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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전집 4 - 국가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2월
평점 :
깔끔한 흰색 겉표지와 상당히 고급스러운 빨간 제본에서 묻어나듯이, 플라톤의 <국가>는 그 만큼의 철학서로서 위엄을 시각적인 요소로들부터 드러내고 있는 듯 했다. 고상한 겉모습과는 대조되게 이번 천병희 번역의 플라톤 <국가>는 안을 열어보았을 때 독자를 배려한 ‘착한’ 흔적이 책 전체에 배어있었다. 그 동안 몇 권의 철학교양서들을 읽어오면서 전혀 교양서라는 이름답지 않게 어려운 전문용어들로 도배되어 있는 책들에 시달렸는데, 이 책은 원문의 온전한 번역서라기에는 초심자에게도 이해하기 쉽고, 심지어 재미있었다. 다음 장에서는 소크라테스가 어떤 논리를 펼칠까, 어떤 주제를 끌고올까 라는 호기심이 따랐고, 소크라테스가 그들의 제자들의 반박을 하나하나 물리쳐가는 모습들은 액션영화처럼 시원시원했다. 대화형식으로 전개되는 1권부터 10권까지의 각 이야기들에는 서로 인과관계와 기승전결이 있었다. 또한, 저자는 친절하게도 책 서두에 이른바 ‘스테파누스 표기’를 붙여 책 전체를 요약하여 독자가 쉽게 전체를 개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10쪽의 짧은 요약에 한 권의 책이 모두 담겨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요약이 아닌600쪽 분량의 원문을 모두 읽어내려가는 것도 그만의 깨달음과 벅참이 있었다.
플라톤은 정계에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기 위해 아카데메이아 학원을 개설하고 얼마 안되어 <국가>를 썼다. <국가>에서는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을 이야기에 등장하며 대화형식으로 그의 논지를 풀어나간다.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상국가란 어떤 것이며, 그것을 통치하는 이들은 어떤 이들이며,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 차근히 이야기하고 있다.
정의와 불의에 관한 논의에서부터 대화가 시작되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 이 후 그들은 정의를 국가에서 찾고, 개인으로 점점 그 적용의 대상을 좁혀나간다.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진리로부터, 체제 규모의 국가로, 그리고 독립적인 개인으로 범위는 점점 좁아지지만 이상적이고 진리를 추구해야할 ‘개인’의 올바른 자세를 더 큰 체제의 ‘국가’로부터 추적해나간다는 점에서 효과적이고 흥미로운 것이다.
다만 그가 언급하는 형태의 '국가'는 다분히 당시의 문화와 종교, 신화를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사회에 그대로 이상향이라 추구하고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수호자에 대해 제한적이고 규율적인 도덕의 테두리를 '디자인'해나가는 모습은 마치 로이스 로리의 <The Giver>의 배경 세상같이 죽어있는 듯하기도 하다. (그의 생각에 의하면) 이상향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통제적인 상황을 디자인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의무적인 정의'라던가, '권위적인 도덕' 같기도 하다.
"그리고 전쟁이나 그 밖의 다른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이들에게는 여러 가지 특권과 상이 주어져야겠지만, 무엇보다 여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져야 하네. 그런 젊은이들한테서 되도록 많은 아이가 태어날 수 있도록 말일세. ~ 중략 ~ "우리 수호자 집단이 순수하게 남아 잇으려면 그래야겠지요"
위와같은 대목은 21세기의 도덕으로 보자면 눈살을 찌푸릴 법도 하지만, 플라톤이 당대 젊은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며 <국가>를 쓴 점을 감안한다면, 왠지 그가 생각하는 생각의 이상향의 종용이려니 이해가 갈 법도 하다.
이 후, 책에서는 국가(혹은 정체(政體))를 통치하는 이들에 대한 자질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10권에 이르러서는 다시 ‘정의’에 초점을 맞춘다. 결과적으로 정의를 실현할 때 어떤 보답을 받게되고, 불의를 저지를 때 어떤 벌을 받게 되는지 되돌아보고, 소크라테스는 혼의 불멸을 믿기를 당부한다. 즉, 혼의 불멸을 믿고 지혜와 정의를 삶의 목표로 삼자고 그의 제자들에게, 혹은 2500여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서 독자들에게 당부하는 것이다.
지난 철학사는 플라톤 <국가>의 각주에 대한 여러 해석들이 이어져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은 플라톤의 <국가>에서 드러나는 정체에 관한 철학론이 당시의 민주제, 참주제나 20세기 커뮤니티즘 등 역사에 적용되어 오면서 도움을 주기도, 악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부차적이거나 왜곡적인 결과는 제외하고 보더라도, 우리에게 플라톤의 <국가>가 주는 논리와 깨달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날의 ‘치자’들은 과연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것일까? 플라톤의 생각대로, 소크라테스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우리가 국가를 건설하는 목적은 한 집단을 특히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최대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공산주의에 대입하여 제멋대로 해석하여는 안될 일이지만)이런 목표를 위해 현 상황에서 국가가 좇아야할 정의, 그리고 치자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가장 많이 깨달을 수 있었던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