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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 개정증보판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1
이용재 지음 / 멘토프레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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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지부터 수수하지만 기품이 느껴진다. 힘있게 내려친 필기체 제목하며 거친 스케치로 그려낸 아버지와 딸. 그리고 일관된 채색과 깔끔히 기울어진 빌딩과 구획된 설계도. 이른바 건축가의 철학과 '깡'이 표지서부터 전해지는 듯하다. 건축가들은 실학자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예술가이기도 하며 어려울 땐 사업가이자 승부사가 되기도 한다. 전에없다면 새로이 만들어내고, 안되면 되게한다. 디자인을 이리 비틀고 재료를 수정하고 공법을 바꾸고... 무수히 많은 난관이 있지만 결국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건축가들의 깡이 담겨있다. 그 결과물인 건축물에는 철학이 담긴다. 우리가 큰 뜻을 품고 세상에 던져졌듯이 여러 건축에는 역사가 있고 자연이 있고 의도가 있고 그 중심이 되는 건축가의 철학이 담겨있는 것이다.

책에 대한 강렬한 인상은 그러하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매력적인 책이다. 

 

첫 째로, 제목에 충실하다.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내가 정말로 아버지를 따라나선 듯 어설프지만 건축물을 요리조리 뜯어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는 이래뵈도 건축과 대학원에서 건축평론까지 전공한 공학도.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건축, 근현대사를 몸에 새기다'에서는  어떠한 역사적 배경에서 건축물이 생기게 되었는지 딸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독자는 딸이 되어 책을 읽고 잠시 허공을 응시한다. 저 굳건한 움직이지 않을 법한 덩어리와, 터와, 공기가 세월을 거슬러 높이 올라가기도 내려오기도 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예를들어 국회의사당을 견학갔을 때에는 아버지께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차례로 들려주신다. 고종의 헤이그특사파견으로 인해 통감부가 조선총독부로 전환된 이야기, 해방 후 조선총독부가 어떤 건물로 쓰이며 정체성의 부재를 앓아왔는지, 그런 와중에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의도로 국회의사당이 만들어지게되었는지 그 인과관계가 명확하다. 건축물에도 역사가 있고 정치가 있음을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다. 객관적인 의견과 절차적인 진행은 비록 부족할지라도 나는 지금 아버지를 따라 나선, 잠시는 포근함에 묻어도 될, 작지만 날카로운 안목의 딸이다. 아버지의 주관이 담긴 이야기들을 부담없이 듣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않으면 입술 내밀고 톡톡 쏘아붙이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무게감과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이유는 아버지가 이 건축여행을 통해 딸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역사도 아니고 건축도 아니고 바로 '인생'이라는 걸 마지막장을 넘길 즈음에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 건축가가 태어나고 역사를 통해 건축물이 태어난다.

둘째로, 기존의 건축 교양서들과는 다르다. 서문에서 저자는 딸을 인문학적인 자녀로 만들기를 약속한다. 인문학적인 자녀는 어떠해야 하는가? 왜 하필 건축여행인 것인가?(글쓴이의 메인 전공이기도 하였지만) 기존의 건축교양서들은 시대별로 건축물을 모두 나눈다. 그리스 양식, 이슬람 양식, 비잔틴 양식, 르네상스, 그리고 고딕 양식 등등. 그리고 예시들을 마구 쑤셔넣고 종합하고 그들의 구성상 특징을 요약하고. 하지만 저자는 딸이 경험을 넓히고 생각을 깊게하기를 원하는 한 아버지이다. 시대별로 따지고 특징을 외울 일이 아니라 건축물이 세상에 던져진 이유를 자꾸만 고찰한다. 1장에서는 근현대사를 조명해주고, 2장에서는 시대를 빛낸 인물들을 기리는 건축물에서 인물을 들여다 본다. 사이사이의 딸과 아버지의 담화는 귀엽다.

~이로써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드라마틱한 대립은 막을 내리고 대한제국은 점차 외세에 시달리게 된다.
"딸아, 정치란 것이 이리 어려운 겁니다. 민심은 안중에도 없이 이권만 따졋다가는 패가망신이 아니라 패국망신이 됩니다."
"아빠, 아직 을미사변에 대해서 말 안 하셨잖아요."
"휴... 아빠가 너무 흥분해서 말했더니 진이 빠집니다. 불어넣어주세요."
"아자자자자자, 이얍!"
"좋습니다. 다시 힘이 납니다. 홍삼주스는 엄마나 마시라고 합시다."

3 장 '건축, 아트와 실용주의의 유쾌한 만남'에서는 좀 더 현대의 건축물에 다가선다. 3장에서는 역사적 필연성, 인물을 기리려는 의도 등은 최대한 배제하고 오로지 건물의 용도에만 집중하여 어떠한 디자인을 왜 그렇게 뽑아내었는지 자세히 조명한다. 이 때 건축가는 빛이 난다. 건축물의 디자인은 곧 건축가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주한프랑스대사관 전경

사진출처 http://goo.gl/R18vSd


위 주한프랑스대사관은 건축가 김중업의 작품이다. 그가 '집은 노래를 불러야 한다.'라고 말했듯이 좌측의 브리지의 선들이 살아 꿈틀거린다. 서까래와 기둥 등에는 전통적인 아름다움도 묻어있다. 한국의 얼이 살아있는 것이다. "건축은 인간에의 찬가다. 인간의 보다 나은 삶에 바쳐진 또 하나의 자연인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빚어놓은 엄청난 손짓이자 귀한 사인이다."


이 처럼 건축물에 대해 각 건축가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철학을 투영했는지 건축가들의 말이 빠짐없이 장마다 담겨있다. 건축이 있음으로써 자연이 완성된다는 이들도 있고 과학과 엄격한 자료에 근거하여 건축을 하는 렘 콜하스 같은 이들의 작품도 있다. 대한성공회 성가수녀원에는 더 큰 철학을 위해 자신의 철학과 기존의 공식을 양보하기도 한 김원같은 건축가들도 있다.


"그런데 한옥 대문은 왜 살리는거예요. 현대식 대문으로 바꿔주세요."

" 안 됩니다. 이 대문은 단순한 문이 아닙니다.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추억이고 회한입니다. 한편으로는 성공회가 토착화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습니까. 성공회 대성당의 주교관도 한옥이고요. 이러한 철학을 존중하고 싶습니다. 거기다 이 한옥 대문이 새 벽돌건물을 자연스레 감싸 안을 겁니다."


건 축가의 뚝심과 승부수, 합리성은 물론 예술가의 기질, 대의를 모두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심지어 담양 정토사 무량수전을 설계한 김개천은 기와 지붕도 불탑도 없이 네모반듯한 시멘트 건물로 법당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독일의 설치미술가 허먼 마이어 노이슈타트는 먼 타국 땅 대한민국 안양시까지 와서 숲 속에 알지못할 원통들을 짓는다. 이른바 '리볼버'(권총). 원통으로 둘러싸인 12평 남짓의 공간에서 창으로 밖을 바라본다. '창으로 본 숲속 풍경은 현실인지 허구인지 불분명하게 다가온다. 창은 단순한 창이 아니라 스크린이 된다.' 이렇듯 건축은 안과 밖을 단절하는 경계가 아니라 경계를 허무는 수단으로도 이용됨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셋 째로, 사람사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건축을 매개로 하여 여행이 지속되지만, 사실 이야기의 대부분은 '건축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건축가들이 어떤 고난을 마주하고 이겨냈는지 '과정'이 자세히 서술되어있다. 늙은 장수의 젊을 적 무용담을 들려주듯 건축가들의 스토리는 흥미진진하다. 역사와의 갈등, 자연과의 갈등, 그리고 돈 문제 혹은 시공사와의 갈등까지. 건축가들은 뚝심으로 밀어부치기도 하고 양보하여 합리적인 결정으로 방향을 수정하기도 한다. 건축물의 디자인과 공법에만 충실하는 것보다 '건축가'에 집중한 아버지의 안목이 훌륭하다. 이것이 진정 딸에게 해주고 싶은 인문학이 아닐까? 모두 똑같은 현실 속에서 다름을 찾는 것. 그 다름은 땀에 절고 값지고 아름다워야 한다. 시간을 거슬러, 공간을 거슬러 내면을 보지 않으면 쉬이 알 수 없는 그 이야기들을 좇는 과정이 건축여행에 담겨있다. 

 

" 한국의 아버지들 다 어디로 가셨나?" 필자는 이 점에 불만이 많다. 자고로 아버지는 자녀의 인문학 교육에 신경 써야 된다. 아무리 외부에서 고개숙인 가장이니 돈 버는 기계니 떠들어대도 스스로 가족 구성원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필자가 말하는 인문학 교육이라는 것도 기실 대단한 게 아니다.그저 자녀와 이야기하고 유머를 즐기면서 짬짬이 시간을 같이 보내려고 노력하면 된다. 

 

새 삼 그를 아버지로 둔 따님 분이 부러워진다. 이 책을 통해 주변에서 쉽게 지나치는 건축물도 두어번 더 눈길을 주고 서로 눈을 마주치려 노력한다. 그 건축물의 물생物生을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 쉽지는 않은데, 새롭다. 그 과정에서 경건함을 느끼고 나를 한 번 더 되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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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 현암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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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투게더라는 친숙한 이름을 제목으로 달고나온 책이다. 단연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 뜨는 느낌을 주는 듯한 표지이다. 부제는 더욱 더 인상적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제목과 부제만 보아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지레짐작하기를,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협동하는 법에 대해 조언하는 책인가, 심리학 분석서인가 싶었다. 그런데 왠걸 한 권의 사회학분야의 걸작이었다. 그럼에도 추리소설의 줄거리를 따라가듯 현재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에 기승전결이 부족함이 없었다. 

 

저자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은 뉴욕 대학교와 영국 런던정경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서, 유럽 지식인 사회에서도 주목받는 몇 안 되는 미국인 학자이다. 그는 노동 및 도시화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른바 이 책은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의 두번째 작품이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주제로 그는 사회를 엄마가 아이의 행동을 기록하듯 유심히 기록하고 재미있게 들여다 보았다. 1부작은 인간이 가진 능력인 기술적 부분에 초점을 맞춘 '장인(The Craftsman)', 그리고 2부 격에 해당하는 '투게더'에 이르러서는 이런 인간(사람)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살아온지 짚어보고 현 문제에 대한 혜안까지 제시한다. 그는 20세기 이후 사회가 발전해온 모습을 21세기의 역사적 상황에 적합한 '사회적인 것'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책 서두의 말을 인용하자면, '그것은 일하는 인간의 삶, 손으로 작업하는 인간들의 삶, 그들의 협력과 연대의 가능성을 다시 모색하는 것'이다. 그렇게 '장인'에 대해 조명하고, 함께 사는 사회 즉 '투게더'라는 키워드를 들여다 보면서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는 여정의 중반을 지났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현대 사회는 사람들을 협력을 실천하는 것에서 '탈기술화de-skilling'시킨다. 이는 앞서 조명했던 사회에서 인간의 장기인 '장인'정신을 거슬러가는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면서부터 인간은 장인들만이 할 수 있는 좁혀지기 힘든 '차이'를 다루는 '기술'을 '상실'하고 있다. 사회는 더욱 더 복잡해졌지만, 우리는 그 사회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협력의 기술을 잃어버리고 있다.

 

이런 물음으로부터 저자의 문제제기가 시작된다. 협력이 어떻게 형성되는 지 알아보고, '불평등', '일터', '비협동적 자아'라는 개념들로부터 협력이 왜 약해졌는지 알아본다. 마지막 3부에서는 2부에서 콕 찍은 문제점들에 대응되는 혜안들을 내놓는다. 일터에서 어떻게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지, 일상에서는 어떻게 서로 협력해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진정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지. 탄탄한 현실 조명과 달리 대답이 조금 진부하거나 당연해서 아쉽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는 당연한 것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중요하다. 공동체적인 협력 경험을 지속가능한 즐거움으로 만드는 것이 튼튼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핵심사안일 것이다.  

 

단순히 현상을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렇게 흘러온 과정과 맥락을 짚어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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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젠의 로마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몸젠의 로마사 1 - 로마 왕정의 철폐까지 몸젠의 로마사 1
테오도르 몸젠 지음, 김남우.김동훈.성중모 옮김 / 푸른역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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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 고백(이자 반성)으로 리뷰를 시작하건대, 나는 이전에 로마사는 물론이오 로마인들의 생활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제우스, 헤라 등이 등장하는 신화 이야기나 몇 편 읽어보았을 뿐이고, 기껏해야 중학교 시절 배운 기원 후 로마제국의 역사의 단편만이 거뭇거뭇 기억나기에 그친다. 그럼에 이번 기회에 읽게 된 몸젠의 로마사(1권)는 일단 무척 어렵고 낯설었지만, 신기하기도 했다. 그가 시간을 되돌아 짚어가는 방식에 얼추 리듬을 맞출 수 있게도 되었으며, 나름 로마인의 기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이탈리아 반도 중심부에 위치한 라티움 지방에서 움트게된 로마는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신화가 전해주는 로마건설이라는 것 자체는 실재하지 않는다. 로마의 역사는 그 원대한 시작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정주'의 역사이다. 물론 작은 여러 공동체를 거대도시로 집중시키는 과정은 로마인들만의 독특한 생각은 아니었으나, 이러한 과정을 어떤 공동체들보다 성공적으로 유익한 방향으로 받아들인 공동체가 바로 로마였다. 정주와 융합을 통해 라티움 속에서 로마가 어떻게 선두적인 입지를 다지게 되었는지 추적하고, 어떤 식으로 성장하고 팽창했는지 살펴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라 저자는 말한다. 그 이후 주변 연방과 어떻게 교류하는지 알아가는 과정과 법, 종교, 측량과 문자, 예술 등 로마의 구성요소들이 1권 전체에 잘 나타나있다. 

여느 사회학자나 사학자들이 그러하듯 몸젠은 작은 예시와 사료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집어 퍼즐을 맞추어 나간다. 일반적인 인간사 문명의 발전을 조명하는 일과는 달리, 기원전 800여년경 로마의 일곱 언덕에 문명이 자리잡기 시작한 이후 무려 약 3천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점에서 로마사를 깊이 들여다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저자 테오도르 몸젠 특유의 실증주의를 강조한 접근법으로 인해 바로 곁에서 로마인들의 기원과 생활을 지켜보는 듯 생생하다. 

항상, 책 한권의 통 맥락을 관통하는 법칙을 이해하고자 시도하는 공학도에게는 이런 퍼즐을 뜯어보는 일이 정말 어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사건사고 위주의 역사 정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몸젠의 로마사는 읽는 내내 긴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어떤 증거로부터 그들의 삶이 이루어지게된 것일까, 이런 인과관계로인해 다음 장으로 어떻게 넘어갈까 라는 물음들을 예측이나 한 듯 단원은 꼼꼼하고 책임감이 있다. 몸젠의 언어는 지도를 바탕으로 지정학적으로 역사를 보여주기도 하고, 철저한 실증주의 아래 수많은 사료들을 바탕으로 로마인의 삶의 방식을 설명하기도 한다. 카이사르에서 티오클레티아누스 황제에 이르기까지 로마가 유럽을 넘어 아시아를 속주하는 모습이 그려질 10권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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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위한 철학]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건축을 위한 철학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브랑코 미트로비치 지음, 이충호 옮김 / 컬처그라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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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그다지 건축과 연관성이 없어보인다. 철학에 대해 무지한 공학도의 입장에서도 그렇게 보인다. 다만 핀트를 조금 수정해서 이렇게 바라보면 어떨까. 건축이 아니라, 생각하고 사고를 '지어올리는' 과정에 대한 철학론과 역사에 대해 다룬 책.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김광현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이데거의 '짓기, 거주하기, 사고하기' 사람은 '짓지 않으면' 거주를 사고할 수 없음을 말한 것이다. 집을 '짓는 것'이 인간 존재에 이렇듯 중요하다. 

 다만 여기서 '집'이라는 존재를 '개념'과 '생각'으로 해석한다면 이 책은 훨씬 더 받아들이고 요리하기에 좋은 책이 된다. 조금 더 나아가 적용하자면, 건축 및 건축 이론 문제에 있어 어떠한 철학적 마음가짐으로 해석해야 할 지에 대한 소양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은 '다른 사람들의 견해와 무관한 믿음을 얻는 데 사용하는 합리적 논증과 이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견해, 즉 '사고'는 독립적일 수 있는 것일까? 

 

책 전반에서는 위와 같은 문제에 집중한다. 즉, 사고는 언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언어가 현실을 조각해 우리의 사고 대상으로 빚어내는 것인가? 혹은 더 나아가, 우리는 모든 지식을 경험을 통해 습득하는가, 아니면 일부 지식은 선천적인가?  간단해보이지만 이는 철학자들 사이에서는 매우 오래된 중요한 문제이다. 

 

이렇듯, 어떻게 사고가 유래하며, 우리가 사고를 지어올리는 과정에 대한 질문은 건축에 있어서 비슷한 맥락으로 전해진다. 건축 이론에서 존재론적 문제는 '건축 작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건축 작품에는 미와 같은 어떤 속성들이 있을 터인데, 그런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논의는 중반부를 지나면서 '개념'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어진다. 우리가 생각함에 있어서 어떤 '개념'을 포섭하여 대상을 해석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대표되는 이 문제는 칸트에 의해 조명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어떤 것을 지각하면서 그것이 초록색이고 의자임을 인식한다. 다시 말해, 그 대상을 초록색이라는 개념과 의자라는 개념에 포섭하는 것이다. 하지만 칸트의 견해에 따르면, 미는 개인이 아름답다고 판단하는 사물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어떤 개념과도 독립적이다. 따라서 그의 의견에 다르면, 개념은 사물의 미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의 판단은 순전히 어디서 유래하는 것인가? 칸트는 순전히 주관적이라고 보았다. 더 나아가, 하이데거는 사물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사전에 가지고 있던 이해에 의해 '항상 미리' 결정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언어 속에 '거주'한다. 노르베르크-슐츠는 그의 저서 '건축에서의 의도'에서 건축 작품의 지각은 우리가 지각하는 사물에 대해 가진 기존의 지식과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사고와 생각의 근원에 대한 철학의 흐름에 따라 모든 건축 역시 순전히 그 자체의 시공간적 성질만을 바탕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여겨져왔다. 즉, 건축이 그 시대에 적합한지를 판별할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10~20년 사이에 건축 이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철학은 어떤 종류가 될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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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9mon 2013-04-28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a9mon 2013-04-28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구를 빼먹었네요!ㅠ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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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전집 4 - 국가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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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흰색 겉표지와 상당히 고급스러운 빨간 제본에서 묻어나듯이플라톤의 <국가>는 그 만큼의 철학서로서 위엄을 시각적인 요소로들부터 드러내고 있는 듯 했다고상한 겉모습과는 대조되게 이번 천병희 번역의 플라톤 <국가>는 안을 열어보았을 때 독자를 배려한 착한’ 흔적이 책 전체에 배어있었다그 동안 몇 권의 철학교양서들을 읽어오면서 전혀 교양서라는 이름답지 않게 어려운 전문용어들로 도배되어 있는 책들에 시달렸는데이 책은 원문의 온전한 번역서라기에는 초심자에게도 이해하기 쉽고심지어 재미있었다다음 장에서는 소크라테스가 어떤 논리를 펼칠까어떤 주제를 끌고올까 라는 호기심이 따랐고소크라테스가 그들의 제자들의 반박을 하나하나 물리쳐가는 모습들은 액션영화처럼 시원시원했다대화형식으로 전개되는 1권부터 10권까지의 각 이야기들에는 서로 인과관계와 기승전결이 있었다또한저자는 친절하게도 책 서두에 이른바 스테파누스 표기를 붙여 책 전체를 요약하여 독자가 쉽게 전체를 개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10쪽의 짧은 요약에 한 권의 책이 모두 담겨있는 셈이다그럼에도 요약이 아닌600쪽 분량의 원문을 모두 읽어내려가는 것도 그만의 깨달음과 벅참이 있었다.

 

플라톤은 정계에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기 위해 아카데메이아 학원을 개설하고 얼마 안되어 <국가>를 썼다. <국가>에서는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을 이야기에 등장하며 대화형식으로 그의 논지를 풀어나간다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상국가란 어떤 것이며그것을 통치하는 이들은 어떤 이들이며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 차근히 이야기하고 있다.

 

정의와 불의에 관한 논의에서부터 대화가 시작되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이 후 그들은 정의를 국가에서 찾고개인으로 점점 그 적용의 대상을 좁혀나간다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진리로부터체제 규모의 국가로그리고 독립적인 개인으로 범위는 점점 좁아지지만 이상적이고 진리를 추구해야할 개인의 올바른 자세를 더 큰 체제의 국가로부터 추적해나간다는 점에서 효과적이고 흥미로운 것이다.

 

다만 그가 언급하는 형태의 '국가'는 다분히 당시의 문화와 종교, 신화를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사회에 그대로 이상향이라 추구하고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수호자에 대해 제한적이고 규율적인 도덕의 테두리를 '디자인'해나가는 모습은 마치 로이스 로리의 <The Giver>의 배경 세상같이 죽어있는 듯하기도 하다. (그의 생각에 의하면) 이상향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통제적인 상황을 디자인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의무적인 정의'라던가, '권위적인 도덕' 같기도 하다.

 

"그리고 전쟁이나 그 밖의 다른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이들에게는 여러 가지 특권과 상이 주어져야겠지만, 무엇보다 여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져야 하네. 그런 젊은이들한테서  되도록 많은 아이가 태어날 수 있도록 말일세. ~ 중략 ~ "우리 수호자 집단이 순수하게 남아 잇으려면 그래야겠지요" 

위와같은 대목은 21세기의 도덕으로 보자면 눈살을 찌푸릴 법도 하지만, 플라톤이 당대 젊은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며 <국가>를 쓴 점을 감안한다면, 왠지 그가 생각하는 생각의 이상향의 종용이려니 이해가 갈 법도 하다.

 

이 후책에서는 국가(혹은 정체(政體))를 통치하는 이들에 대한 자질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그리고 책의 마지막 10권에 이르러서는 다시 정의에 초점을 맞춘다결과적으로 정의를 실현할 때 어떤 보답을 받게되고불의를 저지를 때 어떤 벌을 받게 되는지 되돌아보고소크라테스는 혼의 불멸을 믿기를 당부한다혼의 불멸을 믿고 지혜와 정의를 삶의 목표로 삼자고 그의 제자들에게혹은 2500여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서 독자들에게 당부하는 것이다.

 

지난 철학사는 플라톤 <국가>의 각주에 대한 여러 해석들이 이어져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혹은 플라톤의 <국가>에서 드러나는 정체에 관한 철학론이 당시의 민주제참주제나 20세기 커뮤니티즘 등 역사에 적용되어 오면서 도움을 주기도악용되기도 했다하지만 그러한 부차적이거나 왜곡적인 결과는 제외하고 보더라도우리에게 플라톤의 <국가>가 주는 논리와 깨달음은 여전히 유효하다오늘날의 치자들은 과연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것일까플라톤의 생각대로소크라테스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우리가 국가를 건설하는 목적은 한 집단을 특히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국가 전체를 최대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공산주의에 대입하여 제멋대로 해석하여는 안될 일이지만)이런 목표를 위해 현 상황에서 국가가 좇아야할 정의그리고 치자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가장 많이 깨달을 수 있었던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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