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팬클럽 홍대지부 - 젊음을 위한 열혈 공자 탐색
명로진 지음 / 푸른지식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공자팬클럽 홍대지부, 명로진>

 

일찍이 송나라 장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논어>를 읽지 않았을 때도 그저 그런 사람이요, 읽은 후에도 그저 그런 사람이면 곧 읽지

않은 것과 같다."

 

이 책의 저자 명로진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사람은 <논어>를 읽고 나서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한다.

어떤 사람은 읽고 나서 그 중의 한두 구절을 깨닫고 기뻐한다.

어떤 사람은 아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또 어떤 사람은 읽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손발을 흔들며 춤추고 기뻐한다."

 

이 책의 저자, 명로진은 <논어>를 읽고 자기도 모르게 손발 흔들며 춤추고 기뻤나 보다. 그리

하여 탄생한 책, <공자 팬클럽 홍대지부>이다.

 

공자 사후에 제자들이 기록한 <논어>는 우리나라에 삼국시대부터 전해져 조선시대까지 많이

읽혔다. 어쩌면 공자가 직접 지은 <춘추>보다 더 유명할텐데, 공자와 유교에 대한 해석을  두

고  오랜시간 많은 유학자가 매달린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일이다.  때로는 원본보다 주석을 더

숭배하도 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논어>는 시대와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읽힌다.

이 책 <공자 팬클럽 홍대지부>에는 명로진에게 읽혀진 공자가 그려져 있다.

 

이 책의 저자 명로진, 그는 연예인이다. 연예인의 책을 잘 읽지 않지만 우연히 이웃블로그에서

이 책을 보고 '언젠가 읽어보리라' 다짐만 하던 <논어>와 관련이 있어 읽게 됐다.

또한, 그는 '인디라이터'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이는 Independent writer의 준말인 인디라

이터로써 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저자라는 의미라 한다.

 

그가 자신을 말한다.

 

"화려한 연예계를 버리고 사양 산업(?)인 출판계로 들어선 내가 여전히 글을 쓰는 이유는, 이제

는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후진 기어는 없다고.

'지금까지 하던 일이 잘 안되는데 장사나 해볼까?'

'지금까지 만났던 인간들 다 시시한데 새 인맥을 구축해볼까?'

'지금까지 살아온 마누라 지긋지긋한데 새 여자나 만나볼까?'

인생을 좀 되돌아보면서 중심을 잡으라고,

다른 사람 유혹할 생각 말고, 유혹당하지도 말라고."

 

그의 나이 1966년생, 인생 사십대에 들어선 이라면 한번쯤 공감가는 이야기일 것이다. 자리를

잡은 이는 잡은 대로, 아직 불안한 이는 불안한 대로 공감할 수 있는 일인데,  그런 그가 바라본

공자는 어떠했을까.

 

'공자는 루저다.

공자는 유머 넘치는 사람이다.

공자는 욕쟁이다.

공자는 음악의 대가이다.

공자는 술고래에 패셔니스타이다."

 

이 중에서 그가 바라본 공자는 '인과 예라는 카드를 들었으나 여기저기 배척당하고 쫓겨나 굶

어 죽을뻔하고 벼슬에 오르지 못했으나, 오랜 세대를 거쳐 존경 받은 사람'인가 보다.

진실과 다르다 할 수 없으나, 그가 바라본 공자 모습에 명로진이 투영된다.

음악의 대가, 패셔니스타라는 단어에 연예인인 그가 보이고, 루저에는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버린' 그가 보이니 말이다.

<논어>를 읽고  손발 흔들어 춤추며  '여기 홍대에 공자 팬클럽 대대모집해요~~'라고 신나게

외치는 그가 말이다.

 

나는 과연 <논어>를 읽고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까.

그냥 그렇다고 느낄까.

인생을 깨우치게 될까.

어쩌면 <논어>를 읽는 그 순간의 내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그래도 만고의 고전 <논어>.

명로진은 이렇게 깨우쳤다 한다. 인생의 비밀, 선사후득 先事後得

 

"번지가 물었다.

'감히 여쭙겠습니다. 덕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참 좋은 질문이구나! 일을 먼저 하고 얻는 것은 나중에 생각하는 것, 이것이 덕을 높이는 것

아니겠느냐?'

이게 <논어>를 읽고 나서 내가 얻은 결론이다.

그런데 공자께서는 후득이라고 했지, 무득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남을 위해 좋은 일 해주고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남 좋은 일만 하고 떡고물도 챙기지 못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고, 일을 잘한 다음에는 반드시 대가를 받아내라...' 이런 뜻도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만약 공자께서 나 같은 제자를 뒀다면 뭐라고 하셨을까나?"

 

나는 과연 <논어>를 읽고 무엇을 얻게 될까.

만약 나 같은 제자를 뒀다면 공자는 뭐라고 하셨을까.

아, 그러고보니 공자 앞에서 뭐라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있군...

 

 

읽은 날   2012. 1.18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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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 날리는 소년이었다
신영길 지음 / 나무생각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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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 날리는 소년이었다, 신영길>

 

블로그를 하면서 주중 TV시청이 없어졌고 대신 매달 1~2권을 더 읽게 됐다. 멍하니 있는 시간

대신 스마트폰을 계속 보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 속에 쌓인 피로감을 발견했고 그즈음

마음에 자리 잡은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통해 주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자 했다.

그렇다고 특별히 자연을, 주위를 바라보지 않았지만, '잠시 멈춤'의 필요성을 깨달은 것만으로

도 많은 위안을 받았다.

이렇게 자연은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며칠 전 읽은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를 보니 더욱 더 이 책, <나는 연 날

리는 소년이었다>가 떠올랐다.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연습 삼아 하는 일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실전만이 훈련이었

다. 내게 연습용 화살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루기는커녕 나는 지금도 삶이 버거워 얼마나 힘들어

하고 있는가. 홀로 외로웠다...."

 

누구에게나 겨울이 있다는 걸, 어디쯤 봄이 오고 있음을 믿지만, 그의 겨울은 유독 길었고 봄은

항상 더디게 왔다. 그런 막막한 겨울 어디쯤, 그는 겨울의 심장이 보고 싶어 막연한 시베리아

어디쯤, 바이칼호에 갔다.

 

바이칼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2500만 년) 가장 깊은 호수다. 전세계 얼지 않는 담수량의

20%, 러시아 담수량의 90%를 차지한다. 이외 바이칼호가 갖고 있는 수치는 뭐든지 어마어마

하다.

 

무작정 찾아간 바이칼호,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바이칼호는 수백 개의 강이 유입되고 오직 하나의 강으로만 유출되는 자칫 부패할 수 있는 구조

다. 그런데도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청정수를 유지하는 건 수없이 많은 지진과 화산 활동을

통해 제 속을 뒤집어 엎으며 끝없이 자정 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아무 말 없이 있는 그대로의 바이칼호는 저자에게 '깨우침을 얻는 성소'였던 모양이다.

 

"바다처럼 큰 호수가 자신의 몸 전체를 결박해버리고 바늘구멍 하나 없이 봉인한 채 겨울 수행을

하는 바이칼의 모습. 위대한 성자 앞에서 나는 자복하고 말았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얼마나 엄

살이 심했던가. 스스로 무릎 꿇었다..."

 

"생각해 보면 지나온 삶은 자신과 화해하지 못하고 나를 괴롭혔던 자학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제 내 발자국이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은 무엇보다 큰 은혜이리라. 도대체 얼마나 걸린 것인가.

삶이란 그냥 사는 것일 거란 싱거운 생각에 이르게 되는 데까지. 무엇을 이룩하기 위해서 또는

무엇이 되기 위해서 산다는 그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게 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나보다."

 

저자는 머리로 아는 '숭고함'을 눈으로 귀로 피부로 온 몸과 마음으로 직접 경험했다.

"가장 훌륭한 태도로, 가장 예의를 갖추어 우리를 넘어서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은 아마 자연의 광대한 공간일 것이다. 그런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우리 삶을 힘겹

게 만드는 사건들, 필연적으로 우리를 먼지로 돌려보낼 그 크고 헤아릴 수 없는 사건들을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중

 

이 책, <나는 연 날리는 소년이었다>를 읽은 후 나도 언젠가 바이칼에 가고 싶어졌다. 오랜 생명

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저 끊임없는 자기 성찰 (수 많은 지진과 화산활동)로 얻어진 생명

력, 그 심장을 보고 싶었다.

바늘구멍 하나 없이 온 몸을 결박하고 수행하는 자연의 모습, 그 앞에서 나는 얼마나 허물어질까.

그 허물어짐 뒤에 내가 새로 세울 것은 무엇일까.

허물고 세우는 것이 없어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 얼마나 많은 감동을 받을까.

 

유난히 춥고 시린 겨울이 내게 온다면 그때 찾아가보리라.

따뜻한 봄날, 문득 마음이 동하면 그때 찾아가보리라.

유난히 쨍한 여름이어도, 유난히 쓸쓸한 가을이어도.

언제고 언젠가.

 

바이칼호...

내 마음 속 성지가 되겠지.

 

읽은 날 2009. 8. 27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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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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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헌법의 풍경, 김두식>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 제목을 보자마자 샀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법'을 생각하는 건 먼 일이

지만, <헌법의 풍경>이라면 친근한 대상이 될 수 있을 거 같았다. 예상대로 이 책을 통해 헌법

의 다양한 측면을 볼 수 있었다.

 

법학의 출발은 국가를 '사랑의 대상'이 아닌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 한다. 국가는 언제

든지 괴물로 변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의 정신 실현에서 법률가들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대부분의 법률가들이 국가

권력의 통제를 생각하기보다  국가 권력을 누리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들의 특권의식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없이 자란다.  오랜 고시공부 끝자락,  자신이 바퀴벌레

나 파리처럼 느껴지는 싯점에 합격 소식을 듣는다.  겸손한 척 하는 법도 배우지만 자신과 주위

의 달라진 시선 속에 '나는 남과 다르다'는 의식이 자리잡고, 특권의식은 가랑비처럼 소리 없이

그들 삶에 젖어든다. 그 후 바로 나타나는 마담 뚜 아줌마들, 그들은 '그 친구가 그럴 줄 몰랐다'

며 한탄하기도 하지만, 은연 중에 '나도 그 정도는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식이 싹터갔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그들만의 세계인 법조계의 3가지 내부논리, 재미있다.

 

"법조계 내부의 제1논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판검사 임용을 받으라는 것입니다.  이 제1논리와

함께 가는 것은 '옳은 일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는 제2논리구요. 

'일단 부장이 될 때까지만 참아 봐.  그 다음에는 정말 자네 마음대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날

이 온다네!'  이런 충고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자녀들 사교육비로 엄청난 돈을 지출해야

하는 중년의 남성이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법조계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쓸데없이 튀지 마라'는 것입니다.  남들이 보기에

선한 일을 하는 사람들, 시민단체에서 쥐꼬리만한 보수를 받으며 일하는 변호사들, 무료 상담을

자원하는 사람들도 법조계 내부의 눈으로 보면 그저 '튀려고 하는 사람들, 그렇게 떠서 국회의원

하려는 사람들'에 불과합니다. 그저 공부를 못해서 판검사 임용을 못 받고(제1논리),그러다 보니

실력도 못갖춘 사람이(제2논리), 어떻게든 뜨려고 발버둥치는(제3논리)!"

 

저자, 김두식은 33회 사법시험을 합격해 검사, 교수 경력과 함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

원이다. (13년차 참여연대 회원인 나로서는 왠지 더 반갑다.)

법조계 논리로 저자 김두식은 '실력 없이 어떻게든 뜨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시각이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저자 역시 합격 이후 자신도 모르게 특권의식을 쌓았을텐데, 그는 어떻게 지금의 이력을 갖게 되

었을까?

다수가 젖어 살고 있는 논리를 벗어나게 한 그만의 힘은 무엇일까?

이 책에 언급이 없어 알 수 없지만, 궁금하다.

 

이 책의 또다른 내용으로, 판단에 정답이 없기에  절차에 참여하는 주체가 진실을 만들어가야 한

다, 막강한 검찰의 권한,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헌법정신,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다양한 얘기가

있는데, '그 중 말하지 않을 권리'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무죄 추정주의, 수사 절차상 피의자가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라 한

다.  이는 우리나라가 근본적으로 탄핵주의를 택하고 있기에  피의자는 아무것도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경찰서에서 어떤 혐의에 대한 피의자로 연락을 받게 되면, 아마 나는 준비도

없이 정신을 우주선에 태워 급 이륙을 시켜  급 추락하게 만들거 같다.  법과 권력 앞에서 나도 모

르게 위축되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러지 말라한다. 영장이 없다면 그냥 입을 다물면 되는 것이다.

만약  '그래도 지금까지 조사받으신 조서에 도장은 찍고 가셔야죠?'  이 말을 듣더라도 한 마디만

하면 된단다.

'싫은데요!'

우,와! 놀,랍다.

 

이러한 무죄 추정주의 적용도 차별이 있다. 우리가 늘상 TV에서 봤던 장면인데, 국회의원이나 장

관 등은 정장 쫙 빼입고 포토라인에 서서  도도한 자세를 취하지만, 경찰서에 잡힌 일반 피의자들

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옷으로 가리거나 등등 잔뜩 비굴하고 굴욕적인 자세로 찍힌다.

국회의원급이나 일반인이나 무죄 추정주의 원칙을 똑같이 적용받아야 하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

고 그것을 보는 우리도 그러려니 해왔다.

 

사실 그 동안 법을 권력자들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 왔다. 그건 법률가들이 의식, 무의식간에 쌓

은 특권의식이 법을 권력편에 서게 한 것이다.

그들이 만든, 우리가 만들게 한 특권의식이 저자의 다양한 대안대로 차츰 무너지길 희망한다.

 

읽은 날  2011. 3. 23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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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복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양영란 / 동문선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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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잠수복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말들이 슬금슬금 나를 피해 간다.

 

 나는 얼굴엔 온통 파란 물감을 칠하고, 머리엔 다이너마이트를 칭칭 감은 미친 피에로가 된다.

 성냥불을 그어대고 싶은 충동이 순식간에 구름결처럼 나를 스쳐간다.

 

 나는 그저 내가 몸은 마비되고 말도 못하는데다가 아무런 기쁨도 느낄수 없이 말미잘처럼

 흐느적거리는 몸을 이끌고 귀양살이를 하는 보잘 것 없는 처지인 줄로만 알았는데, 몰골까지

 이렇게 끔찍할 줄이야."

 

이렇게 끔찍한 상황 속 그는 이야기한다.

 

"나도 그 즐거운 북새통에 한몫 끼고 싶지만, 나의 한 개밖에 없는 눈이 그들에게로 향하는 순간

 청년이며 할머니, 그리고 떠돌이 절름발이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 천장에 부착된 화재 경보기만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뜨내기 관광객'들은 아마도 불이 날까봐 무척 겁이 나는 모양이다.

 

 내가 만일 나의 지적 잠재력이 시금치나 당근의 지적 능력보다 월등하게 우수함을 증명하고자

 한다면..."

 

그는 끔찍함에 함몰되지 않고 담담하게 말하는 자이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뇌졸증을 겪고 온 몸이

마비되어,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왼쪽 눈꺼풀로 15개월동안 20만 번 이상의 깜빡임으로 이 책

<잠수복과 나비>를 썼다.

 

잠수복, 그의 온 몸이 잠수복마냥 조여온다. 갑갑함이 덜할 때 비로소 그의 정신은 나비처럼 날아

다닌다. 소설 한 권 집필, 몇 차례의 여행, 희곡 한 편, 시판할 각종 과일주 칵테일 등 수천 가지

계획을 세운다. 그래도 칵테일 제조법에 대해 묻지 말아달란다. 이미 잊어버렸다고.

 

말이, 글이 슬금슬금 나를 피해 간다.

 

상주의 슬픔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닌, 보스의 눈치 보느라 왕복 6시간의 평일 문상길,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나섰다.

그 보스, 만취해 나를 붙잡고 무한 반복한다.

"최선을 다해라!"

그게 무슨 말인지 나는, 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무수한 말, 글이 되지 못.한.다.

 

"할머니, 내가 짐 들어줄께. 이래뵈도 나 남자야!"

미안하다 손도 먼저 내밀줄 아는 따뜻한 아이.

그 아이가 어제, 동생과 싸우다 할머니께 대들었다.

버릇과 예의없음은 그 어떤 것으로도 이해받을 수 없는 일이기에, 아이는 어제 많은 일을 겪어야

했다.

14개월 차이 나는 동생한테 갈수록 적대감을 가지는 아이.

한편으로 이해가면서도 한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마음.

이해하기 어려운 마음엔 너무 일찍 태어난 동생탓에 충분히 사랑해 주지 못한 미안함이 자리잡아야

한다.

 

보스와 아들.

잠수복처럼 갑갑하게 조여 온다.

잠수복을 벗을 수 없다.

벗으면 내가 위태롭다.

이 책 작가처럼 나비가 되어 나들이길 나서볼까?

 

고작 수필 한편 써 놓고 밑천이 떨어져버렸다.

수필내용이 뭐냐고 제발 묻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 짧은 사이, 너무 민망해져 버렸으니까.

 

보스가 술 취해 외치는 '최선'.

최선이 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 술 기운으로 얻지 못한다.

그래도 아랫사람인 나, 하루종일 마음이 불편하다. 불편했다.

보스와 상관없이, 있는 자리 그대로 나는 나에게 최선을 다한다.

그러느라 정말 늦은 점심을 땀 흘리며 먹는다.

 

얼마 전 이메일 계정을 만든 아들에게 메일 한 통 보냈다.

아픈 마음, 눈물 참으며 썼다.

 

잠시 조여온 잠수복, 어느 사이엔가 나비가 되어 날아.....간걸까?

 

읽은 날  2012.1.5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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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시대의 지성, 청춘의 멘토 박경철의 독설충고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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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올 3월부터 시작된 회사 독서통신.

책 읽고 글쓰기를 생활화하고 있다해도 회사에서 하는 독서통신에 살짝 거부감이 있다. 읽으라고

주는 책의 범위, 예상되고 남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독서통신을 신청한 건 박경철의 책, <자기혁명>인 탓이다.

예전에 읽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의 좋았던 이미지와 언젠가 그의 주식투자책을 읽고

싶었기에, 내 돈 주고 사지 않을 성 싶은 이 책을 읽게 됐다.

 

박경철, 그, 너.무. 박학다식하다.

그에게 만 권인가 만오천 권인가 책이 있다쟎은가. 아는 것 너무 많고 책도 너무 많이 읽었다.

글은 논리정연하다. 그렇지만.

 

"필자 역시 나 자신과 무수한 약속을 했지만 그 가운데 실제로 처음에 계획했던 것 이상으로

 실행한 적은 거의 없다."

 

이렇게 말하는 그, 내게 좌절이다. 그가 계획 이상 실행하지 못했다면, 그는 도대체 얼마나 높은

우리와 다른 계획을 갖고 있을까.

 

"소극적인 사람들은 나를 초월하기 위한 수단으로 머리를 깍고 산사에 들어가거나 니체처럼

 스스로를 고립시켜 자신의 세계에 빠져든다."

 

자신의 세계 - 철학이나 종교, 명상에 심취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연주의자가 되어 현실을 등지

기도 하는 것을 '패배주의에 물든 무력한 초월'이라 한다. 나를 초월하기 위한 수단이 꼭 사회

속 '나'여야만 하는 걸까. 그럼 석가모니도 패배주의에 물든 무력한 초월이라는 걸까.

나는 빈 라덴에 대해 잘 모른다. 그는 과연 잘 알고 있을까? 각자의 초월성이 각자가 속한 사회적

한계를 넘어 사회와 창조적인 관계를 수립해야 하는 측면에서, 빈 라덴이 체 게바라에 비해 평가

를 적게 받는 이유라 한다. 정말 그런 것일까?

그의 주장대로 '우리는 늘 혁명가로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안주하는게 늘 회의적이기만 할까?

삶의 다양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이분화하는 그의 태도, 매우 불편했다.

 

"우리 사회는 집단우울증에 걸려 열정이 사라졌다."

 

열정이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고 침묵과 사색, 교양, 문화로 호흡을 가다듬으라 한다.

자신의 그릇된 욕망을 다스리라 한다. 사회 문제는 없고 개인의 문제와 해결만 요구한다. 계속

언급되는 '각자 잘 해라, 고민해라'...이 책 <자기혁명>의 한계다.

그런데, 이 책 제목 <자기혁명>이 아니던가.

음...나는 사회혁명이 아닌 자기혁명 책을 읽고 있는 거....군.

계속되는 내 불만을 알아챘을리는 없을텐데, 5장에 가니 다음의 내용이 있다.

 

"중세 이전 인류가 척박하게 살아가던 시기에는 노력에서 혹독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절반의 문제다. 현실적으로 차이가

 차별이 되고 기회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그 차이는 어디까지나 절반의

 문제이며 나머지 절반의 기회는 여전히 존재한다."

 

아, 그래. 절반은 있지. 절반인 자신을 혁명하자는 얘기, 였지.

욱했던 마음, 다소 진정하며 이 책을 읽어낸 노고를 찾는다.

 

"어쨌건 애티튜드 혹은 태도는 전생애에 걸쳐 나의 삶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중요한

 것은 결국 말이 아닌 실천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목표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학원에

 등록하고 교재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일 아침부터 10분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번째 발걸음은 무언가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책상정리, 작은 화분 하나 키우기, 자세 바로하기, 좋은 언어 골라 사용하기 같은 습관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는 너무 관념적인 것을 선호한다.

 관념이 나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 해오던 습관이 관성이 되고, 관성이 태도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태도의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사실은 더 실효

 성 있는 실천의지인 것이다."

 

"'시간이 없다'라는 말은 달콤하지만 쓸모없는 것들을 끌어안고 놓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그는 존경받는 사람이다.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다. 이 책,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의 따뜻함

이 느껴지지 않지만, 좋은 글 옳은 글 넘쳐난다. 그의 충고, 가령 말하고 싶은 때 딱 '2초'를 쉬라

는 얘기는 많은 도움을 준다. 그렇지만,

 

"지금 중국에서는 한 해에 1,000만 명의 대졸자가 쏟아져 나오는데, 그 중 40퍼센트가 실업자다.

 중국에 대기중인 저임금 대졸자들이 첨단산업의 일자리마저 중국으로 빨아들일 테니 말이다.

 해법은? 기업가 정신은 무엇인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시장과 사회는 동행할 수 없는가?

 이렇게 부단히 문제를 제기하고 압박하면서 시스템의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 당장의 스펙 쌓기

 보다 백 배는 더 중요하다."

 

옳은 말, 과연 20대들은 이 글을 어떻게 읽을까?

문제를 제기하고 시스템 개선을 이끌어 내는 거, 중요하다 그 일을 하느라 스펙 쌓기를 멈출 수

있을까? 청춘들에게 하는 그의 말, 이 또한 관념적이지 않은가.

 

음, 내가 지나치게 부정적인 걸까.

스스로 안주한다 여기기에 이 책을 부정하며 자기위안, 변명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회문제보다 개인의 각성, 변화를 이끌어내는 이 책, 앞으로 독서통신을 계속 할지 고민스럽지

만, 무릇 책에는 작은 단점과 많은 장점이 있는 법.

장점을 취하는 건 독자의 몫이기에, 그가 제시한 독서법 중 하나인 '모르는 장르,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책을 읽기 위한 노력' 으로, 오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주문했다.

 

읽은 날 2012. 3.25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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