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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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이 어찌 과거의 일이기만 하겠소냐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나라 없는 나라.
한국의 혼을 일깨우겠다는 목표를 가진 문학.
심사평에서 이야기하듯, 읽고 보면 햐. 그렇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봉준이 필두가 되어 동학혁명을 이야기하는데,
나라에 대한 전쟁이 언제나 그러했듯, 이 또한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의미를 보아컨데,
우리가 과연 이 현상이 과거의 일이었다고만 할 수 있을까 싶어집니다.
일어나는 주체들이 나라 - 민중 그리고 그 곁으로 일본과 청이 엮여 있습니다.






중요 인물로는 전봉준 외에, 대원군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대원군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데,
서양에 문을 꽉 닫았다 하는 대원군이지만, 그래서 우리가 늦었다 라고만 말하기에는..
우리가 배우기에는 부정적인 인물로만 보이긴 했거든요.
학교 졸업을 하고 다시 역사를 보면서 그가 왜 그랬어야 했을까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한 느낌이 이 책에서도 반영이 되어 있습니다.
대원군은 나라를 강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우연찮게 전봉준을 만나죠.
봉준은 대원군의 집에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시끄러운 까치를 잡지 못하는 막둥이를 대신하여, 봉준이 나타나죠.
철통같은 보안이 있었겠건만 어찌 들어왔느냐 하니,

- 뜻을 두고서야 이르지 못할 데가 어디이며,
정성이 지극하면 닿지 못할 바 무엇이겠나이까?


그런데 왠지 그의 지극한 마음이 더 안타까워집니다.
정성이 지극하면 닿지 못할 바 없겠거늘..
그건 이상적인 마음일 뿐인지요.

풍채가 강해보이지 않다 하더라도,
풍채 이상의 강함을 느끼게 되는 대원군,

- 그대가 꿈꾸는 부국강병이 따로 있단 말인가? 
-  백성이 가난한 부국이 무슨 소용이며,
이역만리 약소국을 치는 전장에 제 나라 백성을 내모는 강병이 무슨 소용이겠나이까?


그리하여 그렇다면 상이 반이 되고 반이 상이 되면 그것이 그대의 원인가 하고 물으니,
그것은 진실로 원하는 바가 아니다 합니다.
반상이 뒤집히기로 세월이 흘러 다시 오늘이 되고 말진대 이는 또 하나의 폐단입니다.
공평한 세상은 모두가 주인인 까닭에 망하지 않겠다 합니다.

이 구절에서 은근한 소름이 돋습니다.
공평한 세상이라 하여 소유를 똑같이 나누는 사회주의 사상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시시비비를 따질 때 억울하다는 심정은 없어야 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겠지요.
이 어찌 과거의 일이기만 하겠습니까.
게다가 반상이 뒤집히면 나에게 득이 오니 이것은 좋은 세상 하고만 이야기할 문제도 아닙니다.
결국 갖고 있으면 또 다시 같은 행태를 벌이는 것이 인간의 지독한 심성이기도 하다 싶은 생각도 해봅니다.
지금 뒤 엎어서 세상을 잡고 흔들겠다 하는 심성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이다 싶게, 각각의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정직하게 낼 수 있다는 세상.
봉준이 진정 마음 속 깊이에서 그렇게 이야기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작가의 해석이 글로 전달되어 메세지가 가슴을 울립니다.







참 비운의 국가이다 싶습니다.
욕심을 부리는 이웃나라를 둔 덕(?)으로 바람잘날이 없고
또한 그에 편승하려는 무리들이 생겨나니 나라 없는 나라가 되어 왔습니다.
제 역할을 잘하는 이들이 분명 있었을 터이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나는 내 옳음을 주장하겠다 하는 이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그 옳음의 가치관이 너무 개인적이어서 지멋대로 행동하던 개화파도 있었더랬죠.

제가 배우던 교과서에서는 개화파가 마치 나라를 위해 온건히 행동했던 마냥 이해가 되어 있었는데,
요즘 들어 새로 읽어보니 정말 가관이더군요. 멋대로 물리쳐두고 왕에게 이제 다 되었습니다 하며
왕이건 뭐건 자기 꿈을 이루는 스케치북으로 나라를 갈겨두었더라구요.

물론 곁에서 그런 욕망의 이웃 나라가 없었다면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겠거니 싶지만,
하지만 우리끼리 머리를 맡대고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배신 없이 선의를 다 했더라면, 내 살 길을 택하겠다는 생각보다
조정에서 이뤄지는 결정이 이 나라를 어떻게 움직이게 되는지를 생각하는 책임감이었더라면..
역사를 보면 아쉬워지고 맙니다.

우리 역사가 사뭇 외세에 기대서 같은 나라 사람을 잡아온 역사가 한 둘이 아닙니다.
어딘가에 기대서 해결하는 결정이 부끄러워집니다.

동학혁명도 또한 우리끼리 해결을 해보는데
관이 민을 장악하지 못했다 하면,
그렇다면 민이 올라서서 일을 해보고
그런데 그 민이 잘못하면 다시 기존의 관이 올라서고
이 안에서 그 역사를 가졌더라면 우리의 정치도 성장하는 합리성이 더해지지 않았을까
아쉬움도 가져봅니다.






전봉준이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원한다 전쟁을 벌이지만
물론 모든 민중의 생각이 같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 댁네들 세상은 이미 끝났어!


하나의 목소리일 수는 없습니다.
항상 치정자를 욕하지만, 사실 우리도 그리 다를 바 없기도 합니다.
되는 게임을 해보고 싶고, 그래서 어떤 힘이건 갖다가 이기기만 하면 된다 생각하는 이도 태반일 것입니다.
옳은 일을 하겠다 하더라도, 목적보다는 결과로 생각하는 이들이 모여있기에 말이죠.

그럼에도 봉준은 목소리를 내고자 전진합니다.







사대부들이 있다 하나 그들의 일이 노니 소니
벽이니 시니 ...
어찌 조선시대의 일이겠기만 할까 싶습니다.
그나마 외세의 힘을 빌지 않는다는 건 발전했다 해야 할까요.


하지만 또한 곁으로 무럭무럭 야심들이 자라나는 나라들이 있으니,
아무쪼록 우리도 나라 없는 나라가 아니라,
이 나라를 지키고자 합리적으로 키워보아야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러한 문학을 읽어보며,
비난의 눈으로만 나라를 지켜볼 것이 아니라,
그리하여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건설적인 시각을 갖추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절묘하게도 비슷한 환경이다 싶은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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