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마스다 미리의 신간 에세이.

공감단으로 만나보게 되면서 점점 그녀의 작품에 빠져드는 것은

아마도 솔직한 이야기가 부담이 없으면서, 동시에 그녀의 생각들이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살다보면 정말 어이 없는 일들도 있고, 너무하다 싶은 경우도 있습니다.

어떨 때는 화가 나는데, 그 화가 그냥 내 안에서만 머물기도 하죠.

책에서 마스다씨의 화는 대부분 그렇게 풀려가고 있었더랍니다. 그녀만 그럴까요? 많은 분들이 그런 경우가 많지 싶습니다.

잠 못 잘 정도로 화가 나 있을때, 그녀 만의 다독임 - "그 화에 슬픔은 있니?"

어쩌겠습니까, 화가 너무 나지만 그 근원이 어떻게 변경이 되지 못한다면..

내가 나를 다독여야지요.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지만, 글만 있는 건 아니고 이렇게 네 컷 만화도 곁들여져 있답니다.

그녀의 특유 재치가 담겨서 말이죠. 그 재치가 어쩌면 이렇게 공감이 가던지.


<너무하네>

사람이 많은 도쿄. 도쿄에 사람이 많네요 하고 운을 띄우면

그러게요, 사람이 참 많죠? 하고 이야기해주면 얼마나 훈훈할까요?


"도쿄여서 그런 건 아니지 않나."


그 사람 참.

좋게 말해 '여유'가 없지, 그냥 '싫다' 하고 생각이 들어버리겠습니다.

그녀의 이야기이기만 할까요? 이런 사람들 만나기 참 쉬워요.

그냥 지나가는 공기 즈음으로 생각해야겠다 싶지만 순간 구깃해지는 기분은 어쩔 수 없어요.





교통사고 - 이 이야기는 저도 함께 화가 나더랍니다.

여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일시 정지를 무시한 승용차 피하느라 오토바이에서 굴렀지요.

운전하던 중년 여성도 그 사실을 인정하고 병원으로 직접 데려다 주었다고.






그런데, 며칠 후 여자는 다친 사람을 우연히 발견하고 병원에 데려다준 스토리로 바꾸어 찾아왔습니다.

병문안용 과자 선물을 가지고 말이죠.


'좋게 좋게' 상황을 잘 해결하고자 하는 건, 마음 약한 사람만의 생각이었던걸까요?

행동거지 잘못하고도 소름끼치는 이들이 종종 있죠.

누가 뭐래든 자기 양심은 알고 있을 텐데, 참 너무하죠.

결국 중년여성은 오토바이 수리비도 주지 않고 그냥 홀연히 떠났다는

이거 너무하네 싶은 이야기.



소소한 일들에서 작은 화들이 아닌

이건 참 어이없는 상황에서는 정당하게 화가 납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저,

그런 양심불량 여자에게 결국 어떻게 처리하지 못하고 화도 못낸 가족에게도 화가 난다는 마무리를 합니다.

에세이를 통해, 그녀의 상황에만 공감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이들이 사회에 있다 하는 것, 우리에게도 조심시키는 교훈도 남기게 되네요.






태어나고 자란 곳, 오사카.

그녀의 고향인 오사카에서는 상점 개업식날, 화환은 마음대로 가져가도 된다는 관습이 있다고 해요.

개업 축하 꽃이 바로 없어지면 이 가게가 번창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그녀가 도쿄로 올라오고서, 반찬가게 앞에서 그렇게 했답니다.


"이 도둑!"

그녀는 졸지에 꽃도둑이 되어 버리고,

그래서 오사카에서는 그렇다고 죄송하다 했건만.


"바보! 도쿄나 오사카나 도둑은 도둑이지!"

내가 몰랐네~ 하는 이해해주는 대답을 기대했지만...

그녀는 그저 시장 한복판에서 도둑으로 몰리고 말았습니다.


마스다씨, 화를 내야지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울먹여버렸습니다.

화가 나면 울먹이기부터 하던 어린시절에서 성장되지 않은 것 같아 화가 납니다.



앞서 교통사고는 정말 너무한 이야기라서, 심각했지만

이렇게 심각하게만 끝나지 않는 마스다씨의 이야기.

오사카 친구에게 이야기하다보니, 친구가... 

"개업 축하 화환, 정말 가져가도 되는 거야?"

은근 반전스러운데요?






우리가 살면서 말로는 하지만, 책으로는 뭔가 그 감정을 다 쏟아넣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그 '화난다' 하는 감정들이 쏟아져있는데, 

이 책은 화로 가득찬 책이 아니거든요. 그랬으면 읽다가 같이 펑~ 터졌을지도 몰라요.



이렇게, 훗, 하고 웃어볼 수 있는 만화도 함께 해요.

그리고 이 만화 내용, 정말 공감가지요?

"맛있게 해서 신 발매" 하고 광고하면

전에는 별루였어? 하고 생각이 드는 것.

저도 마스다 씨처럼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이 상황도 재밌어요.

친구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며, 또 봐~ 인사를 하다가

앗!


이를 때를 대비해서 예쁜 종이가방 챙겨두었는데

잊어버렸어!!!!



이런 경우, 없으신가요? 저도 이런 경우 정말 많아요!!

저만 그런가요....?

마스다 미리 작품들이 참 좋은 건,

멋드러지고 똑부러지고 이런 <모범 예> 들의 이야기보다도

보통 사람들이 2% 부족한 공간들을 이야기해서 더 사랑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이야기도 꼭 소개해드리고 싶었네요.

크레페 가게에서 잔돈으로 100엔을 받으려던 아주머니, 그만 100엔짜리 동전을 놓치고 말았어요.

대나무 발처럼 생긴 바닥 틈새로 빠져버린 100엔.

어떻게 꺼내기가 힘들어 보여서 아르바이트 여학생들은 포기하라는 식의 응대를 했는데,

마스다 미리씨, 아주머니 뒤에서 그 상황을 보니 살짝 화가 납니다. 100엔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런데, 아주머니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바닥에 납작 업드려서 꺼내리라, 확고한 의지를 드높였답니다.

그리고 결과는? 크레페가 식기는 했지만 100엔은 구출했다는 박수칠 결말!

포기하세요.. 하는 무성의한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해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나는 포기하지 않겠다 하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아주머니, 행동으로 모범을 보였어요.



꼭 화를 낸다고 해결이 되는 건 아니에요.

에세이 전반에서는 화를 내야만 해! 하고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뒤로 갈 수록, 화를 내는 것만 능사는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게 되기도 하더라구요.

이 아주머니, 참 멋지죠?






마스다 미리씨, 한자를 잘 모른다 해요.

그냥 도망가버리겠다 하는 피하기 수법을 잘 써서 인 것 같다며,

모르면 물어봐야하는데, 그로인해 돌아오는 그것도 몰라? 하는 응대가 마음 아파지곤 해서 말이죠.

자신의 당연함이 상대를 상처입힌다는 것!

그녀의 지인이 5년째 아기가 없어서 스스로도 가슴아픈데,

"아기는 아직이야?" 하는 의미도, 인간적 선함도 없는 질문.

그녀는 한자도 영어도 어려운 나는 바보다 하고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아기는 아직이야?"하는 배려 없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고.

진정한 바보는 누구일까요?




■ 남의 마음에 흙발로 들어가면 안돼요!!

추석이 다가옵니다.

결혼을 하고 싶은데, 아직 못하는 이들에게

취업을 하고 싶은데, 아직 못하는 이들에게

"아직이야?" 질문하는 바보가 되지 맙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