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 한국과 일본, 라면에 사활을 건 두 남자 이야기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김윤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한국과 일본, 라면에 사활을 건 두 남자 이야기

★ 라면이 바다를 건넌날



제목만 보고는 라면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인가보다 했습니다.

그저 '라면'이야기 이겠구나 했죠.


광복 70주년. 그리고 아직도 공식적인 양국의 관계는

사실 그렇게 이웃이다 하기 어렵습니다.

이웃이라서 그런걸까요 싶기도 하죠.

물론 그 공식적인 각국의 입장들은 어떠한 이득들이 있기에

'공식'이지만 사실 두 나라의 민간을 모두 대변한다고까지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역사에서 마무리 되어야 할 문제는 마무리되어야 하지만,

그렇지만 전체에서 일부는 <인간적인 선의>를 가지고 있다는 관점은

우리도 인정하고 가야한다는 포인트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싶습니다.



단순히 라면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시대와 관계에 관한 이야기.

삼양라면과 묘조라면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봅니다.

일본 묘조라면의 오쿠이 기요스미 사장,

한국 삼양라면의 전중윤 사장,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봅니다.








그렇게 비관할 일만은 아니야. 

이번 실패는 반드시 

다음 도전 때 성공을 가져다줄 열쇠가 될 걸세.

아니, 반드시 성공해야 해.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는 일본입니다.

면은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편리하게 먹는 상품으로 만들어 내기는 일본이었죠.

그 처음 시작은 묘조식품, 오쿠이 사장이었습니다.


한국전쟁의 발발과 더불어 전쟁특수를 통해 일본경제에 득이 오게 되죠.

전쟁이 나면 해당국가는 폐허가 되지만 그 주변에서는 일종의 특수를 맞게 되니 말이죠.

그리하여 밀이 풍부히 들어오고, 건면 생산이 민간에서도 가능해집니다.

오쿠이는 일반 면이 아닌 서양면, 

이탈리아 스파게티를 먹고서 새로운 건면을 생각하게 되죠.


없던 것을 새로이 만든다 하면,

아이디어에서 실행, 판매까지 쉽지 않은 일이죠.

건조하고 가공하는 과정도 새로이 만드는 것이며,

또한 기계를 어떻게 이용할 지..

시식행사에서 불량품이 이용되며 거친 싸늘한 반응.

그리고 판매에 이르러, 유통과정에서 시간에 따른

예상치 않은 상품의 변질.


그저 우리는 손에 라면 한 봉지를 쉽게 잡아보지만

전혀 새로운 물건을 생각하고 만들고 그리고 우리손에 오기까지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흐름이다 싶습니다.


원조 라면회사는 그렇게 성장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한 면으로써만이 아닌 별첨 스프의 개발.

어떻게 맛을 내서 상품화 시키게 하는지의 과정을 보면

최초 상품에 대한 기업가란 이런 것이구나 존경심이 자연스레 나왔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한국의 사정은 비참했습니다. 

폐허가 된 땅에서, 식량 사정은 더불어 비참했죠.

일본에 쌀을 수출할 정도로 넉넉하던 사정은,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버렸으니 권장 칼로리에 턱없이 부족한 영양상태였습니다.

일명 꿀꿀이죽이라 불리는 미군 음식 찌꺼기의 조합에 모여드는 서민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꿀꿀이죽에서는 단추도 나오지만

내일 죽더라도 오늘은 살아야겠다는 정신으로 몰려드는 서민들을 보고나니,


쌀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체식량 개발이 필요하다는 정신을 갖게 됩니다.

라면계의 대부인 전중윤은 그렇게 숙명적인 의무감으로 라면생산에 매달리죠.

그리고 그 도움은 일본에서 받고자 합니다.

일본과 한국은 공식적 입장이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았음에도

민간입장으로 일본에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그리하여 정부 자본의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도움을 주기는 해도 총 자본 규모 자체가 쉽지 않은 상태.

그나마 다행히도 대체식량을 위해 라면사업의 필요성을 어필하고

5만달러의 지원을 받고 사활을 겁니다.








전중윤은 끝내 인간의 강인한 의지가 승리하리라 믿고 있었다.


일본산업은 라면전쟁 중이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술싸움이 벌어지는 이른바 라면산업 선진국이었던 셈이죠.

전중윤에게는 소기름으로 칼로리를 보충해야 하는 국민들,

끼니를 챙길 수 없는 국민들을 위해 시급한 대체식량을 개발해야만 한다 의지를 다집니다.

그리고 그의 염원은 묘조식품 오쿠이 사장에게 진심이 전해집니다.

오쿠이 사장도 또한 강직한 성품이었던 터라, 그에게도 전사장의 염원이 보였던 것이죠.


오쿠이 사장이 이탈리아에서 스파게티면 기술에 관해 무상으로 배워오게 되었듯이

한국 사정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으로 기술을 전파합니다.

기계 설치에 관하여서도 무리하지 않는 선으로 지불 받고

향후 판매에 대한 로열티도 없이 기술력을 전달해줍니다.

회사 내 관계자 몇밖에 모르는 스프배율은 공식적으로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오쿠이 사장은 비밀편지 속에 자세히 적어서 전중윤 사장에게 전해주지요.

그렇게 한국에는 삼양라면이 시작됩니다.

라면은 우리 국민에게 그런 소울푸드였던 것입니다.




좋지 않았던 역사에 대해서의 미안함을

그래도 일부 민간인들은 알고 있다는 것을,

집단으로서는 떳떳치 못하다 하더라도

그 중 일부는 인간으로서의 선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라면'의 존재가 지금은 '인스턴트' 식품으로서 고칼로리이다 라고 평가되지만

그 시대는 그 고칼로리가 얼마나 고마운 영양이었을지요.

식품 가치로서는 지금의 평가가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적인 의미로서, 우리에게의 라면은 소울푸드인 것입니다.

일본에서 바다를 건너 한국으로 오던 날.

어찌됬든 집단 속에 선의를 가진 고마운 이는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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