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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멍충한 - 기묘한 이야기에 담아낸 인간 본성의 아이러니
한승재 지음 / 열린책들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 확 끌어당기는 책! '엄청 멍충한'
전 이런 책, 참 좋아합니다!
정말 허무맹랑하고 완전 말도 안되는 것 같은데
은근 탄탄하게도 이건 대체 뭐래! 를 백번 외치게 하는 그런 책.
제목은 '멍충'을 이야기하는데
책장을 넘기는 순간,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된다는거냐며
궁금해서 책을 놔둘 수 없습니다.
한승재 소설집.
이 작가는 작가와의 만남에서
책을 읽지 말고 그냥 만나야한다는 전제가 있었죠.
그 한 에피소드만 봐도
또한 제목만으로도 어떤 책일지 일단 감이 잡히시죠?
# 첫번째 이야기, 검은 산
「나 지금 버스에 열쇠 찍고 내렸다?」
졸다가 지나서 내렸는데, 근데 급히 내리다보니
버스카드가 아닌, 열쇠를 찍고 내립니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죠.
하늘이 민트색이고 무언가 평소와 다릅니다.
이런 사실은 은기의 친구 누렁이에게도 같이 일어나고
이 이야기는 인터넷을 타고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영감님이 은기를 찾습니다.
이야기가 잠잠해지게 되던 즈음, 영감은 허무맹랑을 쫓는 누군가였죠.
은기는 처음에는 시큰둥하다가 영감에게 술술 상황을 이야기해줍니다.
저는 악어 등껍질처럼
딱딱한 현실의 허술한 매듭을 보게 된 거에요.
영감은 처음에는
은기의 이야기가 웃기다 라고만 생각하지만.
영감은 점점 동감을 표시하고는
자기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검은산. 순간 검은 산을 봤더라는 이야기.
그리고 시간이 되자 홀연히 갈 길을 다시 떠나죠.
은기는 대수롭지 않아 했지만
입사를 하고 택시를 타고 이동을 하던 중..
같은 경험을 합니다. 검은 산을 보는 경험.
그런데, 그 경험은
착각이었을까요?
민트 하늘도, 정말이었을까요?
#세번째 이야기, 직립 보행자 협회
이 책에서 가장 말도 안되는데
묘하게도 옳소 옳소 하고 외치고 싶었던 이야기.
그림 속, 생명체를 보면
점점 일어나고 있죠.
그런데 다시 눕습니다.
이 이야기는 '멜팅현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고는 갑자기 따스한 햇볕 아래 누워버립니다.
꼿꼿이 서서 군인의 임무를 다 해야하건만
에라 모르겠다, 난 눕고싶다. 노곤노곤하다 하며
그냥 누워버립니다.
멜팅, 미고의 척추가 녹아버리고 눕고 싶은대로 눕게 되는데,
이 현상이 세계적으로 퍼져버립니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이렇게 눕고 싶으면 눕게 되는 현상이 퍼집니다.
이야기는 나름의 이유를 들어가며
정말 심각한 진짜의 상황인마냥 독자를 끌어당깁니다.
그러다 맺음의 이야기로 나아가며
눕고 싶은데 사회적 환경때문에 눕지 못하는 것,
진화의 결과는 자유의 제약이었단 말인가.. 생각해보게 되죠.
이 이야기가 특히나 와닿게 되던건,
허무맹랑함 속에서 뼈있는 메세지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발전하고 진화한다고 하지만
그래서 결국 인간에게 어떤 이득이 있었던가,
뭐, 사회에서 사는 이상.. 정해진 기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피차에 편하기는 하겠지만 말이죠.
# 네번째 이야기, 한물가버린 이름
이 이야기는 특히나 참 유머 가득했습니다!
다 읽고 나서 "크크크.. 이야.. 이건 뭐야!" 하고 얘기하게 될 것입니다.
이름이 한물인 사람이 있습니다.
그 아버지는 이 아이의 이름을 지으며 참 사연이 많았죠.
아이 이름 하나 지으려고 얼마나 심사숙고했는지 모릅니다.
한물은 자기 이름 때문에 놀림도 참 많이 받았지만
그렇다고 이름을 원망하거나 혹은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죠.
그런데, 아버지는 어느날
한물에게 미안해 합니다.
이름에 정말 자부심을 가지셨는데, 대체 무슨일일까요?
미안해서 아들을 마주하지도 않으려 하십니다.
한물이라고 이름을 지은 건,
그 이름이 태초에 물이 있었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이가 시작을 하는 그런 존재, 대단한 존재이기를 바랬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렇게 이름을 지어주고서
교회를 다니며 성경공부를 하며
아버지는 통탄에 마지않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재미를 위해 남겨둡니다.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를 자각하기 힘들게 만들기도 하는
그런 멍충한 세상의 멍충한 사람들 이야기.
우리 이야기 말하는 것이군요. 책 속 이야기가 아니라 말이죠.
종종 현실이 판타지다 싶을 때가 있으니, 책 속이 오히려 정상인데 싶기도 합니다.
용기를 낼 것.
현실을 현실로 자각하지 말 것.
언어에 집착하지 말 것.
자신의 길을 즐기며 걸어갈 것.
이 네 가지를 가진 이야기들.
여태 너무 한 점으로만 사고 있지 않았던가 생각해봅니다.
완전 다르게 생각해보고 즐기며 걸어가봐야겠군요.
'엄청 멍충한'은
여덟 개의 소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대체 이게 뭐야! 이 느낌이죠.
그래서,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