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감 - 지친 나를 일으키는 행복에너지
이주은.이준 지음 / 예경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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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감 美感
미감 味


미감이라는 단어의 두 가지 해석에서 시작해봅니다.
지친 나를 일으키는 행복에너지.

이 책은 음식과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해 봅니다.
르네 마그리트 <우편엽서> 그림으로부터 시작해보는 책.

요즘은, 배부르기만을 위해서 음식이 가치를 가지지 않죠.
평균적으로는 우리는 살만해졌어요. 물론 물가나 등등의 이유로 100% 괜찮다는 아니다 해요. 
경제적으로의 세세한 요소를 제하고 큰 눈으로 보자하면 그래도 살만해졌기에,
음식에 대해 가만히 바라보며 본연적 효능에 대해서만 아닌, 그 이상을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집필 구조부터가 흥미롭습니다.
이주은씨는 미술과 감정의 접점을 찾아내는 스토리텔링에 능한 작가.
그리고 음식에 있어서도 기본재료지만 상당한 변신을 꽤하는 달걀을 좋아하는 취향을 자랑하죠.
그녀와 함께 이 책에 음식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셰프는 바로 이준셰프.
이준 셰프는 매스컴을 통해 이 사람 유명한 셰프구나 하고 다시 알게 되었는데요.
창작요리를 좋아하는 그는 이주은씨와 함께 대담을 나누며 주제에 따른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음식은 생존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예술적 경험이기도 하고, 인간 관계의 끈이기도 하다.
그림과 요리를 보는 동안 시들어가는 자신을 회복하고 몸과 마음을 행복에너지로 충전하여,
이제는 '아무거나'가 아닌, 맛과 멋을 즐거이 선택하는 감각 있는 당신으로 살길......
- 프롤로그, 이주은





한잔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을 때
<미감>은 음식과 그림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 뿐 아니라 소설이나 영화 이야기도 함께 해요.
그래서 더더욱이 읽는 재미가 있는데요.

음식 이야기 하면, 성인버젼으로(?) 술을 또한 빼놓을 수 없지요.
술은 또 가지고 있는 성향이 또 다른 기분을 만들어내기도 하죠.

"약간 수줍어하고 망설이는 듯하지만, 아주 조신해"
<맛 taste> 소설 속, 미식가 프랫이 와인을 표현하기를 사람을 묘사하듯 말합니다.
꿀꺽 하고 마시기 전에 음미를 하기를 추천하는 술이 바로 와인인 것이죠.
이렇게 뜯어보는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예술가 중에는 흠뻑 취해서 그 기분으로 예술활동에 감수성을 일깨우고 자기 한계를 뛰어넘어보기도 했죠.







'절제'의 개념이 술을 적당히 마시라는 절주의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흠뻑 취해보는 것도 가끔 기분에 좋으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오래오래 즐기려면 잔이 넘쳐서는 안된다고 하는 챕터가 사뭇 마음에 듭니다.

"단맛이란 참고 참다가 가끔 조금씩 꺼내먹어야 질리지 않는다.
사랑의 단맛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귀한 줄 알아야, 더 기쁠 수 있는 것이라
그리하여 넘치지 평생 즐거울 수 있으려면
술도 또한 정신이 멀쩡하면서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를 지켜야겠지요.

절주와 관련된 그림으로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 존 프랜시스의 <와인, 치즈, 그리고 과일>을 소개합니다.
와인과 함께 하는 달콤한 과일들과 치즈, 그리고 와인이 함께 하는 테이블.
이렇게 많은 것이 있다 하더라도 취하지 않도록 먹는 것은 나 자신의 절제력이 발휘되어야하는 것.
인생에서 여러가지 풍족한 기회들, 상황들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 지나치지 않게 택해야 하는 주체는 바로 '나'인 것이죠.

길고 은은하게 빛을 발휘하며 인생을 즐겨봅시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뿐
영화 <카모메 식당>의 배경은 핀란드 헬싱키 조용한 동네.
오니기리나 시나몬 롤, 커피를 팔고 그날그날 요리로 연어구이나 돈가스가 나오는 식당.
이렇다 하게 떠들썩 한 식당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과 멀어지고 싶은 손님들이 모입니다.
심플하다는 실용적이라는 느낌의 핀란드이지만, 모두들 단순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고,
행복한 사람이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을 뿐이라는 메세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모여 주먹밥을 먹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지쳤을 때, 맛있는 걸 든든하게 먹자는 결말.
음식으로 힐링을 한다는 말들도 있죠.
함께 모여서 주먹밥을 먹는다는 설정은 각각의 먹거리를 같은 공간에서 먹는다는 것,
그렇게 배를 채우고 서로를 다독이는 함께 먹는 식사의 다독이는 안아줌을 느껴보게 됩니다.




북유럽 디자인의 핵심은 재료나 모양에서의 아낌, 즉 검소함이다

단순해서 그래서 우리가 더 끌리게 되죠.
북유럽의 단순함. 우리 사회의 과욕과 과열, 과다 경쟁과 대비되는 편안함이 됩니다.
책에서는 이렇게 북유럽 디자인 이야기만이 아니라,
더불어 도시에서의 참을성 없는 분노들 이야기도 함께 나오는데요.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요. 부정적 감정의 폭발도 워낙 과하다보니
우리는 여기저기서의 절제력 없는 상황들이 참 힘든 사회에서 서로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의 구성은 한 저자의 써 내려감 뿐만이 아닌,
이준셰프와의 대담도 함께 한다고 했지요.

졸라와 세잔은 친한 친구였습니다.
어릴적부터 친하던 친구였으나 졸라는 소설가로 명성을 얻고 잘 지내게 된 반면,
세잔은 재능을 늦게 인정받았던 친구였지요.
그런데 졸라는 소설 <작품>에서 세잔의 모습을 주인공으로 한 묘사를 하게 됩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세잔은 "자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제야 알았네"하며
연락을 끊게 됩니다.





졸라가 먼저 세상을 뜨고 세잔과 화해의 기회를 놓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미술사가와 셰프는 '나이듦'을 이야기해봅니다.

나이가 들면 소중한 것들을 챙겨보며 남은 시간을 더 편안히 보내는 것이 행복하지 싶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서 등지고 있던 것들, 응어리들을 풀어가며 말이죠.
그래야 후회가 사라지니 말이죠.





여기서 셰프는 나이듦과 관련하여 숙성되는 과정을 거치는 요리를 소개합니다.
식해는 대표적인 에이징요리이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시간이라는 요소로 한결 맛이 부드러워집니다.
노인의 지혜가 세월이 갈수록 깊어지듯, 날것의 상태로 자존심 세고 오만하던 식재료가 우아해집니다.



 

<미감>은 이렇게 시각과 미각을 넘나들며 우리에게 아름다운 감정을 이야기해줍니다.
아름다움은 '나를 보살피기'와 더불어 '너를 움직이기'까지 이어지며
그림과 영화, 소설 그 모든것을 통해 나를 시작으로 너에게까지의 관계에서 아름다움을 이야기해주고 있답니다.

'너'라는 대상은 사람으로서의 상대방일 수도 있지만,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될 수 있겠죠.
관련이 없는 대상이라며 그와 그녀, 그것이라 하기엔
세상이 너무 삭막하니, 나를 제외한 모두를 너라 해봅니다.

미학이라는 학문이 이런걸까요?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분야이지만, 미감이라는 아름다움을 다루는 책을 읽고 나니
대결구도가 아니라 안아주는 포옹적인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코너로
소개되었던 작품들을 알려주고 있답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 책, 참 좋다! 하면서 
참 예쁘다는 감상을 한껏 풀어두고픈
멋진 책, <미감>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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