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 - 탁재형 여행 산문집
탁재형 지음 / 김영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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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

.... 하지만 그보다는,

비를 피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당신과 만나는 여행이면 좋겠어.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진행자,

탁재형의 여행 산문집.

제목만으로도 '여행'의 시공간에서의

감성이 톡톡 터지겠다 싶은 기대로 펴보는 산문집입니다.

그런데, 책 한장을 넘기자마자 만나는 속마음.


'그보다는,

비를 맞아도 괜찮은 날이면 좋겠어.

비 오고 바람 불어도,

여전히 길 위에 있으면 좋겠어'






저자는 여행을 취미로라기보다 업이기에 해야할 때도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 PD로서, 길 위에 있어야 할 때,

비오고 바람불어도 가야만 할 때.
비가 질척거릴지 모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을 꺾을소냐-






하지 않으면 좋을 것 같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이유. 그것이 의무감이 아니라 한다면,

저자는 의무감과 기꺼움을 넘나드는 여행자였다 싶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들에게서 삶을 더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으니

여행은 장소를 상상하며 떠나지만,

그 이상을 알려주는 기회라는 생각을 더해봅니다.



말라위 수도의 숙소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랄프.

아프리카 여행 중 알루미늄 목발을 가진 여행자, 하지만

고른치아에 환한 미소로 아프리카 길 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여행자.








본디 그런 것이다.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어떤 것을 한다는 것은.

그 길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를 생각해본 일이 없기 때문에.





어떤 기복 없이 지난 일을 그렇게 툭툭 던져놓는 랄프.

당연한 순간이고 시간이기에, 
그리하여 담담하고 그리하여 삶의 주인이 되리 싶습니다.







한가한 시간이 많은 여행을 꿈꾼다.

그만큼 세세히, 즐겁게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산문집으로 풀어있는 그의 여행기록들.

여행지를 둘러보기에 알아가는 감성이 아닌

감성을 따라 그 여행지를 보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그가 이야기하길, 기록하지 않으면 잊게 되기에

그리하여 기록해야한다고. 

그리고 세세히 기록하고자 한가해줘야 한다고.

빨리 지나치느라 의미있던 객체들에 대한 잊혀지는 기억.

여행만 그러겠는지요. 







사실, 저는 그렇게 감성적인 스타일은 아니곤 하여

무한한 감탄사를 날리지 못하는 편이라,

그래서 더 이 책이 다가오는 것도 같습니다.

상대에 대한 공감, 감탄만으로가 아닌

그로인해 나에게 오는 의미를 짚어주고 있기에 말이죠.



두껍게 내려앉은 구름을 탓하지 말 것.

원래부터 그런 것이라 여길 것.

조그마한 틈새에도 고마워할 것.





내 취향으로 100% 돌려두려 하는 괜한 애쓰기보다는

'원래 그런 것'이라 생각해보며 고마워할 부분을 찾아보는 것이

더 지혜롭다 싶곤 합니다. 시간을 충만히 보냅시다.

구름은 두껍게 내려앉아서 할 일을 하고 있을 뿐.







아프리카, 서아시아 등등..

그가 이번 산문집에서 알려주는 곳들은

반짝이는 곳보다는 '원래'라는 생각을 많이 해보는 곳들이곤 합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원래'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의미가 상대적일 수 있으니,  차분히 이러저러 생각에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더하죠.


익숙한 조건과 다르면 상대에 상처주는 행동들을 하는 이들이 은근히 많죠.

그러면 안됩니다! 하고 누군가 이야기한 들, 고쳐지지 않는다면

상대의 나라로 여행을 추천합니다- 싶어집니다.








여행이라는 것은 결국,

그물을 드리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거기엔 반드시, 무엇이든 걸려 있기 마련이다.



'그물'같이 느긋하게 즐겨보는 여행.

무언가는 있겠지 기대해보게 되고,

확인해보니, 행여 무언가 없다면 다음은 어떻게 할 지 생각해보게 하는.

그는 이렇게 그물로 건져올린 기억거리들을 기록하여

우리와 공유해주었더랍니다.

여행지에서의 감성을 담은 사진 감상이 함께 하여,

가보지 못했던 곳 감상의 기회도 함께 누렸더랍니다.

가을에 어울리게도 차분히 풀려있고

돌아보며 생각해볼 시간을 선물받은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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