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17번,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K.535 &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K.448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작곡, 앙게러 (Paul Anger / Regis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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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 사랑한다면서 망치는 사람, 인에이블러의 고백
앤절린 밀러 지음, 이미애 옮김 / 윌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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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내가좋은엄마인줄알았습니다 #안젤린밀러 The Enabler: When Helping Hurts the Ones You Love by Angelyn Miller (1988, 2001, 2008) #윌북 (2020)

Enabler 인에이블러 (조장자): 누군가를 도와주고 있다고 본인은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의존하게 함으로써 의존자가 자율적으로 삶의 과업을 수행하여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을 박탈하는 사람. (김태경 교수 p. 9)

원제목과 번역 제목의 괴리감이 살짝 드는 이 책은, 저자가 1934년생에 현재 80대 여성이란 사실을 참고로 해서 읽기 시작했다. 나는 인에이블러라는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비록 저자의 나이가 많지만, 이타적 정신으로 나를 희생해 누군가의 정신적, 육체적 의존자가 되고자 하는 인에이블러는 시대에 상관없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특히 가정에서 그런 일이 가장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아마 역자는 이러한 제목을 취한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의 초중반에 접어들면서 인에이블러와 내가 아는 헬퍼의 개념이 조금 헷갈렸다.

내가 가진 선한 마음과 관대함으로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사랑해주고 포용해주고 돕는 ‘헬퍼’의 의미를 변종시켜 퇴색한 것은 아닌지, 그 고결한 행위를 회의적으로 본 것은 아닌지, 내게 그리 분명치 않게 다가온 인에이블러의 의미에 맞물려 독서 초반에 어려움을 겪은 건 사실이다.

이 책은 심리학 관련 학술 도서는 아니다. 그래서 인에이블러라는 개념이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생겼는지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없다.

참고 문헌이나 논문으로 어떤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기보단 저자가 경험하고 만난 이웃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과학적 설득보다는 마음으로 전하는 수기에 가깝다. 정확성은 아쉽지만 저자의 생생하고 진솔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례를 읽어보면 저자는 본래부터 따뜻하고 관대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런 그녀가 마당에 아끼는 소나무 한 그루 베었을 때 미친 듯이 광분했던, 우울증과 불안증을 앓는 남편 스탠과, 음료수에 해로인을 탔다고 의심하며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는 아들 존에게 처음으로 조장자의 역할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녀는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배려하려고 애쓰지 않고 본능적으로 옳다고 느낀 일’을 했는데 그들의 행동은 예상밖이었다. 정말 달라진 것이다.

“용서할 수 없으리만큼 잔인한 말을 퍼부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를 도와주려고 노력한 긴 세월 중에서 처음으로 그를 ‘진짜’ 도운 것이다.” (p. 67)

인에이블러들이 가장 회복해야 할 것은 ‘자존감’이며, 다른 사람들의 편의를 맞춰주다가 신체적 학대를 당하게 되는 ‘용기’

(여기서 인에이블러로서 감당하고 행하는 모든 행동의 발현 또한 용기라고 저자는 말한다.)도 오직 자신을 지키는 것에 써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p.111)

나는 책 본문 중에서 ‘타협’에 관한 부분에 가장 공감했다.

"타협은 다른 사람들의 욕구에 끊임없이 순응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행동은 자기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더욱 무시하게 만들고, 자기 의견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자기 중심적 성향을 더욱 키운다.

다른 사람에게 늘 순응하는 것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아니다." (p. 113)

나도 주변에 친분 있는 선배 언니가 있다. 곧 50이 되는 그녀를 만나면 한참 후배인 나는 기가 눌려 뭐든지 타협하게 되고, 싫어도 순응할 수밖에 없어진다.

프랜차이츠 커피점에 가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무리하게 부탁하는 그 사람의 장단에 맞춰 주문해줘야 하는 건 내 몫이었다.

그 사람을 만나는 게 피곤했고 괴로웠다.

그 사람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른다. 이따금 톡과 문자를 보내 안부를 살피는 척 얼굴 보자고 한다.

만나면 그녀의 자기 자랑, 과시, 그리고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내 개인에 대한 (껄끄러운) 관심 등을 꺼내놓고 몇 시간 동안 대화하며 보낸다.

물론 그녀와의 시간이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좋은 대화도 오갔다. 내가 약해졌을 때 그분이 건넨 위로는 정말 감사했다. 연장자의 미덕이 느껴지는 시간도 존재했다.

하지만 원래가 자기중심적인 그 사람과 대화하면 나는 늘상 피곤하고 불쾌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사람의 관계가 무 자르듯 끊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절이 중을 떠나는 것보다 그곳을 좋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그분이 외롭고 힘들어서 그러실거라 이해하고자 했다. 내 마음의 아량이 너무 좁아서, 사랑이 충만하지 않아서 그분을 보듬어주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책하기도 했다. 그분이 내 감정과 명예를 상하게 하는 ‘실수’를 했을 때도 용서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녀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용서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에이블러의 가장 큰 덕목은 용서이다.... 그들(상처를 받은 인에이블러)은 용서하는 척하면서도 의존자들에게 평생 겁을 먹을 만큼 죄의식을 듬뿍 쌓아줄 수도 있다.” (p. 117)

참아내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담아두고,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끊을 수 있는 관계로서 잠재적 위험한 위치에 둔 채 나는 그분과 아직도 줄다리기를 하는 심정이다. 나의 위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감히 인에이블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위해 내 자신을 희생할 만한 그런 그릇이 못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닌, 내가 누군가의 정신, 육체적 만족을 위해 소비되고 그럼에도 기꺼이 돕는 마음으로 희생하나 상실감이나 상처, 잘못된 자존감 충족 등을 느낀다면 우리는 인에이블러가 될 수 있다.

인에이블을 에이블로 바꾸는 것은 지금의 삶을 사는 내게 달려 있다.

아, 나는 그분의 연락에 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사람이 스스로 바꾸거나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는 방식뿐이다.” (p. 92)

타협은 다른 사람들의 욕구에 끊임없이 순응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행동은 자기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더욱 무시하게 만들고, 자기 의견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자기 중심적 성향을 더욱 키운다. 다른 사람에게 늘 순응하는 것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아니다. (p. 113)

사람이 스스로 바꾸거나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는 방식뿐이다. (p.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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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 - 유료 누적 조회수 5천만 산경 작가의
산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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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 (2019) by #산경

 

일반 소설 작가는 글을 다루지만 웹소설 작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p. 5)

 

현대 판타지 웹소설 작가 산경 님은 콜로소라는 인터넷 강의 플랫폼을 통해 처음 알았다.

 

콜로소는 갈수록 가격이 오르는 독특한 방식을 취한다. 얼리버드 최초 수강료는 8만원대였다.

 

산경 작가님 외에 무협 소설 작가 용대운 님의 강의도 제공되고 있었다.

 

나중에 12만원대로 치솟고 나서야 강의를 샀는데, 두 개는 다 못 사서 내게 불모지와 같던 무협 소설 강좌를 샀다.

 

그런데 산경 작가님이 책을 펴낸 것이 아닌가!

 

이 책은 감사하게도 이벤트로 받았지만 언젠가 돈 주고도 사려고 했던 책이었다.

 

왜냐면, 산경 작가님은 치열한 웹소설 계에서 살아남은 현직 성공한 작가이고,

 

영상에서 본 칼칼하고 깐깐한 이미지처럼 대충 건성으로 가르쳐 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탑을 찍는 작가가 자신의 작법 노하우를 알려준다는 것 자체가 이 필드에서 쉽지 않기 때문에 책을 출간해준 그가 고마웠다.

 

얇아 보이지만 이 책은 웹소설 연재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작가님의 뼈저린 경험담과 함께 연재에 관한 대부분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준다.

 

학원 선생님 족집게 과외처럼, 매 챕터 끝에 항목을 적어 무엇을 하라고 알려주는 것도 참 인상적이다.

 

가령, 웹소설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들, 시점에 대한 처리, 가독성, 연재처, 댓글 대처, 자료 조사, 전업 vs 부업, 드라마화 과정....

 

그리고 가장 중요한, 프로다운 바른 '마음가짐'에 관한 부분을 전하기 때문에 좋은 책이라고 단언하겠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작가들이 많다면 웹소설 생태계가 보다 풍성하고 다채롭게 발전해나갈지 않을까 희망마저 엿보였다.

 

나도 웹소설 계를 살며시 어정거렸기에 이 생태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살벌한지 조금은 알고 있다.

 

처음부터 나눠 먹을 파이는 없고 부스러기만 떨어지길 바라는 설 곳 없는 신인, 무명들의 비애.

 

실력 부족이 아니라 권력 싸움에서 패배하고만 마는 작가 꿈나무들의 상실감과 박탈감, 피해 의식은 상당히 크다.

 

산경 작가님의 글 어떤 부분은 나로선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기도 했다.

 

작품이 진주라면 흙 속에 묻힐 리 없다고 하시는데, 실상은 매니지먼트에서 밀어주거나 리디에 배너라도 안 뜨면 진주 아닌 다이아몬드라도 그냥 묻히는 게 현실이다.

 

사실 웹소설의 세계는 책 한 권에서 성공 전략을 말할 정도로 간단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글이 너무 좋아서 계속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직접 뛰어들어봐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잭팟을 터뜨릴 수도 있으니까.

 

여러 웹소설 작법 책을 봤는데 이 책이 제일 유용했다. 가려운 부분들을 긁어주는 고마운 책이다.

 

원래 작가들은 자신의 영업 비밀을 공개하지 않는다. 자료 조사에 대한 이야기를 시원하게 푸는 작가들도 찾기 힘들다.

 

산경 작가님은 이 부분들을 오픈하고, 어떻게 자료를 효과적으로 작품에 활용하는지 자신의 경험과 방식을 나눈다.

 

자료를 그대로 붙여넣지 말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수없이 노력하고 공부하고 녹여내야 한다고, 그 마음가짐부터 가르친다.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완벽하게 납득할 때까지 끝없이 조사하는 것이 여러분의 일입니다. 그것이 작가입니다.” (p. 63)

 

이 책을 읽고 산경 작가님에게 존경심이 들었다.

 

그의 군더더기 없는 설명도 그렇고, 이런 바른 멘탈과 지성을 겸비하신 분이, 그 스스로 말했듯 재미가 전부인 웹소설에 바치는 무한 열정과 노력에 숙연해졌다.

 

클래식에 대한 조예가 그리 없으셨던 작가님이 클래식 음악 천재가 등장하는 작품 <신의 노래>를 집필하면서 들인 노력과 고생을 나누는 부분은 이 책의 백미다.

 

당신은 어떤 분야의 이야기도 써낼 수 있습니다.” (p. 75)

 

책을 다 읽고나니 베토벤 교향곡 9'합창'이 듣고 싶어진다. (왜인지는 책에 나옴)

 

내면엔 깊이와 내공을, 외면엔 트렌드를 아우르는 자신 만의 스타일을 갖춘 산경 작가님의 웹소설 가이드 책으로 내 인생도 좀 역전시켜볼까나.

 

 

일반 소설 작가는 글을 다루지만 웹소설 작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p. 5)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완벽하게 납득할 때까지 끝없이 조사하는 것이 여러분의 일입니다. 그것이 작가입니다. (p. 63)

당신은 어떤 분야의 이야기도 써낼 수 있습니다. (p.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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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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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읽고 나서도 가슴이 뛰었다. 중국 소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체제와 억압에 저항하는 인간들의 애절한 몸부림, 그리고 작가의 살아 있는 양심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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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 모든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스칼릿 커티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윌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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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큰 꿈을 품은 여성이 이 세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여성들에게 두려움 없이 자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런 게 페미니스트라면, 좋다,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라.”

 

(침웸웨 치웨자, 걸업 클럽리더 p. 58)

 

 

이 책에 대해 설명하기 전 내 얘기를 하자면, 페미니즘에 관한 내 생각은 조금 복잡하다.

 

당신은 여성이면서 왜 페미니스트가 아니냐?며 따질 근본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성의 권리, 가치 그리고 존재가 남성과 차별 없이 존중받아야 함에는 부인할 바 없이 동의하며,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라도 유린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 입장은 마찬가지이다.

 

내가 사는 한국의 현실, 이를테면 아내, 며느리, 딸의 역할로 사는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페미니즘이라는 것도 안다.

 

사실 나는 결혼 전까지 여성다움이나 여성 차별에 대해 이렇다 할 피해를 본 적은 없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살아온 세계가 얄팍했다는 이유겠지만,

    

책에서 강조하는 사회가 여성에게 여성다움을 강요하고 어릴 때부터 학습 시켜 내 딸이 걱정된다.’는 어느 여성 분의 에세이는 공감이 좀 쉽지 않았다.

 

(나에게만 해당할 수도. 페미니즘의 기본 정신 외에 다른 부차적인 것들은 여성마다 받아들이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은 그것이 불편해 딸의 유치원 교사에게 말했다지만, 역으로 유치원 교사는 같은 여성으로 이것에 대해 어떻게 볼 것인지 그녀의 입장 또한 고려해봐야 할 터였다.

 

나는 여중, 예고, 여대를 나왔지만, 그 누구도 내게 여자다워야 한다고 강요한 적은 없었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내 스스로 간편하다는 이유로 남자처럼 머리를 커트하고 다녔다.

 

, 한 번 공중 화장실을 가는데 경비원이 내게 남자예요, 여자예요.”라고 물은 적은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기분이 좀 묘하다.

 

치마는 내가 좋아서 입는 것이고, 살이 쪄도 부담 없이 걸칠 수 있어 오히려 바지보다 선호한다.

 

다리를 쩍 벌리지 않는 건 보기 흉해서이고, 바깥에 나갈 땐 브라를 하고, 투박한 팔자걸음으로 걷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원하는 나의 천성적인 기질일 뿐이다.

 

그러므로 사회가 내게 강요하는 여성다움은 이런 겉에 보여지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여성 혹은 여성다움 때문에 피해를 본다고 느낄 때는, 아내일 때다.

 

남편은 가부장적인 사람이고, 시부모님은 고루하신 분들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아내로서, 며느리로서의 의무는 응당 존재하겠지만, 내 가정에서 나는 자존감이 추락하는 것을 경험한다.

 

바로 여성다움’ “순종, 복종등이 이런 곳에서 강요되고 압박받기 때문이다.

 

여성이니까 집안일, 가사일, 설거지, 출산, 양육하는 것이 마땅하고, 거기에 일을 해 돈을 번다해도 이 같은 의무에서 해방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나는 일도 하지 않으니 이 책에서 주장하는 자기 일을 갖고 당당한 여성이 되라는 지침도 내게는 fail과 마찬가지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시부모님이 아프면 그것까지 책임져야 하는 의무도 며느리인 내 어깨에 있다.

 

언젠가 시아버님이 당신이 병들면 나더러 수발들라고 언질했을 때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았다.

 

나는 이 가정에서 가장 하위에 랭크된 '여성'이었고,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며느리'였다.

 

책으로 돌아와 보자.

 

이 책은 걸업이라는 UN 여성 자선 단체와의 협업으로, 사회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는 55명의 여성들의 글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인종, 종교, 국가, 직업 등이 다른 여성들이 말하는 페미니즘은 솔직히 내게는 좀 이질감이 느껴졌고, 그들의 수기는 페미니즘과 별개의, 서바이벌 투쟁기처럼 읽혀졌다.

 

그런 거리감은 책을 이해해갈수록 점차 해소되었다.

    

아픔과 상처가 녹아진 진실한 수기들은 내 마음에 공명했다.

 

짤막하지만 너무도 처절하게 기록한 92년생 트렌스젠더 찰리 크랙스의 고백.

 

죽음에 가까운 불안의 병을 앓고 있지만 여성일 수밖에 없어 마주한 냉정한 현실에 괴로워하던 디자이너 샬럿 엘리자베스.

 

불안감 때문에 고통받은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불안은 심각한 질병으로 좀 더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젊은 여성들이 내는 우려의 목소리는 검은색 정장 차림 중년 남성들의 걱정만큼 진지하게 수용되거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 87)

 

윌리엄 왕자의 아내 케이트 미들턴은 출산 7시간 만에 풀메이크업에 완벽한 몸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 전통은 다이아나 왕세자비 시절에도 있었다.

 

몇 년 전엔 중국 배우 안젤라 베이비가 출산 후 얼마 안 되어 기자들 앞에 미니스커트 원피스 차림으로 선 사진도 본 적 있다.

 

왜 여성들은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자신을 꾸미며 완벽하게 보여야 하는 걸까.

 

(연예인의 경우엔 여러 동기와 계산이 깔려 있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그것이 일반적인 여성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출산 후 여성은 그렇게 완벽하게 보여질 수 없다.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는 여성의 몸이 실은 찢어져 있고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첨예하게 적는다.

 

그녀는 세상이 요구하는 여성의 모습이 얼마나 잘못되었고, 그로 인해 얼마나 여성이 희생당하는지를 지적한다.

 

책은 페미니즘의 다섯 단계라고 하여, 각각 깨달음 (epiphany), 분노 (anger), 기쁨 (joy), 행동 (action), 교육(education)의 항목으로 접근한다.

 

각 카테고리에 맞춰서 편집된 수기들의 저자 대부분은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바로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활발히 페미니즘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 중에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저자 헬렌 필딩, 엠마 왓슨 등 유명한 이들도 있다. 이전 서평 책이었던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의 돌리 앨더튼의 이름도 보인다.

 

겉으로만 봐도 화려하고 더는 바랄 것 없는 여성들이 직접 경험하고 뼈저리게 느낀 차별과 부조리는 단지 그들만의 것은 아니다.

 

여성이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목소리가 우리의 목소리다.

 

처음엔 페미니즘에 대해 무덤덤하게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욱 치열한 전선에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들이 맞닥뜨리는 거대한 차별과 부조리의 벽을 목격하면서 페미니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지구상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성차별이나 억압이나 공격으로부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살 수 있는 자유” (p.286)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 여성들의 안녕을 빈다.

 

#나만그런게아니었어 #윌북 #윌북서포터즈3

 

 

 

 

 

  

나는 큰 꿈을 품은 여성이 이 세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여성들에게 두려움 없이 자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런 게 페미니스트라면, 좋다,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라.(침웸웨 치웨자 p. 58)

페미니즘 운동의 목표는 지구상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성차별이나 억압이나 공격으로부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살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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