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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몸의 말들 - 사랑도 혐오도 아닌 몸 이야기 ㅣ 아르테S 5
강혜영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평점 :
내 친한 친구 중 두명은 몸무게가 45, 48킬로그램 정도 된다. 키는 나랑 비슷하다. 나는 그들보다 15킬로는 더 나가는데, 그들은 내 앞에서 자기가 너무 살쪘다고, 살 빼야 한다고 한다. 그럴때마다 나는 그들이 내 몸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진다. 나같이 뚱뚱한 애를 속으로는 불쌍하다고 생각하는건 아닐까? 그들이 몸무게와 살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마다 기가 차고 화가 난다.
내가 원하는 몸무게를 가진 여성들도 자신의 몸에 저렇게 불만족스럽다는게 나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얼마나 말라야지 만족할것인가. 45킬로인 친구 말로는 자기는 근육이 별로 없어 예쁜 몸매가 아니라고 했다. 그렇군, 몸무게의 문제가 아니라 근육이 탄탄하면서 마른 여성이 되고 싶다는 말이구나... 근데 그게 가능은 한건가?
여성들 중에 "나는 이대로 충분해. 나는 내 몸이 잘 기능하고 있어서 기뻐. 몸무게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운동하는 여성들의 에세이에서 몇번 읽어봤을뿐. 그러나 그 에세이 작가들도 저렇게 생각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걸까.
나도 겨우 내 몸을 어느 정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매달 1킬로그램씩 빼서 1년에 12킬로 빼겠다는 새해 결심을 거의 10년 가까이 하고 있었던 내가... 매달 1킬로 정도는 현실적인 목표라고 생각했는데도 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함께... 이렇게 몸무게에 집착하게 된 나를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온 글들을 읽으며 나도 내 몸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가난한 여성이나 나이 든 여성은 어느 정도 외모 관리(‘코르셋‘)를 하지 않으면, 시민권을 박탈당한다. 나 역시 내 옷차림이나 외모로 인해 택시를 잡지 못하거나 노숙자, 좀도둑 취급을 받은 적이 적지 않다.
탈코르셋 운동은 가부장제에 저항함과 동시에 남성 사회가 정한 여성의 범주를 수용한 지점에서 시작한다. 이처럼 모든 운동은 모순적일 수밖에 없고, 그 핵심에는 몸의 다름과 범주의 문제가 있다.
몸에 대한 긍정적 표현은 찾기 힘든 반면, 현재 몸을 부정한 상태에서 그 묘사와 대안에 대한 담론은 끝이 없다. 이 시대, 자기 몸을 긍정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잠시 거식증이 와서 살이 빠졌던 20대 초반에 처음으로 들어본 말, 예쁘다는 칭찬은 마약처럼 중독적이었다.
대한민국 평균 여성이 지향하도록 강요받는 ‘아이돌 체형‘이라는 분모 값은, 타고난 유전적인 조건에 더해 철저하게 체계적으로 상품화된 몸이라는 점에서 정말 가지기 힘든 몸이다. 그리고 이를 다수의 여성이 지향하도록 권유하는 지금의 형태는, 모든 사람을 하버드 로스쿨에 가도록 격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불성설이며 비현실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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