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자들의 도시 (리커버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의 완결판 <눈뜬 자들의 도시>

리커버 스페셜 에디션으로 단단한 장편소설을 읽어봅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후속편이지만,

<눈뜬 자들의 도시>를 먼저 읽게 되어도 무리없이

흐름을 따라볼 수 있었는데요.

내용이 사뭇 묵직하고, 글의 구성이 빽빽하여

책장을 모두 넘기고 나서, 눈뜬 자들의 도시는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안타까운 마음에 사로잡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시민들이 정치적으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제도 하에서는 '투표'일 것입니다.

수도의 시민들은, 투표의 날, 이상하게도 투표를 하지 않았다가

어느 순간,물꼬가 트인 둑의 물처럼 쏟아져나와

투표를 합니다.

문제는 예상하는 보통의 경우가 아닌,

'백지투표가 대부분인 상황.

투표의 결과가 무색해져버리는

무효로 만드는 상황이었다는 것.




그러자 총리가 정부에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각료들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전체 회의에 참석했다. 총리가 말했다. 저항의 등뼈를 부러뜨릴 때가 왔소. 모든 심리적인 게임, 첩보, 거짓말 탐지기 등의 기술적인 장치들은 다 집어치웁시다. 내무부장관이 열심히 노력을 했음에도 이런 방법들로는 문제를 풀 수가 없었기 때문이오. (...) 나는 이것이 우리에게 완전한 승리와 더불어 민주적인 정상적 상태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확신하오. 다시 말해서 이 계획이란 정부를 즉시 다른 도시로 이동하여, 그 도시를 나라의 새로운 수도로 삼는 거요. (_p.98)

그리고 전혀 민주적이지 않은 정치세력은

수도에서 일어난 백색혁명에 대해

'지독한 치료'를 감행하기로 합니다.

정부로서 당연히 시민에게 제공해야할 의무인

안보나 치안 서비스 등, 공공서비스들을 모두 거둬

수도를 버리고 다른 도시로 떠나기로 하는 것이죠.

총리의 발상으로 정부관료들은 이에 따라

도시의 시민들을 버리고

잡아쥔 권력이 무서운 것임을 보이고자합니다.





장편소설 <눈뜬 자들의 도시>는

이렇게 기가 막힌 상황에서

과연,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안타까움의 마음 외에

정치세력의 권력에 대한 치졸함을 읽어보게 됩니다.

도시에는 테러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시장이 보기에도 이 테러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고

정부는 이 도시를 버리기로 결론을 내렸기에

대수롭지 않다는 식이었지요.

권력집단에 속해있다 하여 모두가 같은 강도로 동조하지는 않았고,

그리하여, 눈 뜬 자들이 오히려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권위를 스스로 세우고자 하는 권력은

시민들의 백색혁명의 의미를 인정하지 않았고,

'독한치료'는 사악한 방식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보게나, 이 세상에서는,

사실 우리가 아는 한 다른 세상도 없지만, 모든게 결국 드러난다네."

대통령과 총리에 대한 투서,

눈먼자들을 대신하여 정의를 위한다는 눈뜬 자의 사건에 대해

눈먼 자 중 한명이 투서를 던집니다.

책의 후반은 눈뜬 자, 의사의 아내와

경정과의 면담과 사건해결에의 진행상황을 보며,

권력집단과 시민과의 대결구도의 축소판과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 눈뜬 자는 어찌하여 그렇게 행동하게 되었던 것인지 알게 되면서,

백색혁명에 대처하는 탐욕스러운 권력의 비열한 행태를

다시한번 읽어보게 되지요.

애국심을 위한 투서,

애국심을 위한 지독한 치료.

바르게 보고 있다고 믿는다고 바른 것이련지.




눈먼 자들의 도시에 일어난 의문의 백색 혁명!

하얗게 시작하는 도시의 격변의 상황.

사라진 개짖는 소리가 총알의 탄성으로 사라져서

잘됬네? 하고 안심하는 눈먼 자의 마지막 심경에서,

권력의 잔인함은 지켜지고 마는 것이지요.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소설 <눈뜬 자들의 도시>는

세밀한 묘사로 장면을 이어이어 알려주니,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씁쓸하게, 뭔가 헛웃음을

한숨처럼 내뱉게 하는 타격을 받게 되는 블랙 유머에 빠져봤다 싶습니다.

스페셜 에디션으로 읽어본 완결판,

앞서의 책도 꼭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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