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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KBS 선정 도서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 책은 인도출신의 미국의사가 죽음을 바라보며 쓴 글입니다.
현대 의학계에 종사하지만, 동시에 가족 중심의 사회인 인도를 알고 있는 저자.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의사였고, 이민1세로 미국에 정착하였죠.
특히 철학적인 주장들만이 아니고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사례들도 알려주면서
또한 저자 가족에 대한 이야기까지 함께 하다보니, 이 책이 더욱 유효하게 읽혀졌습니다.

독립적인 자아에 대한 존중.
이런 삶의 방식에는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독립적인 자아에 대한 숭배가 삶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할 때야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하지만 우리의 몸은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가 힘들어집니다. 아무리 건강관리를 해도 뼈도 관절도, 장기들도 모두 노화가 되는 것이죠.
성인이 되고서는 모두 흩어지게 되는 구조의 사회이다보니, 특히 노인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오히려 사회구조가 고립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노인들은 일상적인 일의 사소한 부분에서도 불편을 겪게 되는데, 이것이 병마와 싸워야 할 경우에는 그 불편함이 더해지는 것이죠.
그리하여 책을 읽다보면 이러한 '독립적인 자아'들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노인들의 고생을 완화하고자 하는 '어시스트 리빙'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고
이에 대해 입주하는 노인들에게는 최소한의 비용을 받고 자원봉사자들이나 그 외의 다른 소싱들을 통해서 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약자들에 대한 사회의 임무를 세금의 힘을 빌리지 않고 개인들이 단체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노인들이 '집'에 있는 느낌이지만 가족처럼 누군가 도와준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
일상을 살다보면 잘 모르지만, 어딘가 건강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알게 되지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말이죠.
저자는 의사로 활동하는 아버지가 활기 넘치게 활동하지만, 몸이 노화되는 것을 발견하고 은퇴후 쉬는 모습을 함께 하게 됩니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발견한 순간, 보통의 우리라면 바로 수술을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자의 아버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생활에 불편이 생긴다면 그때 급할 경우 수술을 하겠다며,
의학에 바로 기대는 태도를 버리고 자신의 삶에 더 집중합니다. 그리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역에서 집중하며 다시 활력을 찾고 생활하지요.
그리고 중간중간 그는 어떻게 자신의 생을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그 날이 온겁니다. 그의 아버지는 자리에서 힘이 없어 일어나지 못하게 되지요.
요양원으로 가느냐, 아니면 병원에 가느냐..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저자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호스피스 케어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호스피스라 하면 왠지 생이 마감되기 직전에 모든 것을 포기하는 느낌을 떠올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호스피스는 '완화프로그램'의 의미를 가집니다. 고통을 완화하고 시간을 더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것이죠.
이는 환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주며 남은 생을 편안히 지내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아버지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하지요. 물론 그렇다 하여 약물을 모두 제하고 스스로 견디는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남은 시간을 편안히 보내고자 필요한 수준의 최소한 약물은 함께 진행하고 있지요.

더 나은 삶
물론, 마지막 부분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병원을 찾게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응급적인 처치는 하지만, 전적으로 현대의학에 시간을 쏟아붓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가든 저렇게 가든, 남은 시간은 같았기 때문이죠.
제목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지만,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삶의 마지막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정말 살아있음을 누리자는 관점이지요.
현대의학 덕분에 과거보다 생명연장을 이뤄왔다는 것은 아마 대부분 동의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만,
평균적으로, 확률적으로 그러하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의학의 힘으로 삶을 연장시키고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삶이 더 피폐해지기도 합니다.
수술, 화학치료, 방사선치료, 물약치료... 이것은 어떠한 치료의 수단이기는 하지만
인위적인 과정으로 결과가 더 나쁠 수도 있고, 혹은 그 과정에서 환자들도 가족들도 고생에 지쳐버릴 수 있지요.
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이 책은 의사들도 또한 함께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자가 현직 의사이기에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짚어봅니다.
전통적인 관계인 '가부장적 관계' - 대부분의 결정이 의사에 달려있습니다
'정보를 주는 관계' - 의사는 기술력을 가진 전문가, 환자는 소비자 입장,
'해석적 관계' - 의사는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분명 의사들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당연히 배우겠죠.
환자에 대해 어떻게 해야할지 말이죠. 그리고 적어도 일부는 그런 의사들이 있겠다는 기대는 합니다만,
아직도 우리에게 의사는 차갑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자잔한 병들이야 필요여부를 잘 모르겠지만
이러든 저러든 마감으로 가고 있는 삶에 대해서는 환자의 요청이 어떤 것일지 깊이 생각해주는 배려를 기대하네요.
의학으로만의 과정이 아닌, 환자가 원하는 현재를 위해 온정이 있는 의사들이 가득하기를 기대합니다.
더불어, 우리가 시간이 유한하다는 생각을 해본다면,
당사자이든, 가족에게든 미리미리 삶을 어떻게 마무리를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한정된 시간을 삽니다.
마침표를 찍을 때 까지, 소중하게 낭비없이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