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은 시다
박정완 지음, 박서영 그림 / 창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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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완 시인의 동시집 《레몬은 시다》를 읽으며 날마다 마음에 드는 시를 정성껏 필사해보고 있다. 제목부터 상큼하고 기발한 이 시집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모든 순간을 반짝이는 동시로 바꿔놓는다.



 '스케이트를 타듯' 글자가 미끄러지는 형상을 재미있게 배치한 시 <볼펜>이나, '소'와 '나귀'가 걸어오는 소리를 모아 먹구름 속 '소나기'로 연결해내는 시 <소 나귀가 온다>처럼 작가의 언어 유희와 말놀이는 정말 신선하고 유쾌하다. 종이 위를 미끄러지는 볼펜을 보며 스케이트를 떠올리고, 소나기라는 단어 속에서 소와 나귀를 발견해내는 순수한 관찰력이 놀랍다. 

김제곤 평론가의 말처럼 언어의 틈새에서 발견하는 온기가 시집 전체에 가득하다. 

번잡한 일상 속에서 순수한 감각을 되찾고 싶다면 어른과 아이들에게 이 상큼한 동시집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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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찻집 ㅣ 김지안 멧밭쥐 그림책
김지안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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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안 작가님의 계절 시리즈인 <튤립 호텔>과 <장미 저택>을 아이랑 워낙 재미있게 읽은 터라, 이번 신작 <수국 찻집>도 나오자마자 정말 기대하며 펼쳐보았다. 그런데 이번 이야기는 한창 싱그럽고 풍성해야 할 여름날, 뜻밖의 슬픈 소식과 함께 시작된다.

늘 정겨운 미소로 맞아주던 수국 찻집의 두꺼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홀로 남겨진 할머니는 너무 큰 슬픔에 잠겨 찻집을 돌볼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렸다. 마당의 수국들도 주인을 잃은 채 피어나지 못하고 멈춰 있다. 

할머니의 슬픔을 다정하게 안아주기 위해 귀여운 다섯 마리 멧밭쥐들이 나선다. 멧밭쥐들은 할아버지가 남긴 낡은 수첩을 들여다보며 정성껏 수국 정원을 가꾸고, 눈이 침침해진 할머니의 손을 잡고 안경을 맞춰드리러 가기도 한다. 가을과 겨울을 지나 봄이 오기까지, 앙상한 가지 같던 할머니의 마음에 다시 꽃을 피우기 위해 이들이 함께 보낸 시간들이 참 아름답다.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그 사람이 남긴 사랑을 기억하며 내 일상을 묵묵히 살아내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다행히 멧밭쥐들의 진심이 닿았는지 수국 찻집은 다시 소담스러운 꽃들을 가득 피워내고, 기다렸던 손님들로 북적이며 활기를 되찾는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의 아픔은 말 한마디의 위로가 아니라, 오랜 시간 곁을 지켜주는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참 다정하게 보여준다. 이전 시리즈에 나왔던 인물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읽을  그림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수국 향기 가득한 여름을 보냈으니, 벌써부터 멧밭쥐들이 맞이할 다음 겨울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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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를 응원해 주세요 - 제3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저학년) ㅣ 신나는 책읽기 68
온선영 지음, 홍주연 그림 / 창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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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하필 양배추지?”

제목부터 웃기다. 무슨 이야기길래 양배추를 응원해달라는 걸까 싶어서 책을 펼쳤는데, 정말 앉은자리에서 쭉 읽게 되는 동화였다.

주인공 현찬이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아이다. 머릿속에 축구 생각이 가득한, 아주 평범하고도 귀여운 2학년 어린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현찬이가 양배추가 되어버린다. 정말 말 그대로 양배추다. 이 설정부터 너무 엉뚱해서 웃음이 난다. 그런데 또 그냥 웃기기만 한 게 아니다. 양배추가 된 현찬이를 바라보는 엄마와 가족들의 반응,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다 보면 킥킥 웃다가도 자꾸 마음이 간다.

특히 엄마가 현찬이를 씻기고 닦아주는 장면은 너무 황당한데 이상하게 다정하다. 양배추가 된 아들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챙기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따뜻하다. 이 책은 엉뚱함과 다정함을 아주 자연스럽게 같이 보여준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아이를 가르치려고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찬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냥 응원해준다.

현찬이는 양배추가 된 뒤에도 축구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게 이 책의 제일 멋진 점이다. 몸이 양배추가 되었는데도 운동장으로 가고, 공을 향해 달리고, 결국 골인을 해낸다. 대견하다.

중요한건 꺾이지 않은 마음이 아닐까? 초등 저중학년 아이들과 읽으면서 이야기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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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의 편지 - 제3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나이 지음 / 창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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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의 편지』는 고래섬에 사는 마나와 일곱 숭아가 함께 만들어 가는 다정한 이야기다. 여름 태풍에 떨어진 복숭아들을 마나가 거두어들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렇게 만난 존재들이 서로를 돌보고 나누며 살아가는 과정이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어진다.

이야기의 흐름은 어디로 향할지 쉽게 짐작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천천히 따라가게 된다.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를 읽는 것도 같고 동시 한편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은 숭아가 되어 보기도 하고, 마나가 되어 누군가를 돌보는 마음을 느껴 보기도 하며 편지를 받은 이가 되어보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마나와 숭아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는 돌봄과 연대의 가치가 담겨 있다. 인형뽑기 기계에 갇힌 인형을 구해 내고, 다시 그 인형들이 각자의 여행을 떠나는 장면에서는 ‘함께 있음’과 ‘떠나보냄’이 조용히 공존한다. 그리고 다시 봄, 복숭아꽃이 떨어지는 자리에서 마나와 숭아들이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은 특별한 설명 없이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 눈길이 머무는 부분은 ‘이름’이다. 깨숭아, 먹숭아, 울숭아, 뼈숭아처럼 일곱 숭아들 하나하나 이름을 얻는 순간, 숭아들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주체가 된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또한 편지 형식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요즘에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빠르게 메시지를 주고받는 시대와 달리, 편지는 기다림과 여백을 품고 있다. 마나의 편지를 읽다 보면 어느새 그 편지를 ‘받은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고, 고래섬의 풍경과 그곳의 소소한 일상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답장을 써 보고 싶어진다.

『마나의 편지』는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다. 누구나 모험을 떠날 수 있고, 다른 존재를 도울 수 있으며, 이름을 통해 하나의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한다.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넘어가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마나에게 보내는 답장을 써 보는 활동으로 이어 가기에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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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책 읽는 고양이 고고 선생 1~2 세트 - 전2권 ㅣ 책 읽는 고양이 고고 선생
김지원(책꿈샘) 지음, 차야다 그림 / 길벗스쿨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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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꿈샘 김지원작가님의 책읽기,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오랫동안 독서교육에 매진했던 선생님이라 더 믿고 보게 되었다. <책 읽는 고양이 고고 선생> 시리즈는 독서와 글쓰기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아이들의 일상에서 출발한다. 책을 읽으라면 막막해지고, 글을 쓰려 하면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고고 선생은 먼저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그 막막함을 함께 지나가는 데서 시작한다. 

고고 선생은 이 책의 분위기를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300살 고양이가 건네는 조언은 딱딱한 설명이 아니라, 옆에서 슬쩍 알려주는 비밀처럼 느껴진다. ‘500원을 내면 알려 준다’는 설정도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놀이처럼 다가가 부담을 덜어 준다.1권에서는 책 읽기를 싫어하던 아이가 조금씩 독서의 재미를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책을 고르는 방법부터 읽는 태도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 읽다 보면 어느새 ‘이렇게 해 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2권에서는 글쓰기를 두려워하던 아이가 ‘아무 말 노트’와 같은 방법을 통해 글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는다. 막막했던 글쓰기가 작게 시작할 수 있는 일로 바뀌는 지점이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읽기 쓰기를 알게 되고 실제 워크북이 연계되어 있어 직접 해볼수 있어서 좋다. <책 읽는 고양이 고고 선생>은 독서와 글쓰기를 잘하게 만드는 책이라기보다,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읽고 나면 독서와 글쓰기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누구나 연습하며 키워 갈 수 있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고 선생과 함께라면 말이다.

3권 말하기까지 기다려지는 시리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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