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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 반짝임과 덧없음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문예출판사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헤르만 헤세를 만나보지 못했더라면,
이 책부터 시작하라는 평을 본 적이 있습니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명작을 남긴 헤세,
이 책을 통해 이름만 익숙하던 그를 느껴보게 됩니다.
일단, 책을 통한 느낌은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 눈을 가졌다는 점.
그 근원적 아름다움을 묘사해내는데..
인위적인 억지스러움보다는 흘러가듯 자연스러움을 표현해낸다 싶으니,
현실적이되 차갑지 않다는 느낌이랄까요.
뒤로 엮은이가 붙이는 긴 설명의 부분에서
헤세를 더 느껴볼 수 있었는데,
우선 앞서 엮여진 헤세의 글들을 보건데..
인간들이 어떤 지역에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게 되면
정작 농업과 정원수에 해를 끼치는
배추흰나비나 다른 생물체보다 좀 더 고결하고 희귀하며
아름다운 생물 종들이 희생되고 사라진다.
나비 수집에 관하여, 뭔가 마음이 걸리는 면이 있었던 것인지
애써 수집에 관한 두둔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마다 가치관이 있겠으니, 느끼는 면이 다르겠지만
저는 곤충채집을 반대하는 입장이라,
그들이 자연에서 허락하는 생명의 기간을 인간이 단절시킴에
사실 거부감을 가지며 읽게 되었더랍니다.
이 책을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웠기에 읽고 다시 돌아가 읽게 되었는데
앞으로 다시 읽어보니 이렇게 수집에 관할 설을 풀고 있었네요.
물론 인간이 정비니 기술개발이니 하며 환경 자체를 건드리다보면
배추흰나비 등 희귀한 생명체들이 사라지게 되곤 하는데..
헤세는 그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그리하여 그때 이러한 생명체가 있었음을 기록하고자 수집이 의미가 있다는 주장으로
나비수집을 두둔(?)한다 싶었습니다.
뒤로 엮은이가 설명하는 바에 의하면
헤세가 나비수집과 낚시를 가장 즐거워하는 취미였다 하다가
후에 동물에 미안함을 느껴서인지 그만두었다고 설명하기는 합디다.
보통 내 취미는 대단하다 주장하고는 하는데,
비록 두둔하며 설을 풀어내기는 했지만
옳다구나 행동에 정당함만을 주장하기보다
움직임이 달라지는 인물이기도 하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이건만
책을 통해, 헤세를 느끼는 기회가 더 즐거웠더랍니다.
헤세가 초원을 기억하기를,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초원에 비하면 선명하지 않을 정도라 합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자주 동행하는 아릿한 행복감.
풀밭에서의 고독한 시간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추억이었다죠.
그 누구의 간섭이 없는 자유로운 초원에서
그 초원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나비.
그러하니 헤세에게는 나비는 행복감의 대표 결정체이리 싶네요.
헤세만의 이야기가 아닌,
그의 친구에 관해서도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름답고 행복감의 결정이라 하더라도,
나비 수집을 즐긴 모든이에게 나비가 행복감으로 동급이 될 수많은 없었으니..
"아쉽게도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
그 일을 생각하니까 기분이 안 좋아졌네.
창피한 이야기지만 한번 들어보겠나?"
친구는 공작나비가 갖고 싶었습니다.
공작나비는 희귀한 품종이었죠.
그런데 젠체하는 한 녀석에게 이 나비가 잡히니..
보기만 했으면 하는 마음에 구경하다 견물생심,
표본채집된 나비를 범하고 맙니다.
수치심만이 문제가 아니었고
그 귀한 나비에 해를 입히고보니
나비수집 상자를 볼 때, 수치심이 함께 몰려왔지요.
반짝임과 덧없음.
나비 수집은 아름다움을 영구히 보관하고자 하지만
그 또한 순조로이 뻗을 수만은 없었더라죠.
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그의 작품들에서, 일화들에서 나비를 두고
아름다움의 찬양만이 아니라, 여러 관점을 바라보게 됩니다.
나비로 인한 수치심, 나비로 인한 자유로움,
나비로 인한 속박..
지금도 예전과 변함없이 보이누나
나비는 나비 자체로 아름답건만,
보는 사람에 따라 같은 존재가 달리 느껴지는군요.
두깨가 압박감이 없고, 또한 예쁘게 만들어진 책.
헤세의 작품들로 헤세를 느껴보는 기회도 영광스러웠지만,
엮은이의 글도 헤세를 이해하기에 풍성한 이야기를 제공해준답니다.
작품에서만 느끼기보다, 그의 작품을 엮은이를 통한 해설이
그간 헤세를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독자로서는
감사한 기회였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