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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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동서대전>은

동서양 글쓰기 천재들의 핵심비법을 알려주기 위해
688페이지의 분량으로 손목아프게도 묵직하게 쓰여진 책.
이 책의 매력이란,
동서양의 문장가들의 비법을 요약적으로 알려주는 듯 하지만,
읽다보면 역사를 알게 되고, 동시대 동서양의 현상도 알게 되는데,
문장가들을 알려주겠다 하는 책이니만큼,
막대한 분량의 책임에도 재밌게 읽혀지는
필자 또한 일반 독자에게 현대 문장가란 이런것이라고
시뮬레이션 해주는 듯 보이는 책입니다.







동심의 글쓰기

소품의 글쓰기

풍자의 글쓰기

기궤첨신의 글쓰기

웅혼의 글쓰기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

일상의 글쓰기

자의식의 글쓰기

자득의 글쓰기


일단 모두가 궁금해 할 비법은

책의 뒤표지에서 나옵니다.

이 비법만 알면 명문장가가 되겠다 싶으니,

책은 아니 읽어도 된다!?



모름지기,

책이란 '요약본'으로 읽으면 아니됩니다.

비법 9번째에서 말합니다.

자득의 글쓰기! 우리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그 점을 필자도 알고 있기에,

모두가 볼 수 있는 뒷표지에 당당하게 비법을 적어둔 것이지 싶습니다.







동심의 글쓰기는 무엇보다 우선이겠다 싶습니다.

그러니 첫 비법으로 밝혔겠지요?


우리의 18세기에 등장한 지식인과 문인들은

이전 시대와 차별화되는 큰 특징을 가지기를,

바로 '목적 없는 글쓰기'와 '주관적인 글쓰기'였습니다.

사심없는 맑고 밝은 마음으로

어떤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

목적성이 들어있는 글쓰기는 치우치기 쉽고,

또한 억지로 쓰여지기도 하니, 껍데기 같은 글이 되겠지요.



필자가 비법 소개 전에

미리 우리에게 책의 전반적인 교훈을 슬쩍 알려주기도 합니다.

글쓰기는 무목적성, 주관성, 일관성, 다양성, 개방성 등등..

개성과 자유, 자연스로움이 담겨

자기다움이 보여진 자연스러운 글이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감성과 생각이 담겨져야 하고

무목적성을 지닌 '동심'의 마음으로 써야겠지요.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야하니 말입니다.







소품의 글쓰기는 특별하다 싶었습니다.

그간 체계로 둘러쌓인 각 속에 살았던 선비들은

서서히 자아의 목소리를 듣게 된 것일까요?

실학이 퍼지기 시작하며 다른 눈이 보이던 시기,

일상의 소소한 점들도 소재거리가 되며

글쓰기를 맘껏 즐겨봅니다.


성리학에 근거한 옛 기준이 아닌,

주관적인 기준으로 표현하기.

글은 이렇게 자유로워지면서 문장가가 될 수 있습니다.








기궤첨신의 글쓰기 편에서,

동양과 서양의 차이점을 가볍게 짚어봅니다.




18세기 전후해 조선과 중국 등 동양의 기궤첨신한 작품들이 전략적으로 소품문 형식 글쓰기를 취했다면

프랑스 등 서양의 기궤첨신한 작품들은 서간문 형식의 글쓰기를 취했다.

동양에서는 고문의 전통과 전범에 속박당하거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소품문을 통해

유학과 성리학의 정치-지식 권력에 저항했다면,

서양에서는 구체제의 정치-종교-지식 권력에 대한 저항과 자유정신을

서간문을 통해 전사회적으로 호소하고 구축했다 - p.266 



사실, 이 부분에서는 프랑스 등의 서양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동양에서는 기껏해야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소품문이라는 형태만 변화했건만,

서양에서는 반하는 사상을 담아 호소하며 설득하고자 하는 좀더 나아가는 글.

동양의 기궤첨신한 작품은 그저 말은 하겠지만, 강력히 주장은 못하겠다 하는 것이

왠지 소극적으로 보이기도 했고 말이죠.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살기 힘들어서 책들을 그리 심각히 보지 못해서 그런걸까?

혼자서 별별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이 책이 이렇습니다.

단순히 지식전달이기보다는,

더 궁금해지고, 더 읽어보고 싶고

싶다 뿐 아니라,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당위감이 들게 말이죠.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

단순히 글의 차별성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넓은 시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동시에 '박제가'라는 북학파이자 문학적으로는 백탑파인 문장가를 더 궁금하게 합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시각으로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더 자세히 보고, 차이를 생각해보며 풍부해지는 감성.

'검서체'라는 이름으로 붙여지는 문체는 독창적이고 참신했다고 하니,

그간 요약으로만 보던 역사에서의 소중한 인물을 발견하여

역사가 또한 흥미로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 글쓰기 비법은 큰 틀로 알려주기는 하지만,

필자는 문장가들을 보면서 결국 세세한 전술은 

독자의 몫임을 슬며시 알려줍니다.

독서를 통해 생각과 정신을 기르게 되면,

사색하는 나에게서 나만의 글이 나오게 되겠지요.


글쓰기에 관한 요령을 알려준다기보다,

문장가들의 비법은 결국 시각을 자유로이 하여

표현 하기 전에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나의 목소리를 맑게 전달해본다는 큰 틀을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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