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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 주고 싶은 비밀 ㅣ 바람그림책 160
도요후쿠 마키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25년 3월
평점 :
가끔은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끝끝내 혼자만 간직하게 되는 비밀이 있다. 말해버리면 어쩐지 사라질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이상하게 보일까 봐 망설여지는 마음. 『보여 주고 싶은 비밀』은 바로 그런 마음에 조심스럽게 다가와 손을 잡아주는 책이다.
고양이 한 마리가 나온다. 다른 고양이들은 모두 맛있게 물고기를 먹지만, 이 고양이는 다르다. 물고기를 조심스럽게 어항에 넣고, 들여다보고, 소중히 키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한 마리의 고양이를 만난다. 모두가 새를 잡으러 갈 때 혼자 남아 있던 줄무늬 고양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낯익은 조심스러움. 두 고양이는 조금씩 서로의 비밀을 알아가고, 드디어 말한다. “나도 사실은…”
서로를 향한 그 고백은 작지만 강하다. 비밀을 공유한다는 건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일이다. 거기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용기를 받아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 책은 말한다. 진짜 우정은 서로 닮았을 때보다, 서로의 다름을 따뜻하게 바라봐줄 때 생긴다고. 섬세한 그림 속 고양이들의 눈빛과 몸짓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페이지마다 감정이 스며 있고, 그 장면들 하나하나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마치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준 것 같은 기분. 괜찮다고, 네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해주는 듯한 다정한 책이다. 혼자서 끌어안고 있던 작은 마음 하나쯤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따뜻한 순간이 이 책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