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만들다 -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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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 작가의 미묘한 글들 - 적을 만들다 by 움베르토 에코

◆ 파고드는 글들. 도발적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생각거리들.



적을 만들다 *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

 

이 책은 열린책들 중에서도 가장 "열린"이라는 이미지가 잘 들어맞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 한권 한권 읽어볼 때 마다,

표지 디자인을 정말 잘한다 생각이 드는 열린책들.

표지에서 이야기 해줍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이 책은 이렇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고 말이죠.

그리고 그의 글은 정말 전투적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 열정적인 작가!


독서의 분야가 다소 편중적인 저로서는 처음 듣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진정 독서를 즐기고 깊게 하는 분들은 이 작가의 글을 거쳐보았겠지 싶어요.

이탈리아 작가네? 하고 지나갔다가 책을 읽는 중간에 이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하는 궁금증으로 다시 작가 소개를 보게 되니

이 열정적인 이탈리아 작가는 세계 30여개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는. 넓고 깊게 생각하는 작가이고

또한 거침 없는 펜을 가졌다 싶습니다.

 



적을 만들다

책의 제목은 <적을 만들다>입니다. 작가가 말하기를 본인은 그렇게 짓고 싶지 않았다며.

열네개의 각기 다른 칼럼들의 모음직인 이 책은<적을 만들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어느날 뉴욕에서 택시를 탑니다.

움베르토는 파키스탄 택시기사로부터 "이탈리아의 적은 누구입니까?" 하는 질문을 받죠.

고대를 제하고는 현재의 이탈리아는 안정적이다 생각한 움베르토는 적이 없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그 질문에서 생각이 이어집니다. 생각해보면 적이 없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적을 가진다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치 세계를 측정하고 그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그것에 맞서는 장애물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따라서 적이 없다면 만들어 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는 적으로부터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다고 이야기 합니다. 

역사적으로 적이 있으면 '우리'는 하나가 되곤 했습니다. 그건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였죠.

움베르토의 글을 읽다보면 '아. 그래 그렇긴 해' 하고  수긍은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적이 있어서 저력이 나타나기는 했죠.

지금 여전히 이념상으로는 적으로 생각이 되는 나라가 있는 분단국가라는 점에서

그 적으로 인해 혼란도 또한 있기 때문이죠. 그 혼란 현상 또한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우리의 정체성이 적이 없다면 규정이 안되는 것일까.

사실 그렇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움베르토 글을 통해서 생각하는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 키우는 엄마의 입장이라 그럴까요, 아이를 비교하지 말라고 하는데.. 아이를 아이 자체로 보라고 하는데...

그러면 다른 아이와 비교를 해야 내 아이가 정체성을 규정해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책을 읽는 재미는 수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생각해보는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움베르토의 글은 저에게 있어서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다 느끼며 독서를 시작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다름을 부정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것이자 우리의 고정 관념을 파괴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자. 적을 이해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자연이나 성인, 또는 변절자들의 특권일 뿐이다.


움베르토가 생각하는 인간이란 어떤 성질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분명 적을 이해한다는 것, 다름에 대해 곱지 않은 모습으로 보이는 적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또한 본성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자연이나 성인, 변절자의 특권이라 생각하는 그의 생각에서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일종의 위안을 받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의 말이 진리다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지라도 말이죠.

 

자연이나 성인, 변절자라고 칭한 이유가 무엇을까 생각해봅니다.

자연은 모든 것을 포용하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성인은 미움을 넘어서고 관용적인 사람인 것이죠.

변절자는 생각을 같게 하는 사람이고요.

 

하지만 왜 신은 이 범주에 넣지 않았을까요?

책을 모두 읽어보면 그가 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이탈리아인인 만큼 그는 성경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에서 겹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우리가 막연히 우리를 사랑한다 생각하는 느낌으로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기에 적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주체로 신은 빠져있을 수 밖에 없다 싶었습니다.

 

이쯤에서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어느 범위 안에서 자기 세계를 이야기 합니다.

꼭 보편타당해야만 글을 쓰지는 않죠. 그 성질을 움베르트는 극대화된 매력으로 발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생각하지? 왜 이런 글감을 가져왔을까? 하며 도발적으로 다가오는 움베르트,

그래서 그 특유의 생각들이 팬층을 형성하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열과 침묵


흥미롭게 생각되던 글, 검열과 침묵입니다.

사실 모든 글이 참 어렵다 느껴져서 이해도 어려워서 받아들이느라 급급하며 곱씹어 보기 조차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글들이 어떻게 이렇게 줄줄 주장들로 엮여졌을까 놀라울 따름인 책이었거든요.

그리하여 그나마 제가 조금은 흥미롭게 이해한 글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검열과 침묵, 그 내용은 현실적이라 쉽게 다가왔습니다.

 

 




두 가지 의미의 벨리나를 검열의 두 형태와 비교하고자 한다.

하나는 침묵을 통한 검열이고 다른 하나는 

소음을 통한 검열, 다시 말해 텔리비전의 행사, 쇼, 오락, 뉴스 보도 등을 상징하는 벨리나다.

 

지금의 벨리나는 티비프로그램의 춤추는 여인 정도로 해석이 되지만,

사실 벨리나는 파시즘 체제에서의 검열의 상징입니다.

소리를 막는다는 의미로 침묵을 통한 검열은 이해가 되는데, 

소음을 통한 검열? 소음으로 어떻게 검열이 되지? 생각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재를 생각해보면 아주 조금만 생각하면 맞다 맞어! 하고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옛날의 벨리나가 <탈선행위를 막기 위해 아예 말을 하지마라> 고 명령했다면, 

현재의 벨리나는 <탈선행위를 막기 위해 다른 것들을 더 많이 말하라>고 한다.


대중은 대중매체에서 큰 소식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말을 통해 조용히 이야기가 전해졌더라면

지금은 대중매체에서 세상 소식을 듣고 사건사고들에 대해 감정이 실리게 되지요.

그리하여 우리는 어떤 일들을 기억하고 빠져있다가 

또 다른 큰 소식이 나오면 그 전 이야기들은 까맣게 잊고 맙니다.

 



결론을 대신하여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윤리적인 과제 중의 하나는 고요함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기호학적인 과제로는 의사소통의 다양한 방식 안에서 고요함의 기능을 깊이 연구하는 것이다. 

고요함의 기호학은 여러 주제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 글을 기호학 협회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이 파격적인 작가! 기호학이 언어들, 이야기들을 전하는데

고요함의 기호학이라! 역설적인 생각들을 주장하는 이 저자는 정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의 주장에 동감을 보냅니다.  소음으로 잊혀지게 하고 있는 소음으로 인한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현실.

그래서 소음으로 이야기 전달이 쉽지 않아지고 있습니다. 고요함 속에서 본연의 이야기가 줄기로 이어져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통제하고 싶다면 적을 만들어 주어라.

그리고 거기에 두려움과 증오의 색깔을 입혀라"

 

이 책은 가볍게 읽어나갈 책이 아닙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진도가 쭉. 나가볼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멈춰서 다시 생각해보고 앞으로 돌아가야 하는 책이랍니다.

각 글들의 느낌은 밝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수 있네? 하며 의외의 생각을 자극해 주고

생각하고 싶어지게 하는 지적 호기심들 자극해주는 책입니다.

그래서 감히 도발적인 글들이다 느낌을 갖게 됩니다.

옮긴이가 이야기 하기를 소설, 철학, 평론, 기호학, 언어학, 미학 등의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간 에코 대륙을 둘러보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글을 여러번 번역해서인지 정말 그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거침없는 생각들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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