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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왕 하커 ㅣ 선스시 동물동화 1
선스시 지음, 이지혜 그림, 신주리 옮김 / 다락원 / 2017년 10월
평점 :
중국작가협회 제3회 전국우수아동문학상,
2007년 청소년추천우수도서, 선스시의 동물동화,
1권 < 사슴왕 하커 >
최근 초등아이는 <시튼 동물기>를 읽고서,
사실적인 동물의 이야기임에도 감동을 받았다죠.
이렇게 동물, 곤충에 관심이 있는 아이라면 더더욱
흡인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초등추천도서,
그리고 만약 그동안 관심이 없었더라면,
'동물소설'의 소설적인 매력으로 눈을 띄게 할 책.
책의 제목은 <사슴왕 하커>이지만,
다섯 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랍니다.
사슴왕 하커는, 그 중 한 이야기이고요.
저는 특히 '붉은 젖양 시루아'가 인상적이었어요.
운명적인 우연, 그 시간과 경험들로 인해
예상되는 경로와 달라지는 동물들의 운명.
주어진대로가 아닌 생각하는 '시루아'의 특별함과
그리고 동물이라는 설정이지만 심히 인간들에게도
있음직한 설정에 대해서 훅! 감동을 주더랍니다.
시루아는 우두머리로부터 사랑받는 양이었어요.
새끼를 낳을 생각에 행복해하던 시루아,
그런데 태어난 새끼는 생명이 붙어있지 않았고,
시름에 빠져 기운없이 무리에 함께 하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날, 양의 무리를 늑대가 덮칩니다.
보통, 늑대는 양의 목덜미를 물어 숨을 끊고
그 피로 배를 불리는 족속이건만,
아기를 기다리던 불은 몸과 시름에 잠긴 정신에
늑대에게 바로 제물이 될 줄 알았던 시루아는
늑대의 굴 속으로 정신이 붙은 채 잡혀갑니다.
늑대는 배를 불리려는 목적으로 시루아를 잡은 것이 아닌,
바로 새끼 늑대를 키우기 위해서였죠.
늑대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동물입니다.
대신 타 늑대가족에 대해서는 인정이 있진 않죠.
새끼늑대를 낳던 어미늑대가 죽음의 고비를 넘지 못해
새끼 중 하나가 또한 굶어죽게 되니,
아버지 늑대로서는 남은 새끼를 어떻게든 살려내고 싶고,
하지만 너무 어린 바람에 육식으로 바로 가능하지 않아,
그리하여 시루아는 ‘젖양’으로서 늑대 굴에 끌려오게 된 거죠.
양의 무리에 위협이 되는 새끼 늑대라...
시루아는 이 소름끼치는 상황이 치욕스럽습니다.
하지만 어찌 도망갈 수도 없고, 젖을 물려주는 시루아를
어미로 생각하는 아기 늑대에게 모정과 비슷한 감정도 생깁니다.
동물은 복잡치 않은 존재인건지, 아기 늑대도 본능에 따라
시루아를 어미로 알게 되지요.
아비 늑대로서는 아기 늑대의 황당한 행동에
점차 시루아를 제거해야 함을 느끼죠.
그러던 어느 날, 늑대에게도 또한 위기가 다가오니
사냥꾼이 늑대의 존재를 눈치채고 잡으려하고,
이 상황에서 아비 늑대로서는 남은 자식을 위해,
본인을 희생해서라도 지키고자 하지요.

그리하여.. 루시아는 때를 맞춰 아기늑대와 이별을 하고
무리로 돌아와,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듯 싶었습니다.
아기 늑대의 젖양으로서의 경험은 루시아를 다르게 만들어,
이제 늑대에 대한 무조건적 공포에는 빠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들 룬자를 당당한 양으로 키워내려하죠.
늑대는 가족을 중시하는 동물이었던 점, 루시아는
그 당황스럽던 경험을 지워낼 수 없었지요.
루시아는 룬자를 키우면서 그 교훈을 주입시켰으리
믿고 있었던 터였습니다. 보통의 숫양이 아니라 생각했죠.
무리를 위협하는 늑대의 출연....
루시아가 맞이한 상황은 또 다른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흡인력 강한 동물소설, 그 이야기 전개는
심히 드라마틱해주니, 초등도서로서도 흥미진진하게
선스시의 작품에 빠져들 수 있으리 싶었답니다.
또한 감명받았던 이야기는 ‘죄를 지은 말’ 이었습니다.
선스시의 동물에 대한 지식과 상상력으로 풀어낸
사실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이야기.
마술 연기자 러우아자와 가족처럼 가까운 말과의 이야기.
하지만 러우아자가 고향처럼 생각되는 마을에서의 공연,
무리한 공연을 추가했다가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바로 찰떡궁합과 같은 말인 바이산후가 뱀을 보고 놀라,
러우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하지만 러우아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예언으로
말을 힘들게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로 그동안 애정을 쏟은
바이산후를 죽음의 위험에서 구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죄를 지은 동물은 죽이는 동네의 풍습에 따라
바이산후는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게 되는데...
곡예단에게 말들의 우두머리였던 바이산후를 잃으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되는 문제가 있었고,
또한 러우아자의 유언도 있고 하여....
다행히도 목숨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바이산후의 태도가 전과 달라지고,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는 동물답지 않은 위기를 겪고,
또한 말들의 서열싸움, 아들과의 불화 등...
전개되는 이야기는, 또한 번역도 매끄럽다보니
독자에게 동물소설의 매력을 흡뻑 즐겨보게 한답니다.
그리고, 제목으로 쓰인 이야기,
<사슴왕 하커>는 기대처럼 매력 퐁퐁.
무리를 이끄는 대장 사슴 하커.
기본적으로 선스시의 동물소설에서는
속깊은 리더가 나오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들이 겪는 예상외의 상황들에서
안타까움도 함께 느끼게 되고
더불어 짠한 마음과 그리고,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음도 읽게 되지요.
여러 상황을 고려하는 리더의 면모,
주어진 본능에 끌려가는 강요된 순리가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어있는 동물들.
초등추천도서로, 청소년추천도서로
아이들도 좋아할 책이지만,
어른들이 보기에도 상상력과 감동,
신선함을 느끼게 되는 독서의 즐거움을 준답니다.
전에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소설가가, 이야기 덕분에
타인을 이해하고 약자를, 동물을 이해하면서
그렇게 사회가 성숙하게 되는 것 같다고
(이런 늬앙스로...) 이야기를 했지요.
사슴왕 하커를 읽으면서의 느낌이 딱 그랬네요.
이렇게 동물동화를 읽고보면, 동물의 종류로 보기보다
각각의 동물의 생각이 무얼까 궁금해지고,
지구상 생명체로 더욱 가까이 느껴질터이니 말이죠.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집단 속 개인의 각 입장에
좀 더 생각해보게 될 수도 있게 되겠으니 말이죠.
'죽는 것이 기정사실이라면 하늘의 뜻이든 운명이든
한 번 맞붙어 보자!'
더불어, 선스시의 매력적인 이야기들은
새로운 장르의 책이 독서의 쾌락을 강하게 선사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