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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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적인

장편소설을 이미 이전에 읽어보기는 했습니다만,

이번에는 두깨가 또한 남다른 묘한 매력의 소설,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로 작가의 특별함에

또 한 번 빠져보았습니다.

 

포르투갈의 당시 시대상과 결합하여

'히카루드 헤이스'는 정치색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브라질에 머물다 포르투갈에 돌아오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괜한 의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인간관계든 거주지든 소속감에 대한 혼란이

소설 속에서 엮여 방대한 글 속에 묵직하게 자리잡아 있는 소설.

 

 

브라질로의 망명 16년 후, 고국으로 돌아온 헤이스.

무작정 택시에 올라타지만, 목적지를 말하지 못합니다.

그저 강에 가까운 호텔에 가자는 정도로 밝히니,

택시기사는 알레크링 거리 초입의 브라간사를 추천하죠.

십육 년의 긴 세월, 택시 기사는 포르투갈에 변화가 있다 하지만

헤이스는 그 변화를 딱히 감지하지 못합니다.

 

포르투갈 출신, 마흔여덟살의 독신 의사.

그런데, 그 조차도 어찌보면 정말인가 싶게도

그는 의사이지만 줄곧 전문적이지 않다고

본업에 대해서 그리 열정이 있지도 않고,

정치적 혼란이 가득한 포르투갈에서

정치적인 모임에는 가는 게 아니라고

그 어떤 상황에도 멀찌기 관망하는 편.

그러니, 변화가 있다고 해도 사실 그리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헤이스는 상당히 복잡하게 생각을 많이 하는 인물이라

알아차리지 못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엮이는 것을 싫어할 뿐이었죠.

 

 

 

 

 

호텔의 지배인 살바도르는 손님들에게도

친구처럼 우정을 보이고 싶어하는 인물이었기는 했습니다.

직업적인 프로의식으로의 친절함으로

손님들에 대해서 모든 정보를 알고 싶어했습니다.

헤이스는 물론, 그런 살바도르의 친절함을 나름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그의 응대가 진실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죠.

그런데, 호텔 메이드인 '리디아'는 헤이스에게 친절을 넘어,

손님-메이드 관계에서 또 다른 설정이 생기게 됩니다.

헤이스는 그녀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글쎄요. 그럴까요? 스스로에게 괜한 외침을 하는

나쁜남자인 것 같은 헤이스와 '리디아'의 관계에서

혼란스러운 헤이스의 면모는 고구마같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고구마 같은 관계들에도 예외가 있으니,

옛친구 '페소아'의 유령과의 신묘한 우정.

페소아는 종종 나타나서 헤이스의 진심과 대화를 나눕니다.

페소아는 유령이 되면서 시간이 별로 없었고,

사람이었을 때의 능력들을 상실해가지만

그럼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헤이스와 속깊은 이야기를 하죠.

 

 

의사라는 것, 점잖은 성품에

호텔은 헤이스에 상당히 우호적이었습니다만.

브라질 생활을 마치고 갑자기 들어온 헤이스에게

보안경찰의 영장이 뜬금없이 날라오자,

진실여부가 어찌되었건, 우호적인 기류는 점차 냉랭해집니다.

 

혼란스러운 포르투갈에서,

빌미는 만들어지기마련이지만

보안경찰의 영장이라는 사건으로

외부의 눈은 덮어두고 왜곡되게 되니..

 

호감을 가졌던 여인, '마르센다'나

메이드 '리디아'는 그에 대한 시선을 달리하지는 않았습니다.

헤이스는 열정이 없는 사람이기는 했습니다만,

이성에 대해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인물.

그런데, 그의 품행은 무언가 혼란스럽곤 합니다.

 

 

「일곱시 반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히카르두 헤이스는 높은 침대에 걸터앉아 쓸쓸한 침실을 살펴본다.」

 

유럽소설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에서의

포르투갈은 비가 과하게 오고, 홍수가 있고,

정권이 과격하게 바뀌고,

스페인이나 독일의 유럽적 상황이 변수가 되는 등,

헤이스는 변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미 배경은 너무나 변화가 가득한 상황.

유럽의 당시 상황이 그랬던 터라,

소설 속 흐름은 고독함과 쓸쓸함이 상당히 느껴졌답니다.

 

 

 

바다로 가지 마 토뉴,

물에 빠질지도 몰라 토뉴,

아 토뉴,

가엾은 토뉴,

넌 정말 불행한 친구야.」

 

두깨가 상당한 소설이었으니만큼,

이어지는 사건들이 상당한데

유럽소설 <히카르두 헤이스의 죽은 해>에서

'아무것도 아니다'하는 리디아에게 벌어지는 일이

리디아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님을 알려주게 됩니다.

 

 

 

포르투갈이 전쟁으로 나아가고 있던 시기인

1935년 12월 말, 고향으로 돌아온 헤이스.

최악의 시기의 포르투갈의 혼란과 헤이스의 혼란.

헤이스는 어디에 속한 사람이란 것인지,

그 어디에도 확고한 정체성이 없는

꿈만 같은 몇달의 이야기.

유럽소설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는

마지막 장까지 묘하게 맺어지는 이야기가

햐. 탄식으로 느낌이 마무리되는 무겁지만 신기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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