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할머니 - 사라지는 골목에서의 마지막 추억
전형준 지음 / 북폴리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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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골목에서의 마지막 추억

부산 재개발 예정구역에서,

할머니와 길냥이들의 '묘연' 포토에세이.

마당에서 집 고양이의 사진을 찍다보니,

길냥이들에 관한 애정까지 넓혀진 전형준작가의

부산에서 만난 <고양이와 할머니> 포토 에세이.

담백하게 그려지는 '한정적인 시간' 삶의 이야기,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주룩.

독자에 따라 눈물이 동반될 수는 있으나,

분명한 건, 이 겨울에 시간을 돌아보며

세상의 온기를 느껴볼 수 있게 하는

따숩하여 추천하고픈 에세이라는 것 ♥




사랑을 받으면 동물이든

사람이든 빛이 난다.

오랜만에 해가 얼굴을

내밀자 녀석은 담 위로

넘어가 잠깐 쏟아지던

햇빛을 만끽했다.




여름이 왔다. 꽁알이

할머니네 골목 풍경 중.

나는 여름의 풍경을 가장 좋아했다.

오동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과 화분의

꽃들이 품은 초록의 시원함이 좋았다.




그해, 여름 수국은 피지 않았다.

<고양이와 할머니>는 재개발 예정지역의 이야기.

그리하여, 이별을 염두해둔 공간의 에세이랍니다.

어느새 하나 둘 떠난 그 골목에는 길냥이들이 있어도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곳이었지요.

누군가는 여적지 남아 마침표를 맞고 있지만요.

헤어짐이 다가오는 것을

녀석들도 알고 있을까?




재개발의 작업이 진행될 때, 사람은 신경쓰지만

사실.. 이렇게 알 수 없는 길냥이들에 대해서야..

누구의 잘못이라 하기 뭐하게도, 그저 '안타까움'이지요.

구조한 녀석 중 외상이 심한 고양이들도 있고,

가망이 없어 보이지만 다행히도 구조되어

다시 삶을 이어가는 녀석들도 있었다고.




꽁알이 할머니, 찐이 할머니, 하루 할머니.

재개발로 어수선한 마을에서 할머니들은

길냥이들과 '묘연'을 이루게 되고 당연한 듯

'내리사랑'을 주고 계셨더랍니다.

"아직 우리도 있어요"

강한 목소리의 생명체가 아니다 하여,

'없다'라고 할 수 없어요.

(우리 관습상,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하죠.

이 말,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군요.)

'있어요'




까슬까슬 하지만 따뜻한.

"아나, 아나 체할라 단디 씹어 묵으야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곤 하는 마음.

얄궂은 인연은, 상대의 건강을 염려하며

따뜻하고 포근하게 삶의 심지를 추려주곤해요.




<고양이와 할머니> 포토에세이에서,

할머니들이 혹은 아저씨들이 길냥이를 챙기는 마음,

그 까슬하지만 따순 마음 처럼,

골목의 모든 고양이 엄마로 통하는 치즈냥이 하나는,

새끼 길냥이에게 미련한 고양이 엄마가 되기도.

쯧쯧, 할머니가 혀를 차는 이유도 바로 이런것.

할머니들이 고양이들에게 그렇듯,

이 고양이도 다른 새끼 고양이들에게

식량을 나눠주고 있어서 말이지요.




그런데 할머니가 계실 땐 그렇게도 싸돌아다니던 하나가

할머니가 입원하고 집에 안 계시니 밥도 안 먹고, 옥상에 올라가

꽥꽥 목이 찢어지라 울어댄단다.

적극적인 애정표현이 없다고 마음이 없을까요.

사람만이 아니라, 길냥이도 인연이 되고나면

어느새 이렇게 '길들여지는' 가족이 되곤 하네요.



전현준 작가의 <고양이와 할머니> 에세이.

읽다보면 어느새 눈물이 주룩. 하지만

생각해보면 '재개발 예정지역'이라는 시간 제약.

우리 인생이 어찌 다들 무한하다 장담할까요?

하루하루 줄어가는 것은

할머니들에게만, 길냥이들에게만은 아닌터.

이 순간, 이 공간의 모든 존재들에게

상대에게 필요한 온기,

가능한 만큼, 필요한 만큼

이어이어 챙겨지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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