 가장 늦게 등단한 작가라 책의 맨 뒤에 실린 소설인 만큼 요즘 세상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담고 있다. 명품에 중독된 친구들에게 한 번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또, 주인공의 엄마가 한 말이 계속 입가에 맴도는데 이 말 한마디 때문에 이 소설은 내 기억에 오래 남아있을 것 같다. '공부 잘해봤자 예쁜 년 못 당하고, 예뻐봤자 팔자 좋은 년 못 당한다'

김영하는 우리학교에서 했던 강연에서 보고 인간적인 면모에 매료되었던 작가인데 <너의 의미>는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호르몬의 이상으로 나타난는 병리현상'으로도 볼 수 있는 '사랑'에 대해 쓴 작품인데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고 설명이 안 되는 것인지 재밌게 그려냈다. 그런 면에서 제목이 역설적인데 여기에서 '의미'란 의미없음의 의미있음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해 보았다.

이상문학상은 '한국문학의 최전선'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상의 수상작가들이 대개 다른 작품상을 수상한 사람들이고, 유명한 기성작가들인 경우가 많은 데다가, 우수상 수상작가들이 매년 겹치는 것은 다양성의 측면에서 좀 아쉽다. 이것은 문학계의 발전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될 뿐더러, 나같은 평범한 독자들마저 타성에 젖게 하는 건 아닌지 좀 걱정이 된다.굳이 '문학권력'같은 무시무시한 말을 들먹이지도 않아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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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 향기
서하진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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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진씨는 지금까지 낸 책이 별로 많지도 않고, 유명세가 그리 있는 것 같지 않지만 나는 이 책 한 권으로 작가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좋은 소설의 요건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특히 단편소설에 있어서는 독자의 예상대로만 전개되는 예측가능한 소설은 별로 좋은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서하진씨의 소설은 꼭 마술같이 재밌고, 나도 모르는 순간에 다른 구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읽다 보면 갑자기 '어, 이게 아닌데...' 하는 당혹감이 들면서 이야기는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 이런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불륜을 많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너무 흥미위주의 소재가 아니냐는 평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건 그런 남녀간의 애정문제는 아닌 것 같고,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에 대해 말하려고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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