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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금융질서 - 21세기의 리스크
로버트 J. 쉴러 지음, 정지만.황해선.도은진 옮김 / 어진소리(민미디어)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교훈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리스크는 투기적 베팅의 대상이 아니라 공유를 통해 최소한으로 줄여야 할 대상이다. 리스크 공유를 위해서는 리스크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을 개발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현대 세계의 기술발전과 금융혁신이 가져올 리스크의 다양한 범위를 제시한다. 전쟁이나 테러라는 전통적이고 가시적인 리스크를 비롯해, 주택가격의 급변이나 개인소득의 변동에 따른 리스크에서 금융혁신에 수반되는 투자대상 자산의 손실리스크 등 리스크는 그 자체로 다양한 형태와 지역으로 전파·확산된다.
여기까지는 사실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그렇지만 저자가 리스크 문제를 접근하기 위해 `(행태)심리학`을 채용하면서 리스크는 `위험`이라기보다 하나의 연구대상으로 전환된다.
그는 "리스크 관리를 위한 상품을 일반 대중이 좀더 잘 받아들이게 하려면 사람들에게 친근한 개념인 본원어(primitive)를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리스크와 같은 추상적 개념은 그에 대한 우리 자신의 심리적 이미지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3부에서 제안하고 있는 아이디어들--생계보험, 주택지분보험, 소득연계대출, 불평등보험, 세대간 사회보장, 그리고 리스크관리를 위한 국제 계약 등등은 분명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에 앞서 리스크를 대하는 우리 자신의 인식 자체가 변하지 않는 이상 제안이 힘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당신의 리스크를 측정해보라`는 제안이고, `리스크의 유물론`을 위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