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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와 담배 - 담배에 빠진 혹은 삐진 당신을 위한 정신분석 이야기
필립 그랭베르 지음, 김용기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기억 하나..흡연이력 13년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담배와의 인연.喫煙한 지가 13년이나 됐다는 것보다는'담배'라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한 물질에 대한나의 애착이 이 책에 대한 투자(invest ; To devote morally or psychologically, as to a purpose)를 결정하게 했다.담배에 대한 나의 애착이 과연 무엇때문인지는 분명 분석의 대상이다. 이 책을 쓴 사람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또 정신분석학과 프로이트를 알게 된 이후 나는 언젠가는 담배와 정신분석학에 대한 책을써보리라 생각했었다.
내가 언제나 결심만 하는 바보인지는 모르겠지만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예상대로 분석은 담배와 정신분석학, 특히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프로이트와의관계에 대해 어떤 성(性)적인 투여(investment)로부터 시작됐다.유아기 성적 투여의 대상인 어머니의 유방과 그에 대한 흡착.물론 이런 분석은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렸다.마치 20세기초 변태로 인식되던 펠라치오가 수용가능한 것이 된 것처럼.
그러나 몇몇 독자들은 알아차렸을 것이다.프로이트와 그의 친구 플리스간의 서신에 필자가 그토록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미리 결론을 말하자면, 프로이트에게 담배는 저항할 수 없는 대상이자 분석을 회피하는 대상이었다.그렇기 때문에 그의 저작들속에서 담배에 대한 언급은 고작해야 할 줄에 불과했던 것이다.필자가 주목한 것도 결국 이러한 프로이트의 저항이자플리스와의 불화의 대상이었던 담배에 대한 무관심 혹은 상처(trauma)였다.
프로이트에게 담배는 코케인(Cockayne)처럼 중독의 대상일 뿐이었다.그러나 미리 말해두지만, 배는 코케인처럼 정신분석학의 타자, 혹은 서구의 타자다.프로이트에게 담배가 중독의 대상일 뿐이라면 굳이담배에 대한 정신분석을 실시할 필요는 없다.(중독될 수도 있는)약물일 뿐이기 때문이다.그렇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처럼, 담배가 정신분석학적으로 중요한 것은 금욕과의 관련성 때문이다. 물론, 대중적인 관심은 지독한 담배중독자였던 프로이트와 그를죽음으로 내몬 구강암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서는 담배와 배설(물)과의 연관이 중요하다.현재 시점에서는 흡연자와 비흡연자간의 경계짓기가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사실, 필자가 후반부에 전개하는담배와 배설물간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그렇지만 필자가 책에서 전개한 설명을 여기서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왜냐하면 담배와 후기 프로이트에게서 중요한 '자아분열'을연관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물론 내가 설명을 회피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차라리 나는 직접 프로이트의 후기 저작들--[문명의 불만]이나 [집단심리학], [토템과 터부], [쾌락원칙을 넘어서] 등을 읽어볼 것을권한다.
단언컨대, [프리이트와 담배]라는 평이한 에세이 형식을 통해담배 혹은 프로이트를 이해하려는 것보다 수익이 많을 것이다.투자는 수익을 거두기 위한 것이지낭비를 위한 게 아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Pas de fumees sans Freud가 과연 '프로이트없이 담배연기없다'로 번역이 되어야 하는가.프로이트없는 담배에 대한 분석의 단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