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권을 읽었다.
먼저 단편을 모은 [신중한 사람]은 도서관 신간 코너에 진작부터 있었고 (신간의 기준이 무언지는 모르겠지만)노란색 표지는 산뜻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그동안 좀 들쳐보긴 했으나 중언부언에 내밀한 심리 묘사가 대부분인 것 같아 언뜻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오랫동안 신간코너에 있었고 예의 산뜻한 노란색 표지와 이승우라는 작가의 소설은 처음임으로 한 번 읽어 보자는 것 등이 한데 어우려저 보게 되었다.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래도 명색이 소설가 들이 책을 낼때는 아무거나 되는대로 내진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이다. 물론 걔중엔 그러치 않은 소설가도 있겠지만 그건 매우 극소수 일 것이다.
[신중한 사람]은 퍽이나 재밌게 읽었다. 중언부언에 신변잡기식 이라 볼 수도 있겠으나 읽히면 되는것 아니겠는가. 읽힌다는 것이 단순하진 않지만. 그래서 이번엔 장편을 보고 싶어 이승우를 검색해보니 [생의 이면]이 괜찮을성 싶어 도서관에서 찾아보니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게 [지상의 노래]인데 사실, 그 도서관에서 검색으론 몇 가지 더 뜨던데(그래도 [생의 이면]은 없었다)점심메뉴 주문에 여념이 없는 사서인지 보조 인지를 귀찮게 하는듯하여 관두었다. 그래도 하여간 그 조그만 서가를 꼼꼼히 살폈는데 이승우 작가 작품은 더 이상 없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마지못해 들은게 [지상의 노래] 일수도 있겠다. 초반 분위기가 종교(기독교)냄새가 나서 계속 이러면 읽지 않겠다는 생각이 조금 드는 찰나, 소설은 미스테리한 분위기와 빠른 전개로 손에서 떼기 힘든 경지로 자연스럽게 넘어 갔다가 중간쯤 박정희와 아마도 김종필 쯤으로 여겨지는 인물이 나올 때쯤 또 그만 볼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 얼마 안남은김에 끝까지 읽자, 라는 생각으로 마쳤다.
[지상의 노래]도 재밌게 읽힌 편 이었는데 위에서 밝혔듯 그만 읽자, 라는 생각이 두어번쯤 들었으나 어쨌든 끝까지 읽히는 소설이 되었다.
사실, 장편이라 하지만 350여 페이지 정도에 글자도 큰 편이고 장 나눔도 화끈?하고 책도 좀 작은 편이라 반나절 정도면 읽을수 있는 분량이지 십다. 책을 읽는 도중에 이 책과 관련한 표절 논란을 알게 되었고 그것에 대한 작가의 반응이 단편소설로 표현된게 [신중한 사람]에 들어 있는 ‘하지 않을 일‘ 이라는 단편임도 알게 되었다. 표절 당했다고 주장한 사람의 작품을 보지 못했음으로 거기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는데 표절당했다는 이의 주장은 이 소설의 6장이 자신이 신춘문예에 투고한 자기 작품의 표절이라는 것이다. 당시 심사위원이 이승우 작가고. 근데 이 6장은 이야기가 좀 독특하긴 하다.
여하튼 작가의 데뷔작과 [생의 이면]은 찾아 볼것 같다. 두 권다 장편이라는데 다 볼 수도 있고 한권만 볼수도 있겠다. 며칠내 다른 도서관엘 한 번 나가봐야겠다. 설마 둘 중 하난 있겠지.
반납하고 다시 찾아보니 장편하나와 단편집 하나가 더 있었다. 좀 뒤죽박죽 섞여 있었기도 하고 뭘 찾는덴 젬병인 내 특기가 때문에 전엔 못봤나 보다.
그중 하나인 [식물들의 사생활]을 단숨에 읽었다. ‘식물‘을 모티프로한 가족간의 화해가 주제인듯하다. 종교적인 냄새?가 아주 안나는건 아닌데 아무래도 [지상의 노래] 보단 덜한듯 했다.
나로썬 그의 데뷔작인 [에리직톤의 초상]정도만 읽고 이승우는 잠시 놓고 싶은 마음이다.
중고에 마침 [에리직톤의 초상]이 나와서 구해 읽었다. 소설을 사는건 매우 오랜만이다. 아니, 책자체를 사는게 너무 오랜만이라 해야겠다.
이 소설은 2부로 되있는데 1부가 그의 데뷔작이고 2부는 나중에 추가한 것이라 한다. 내용은 종교(기독교)의 어떤 기능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랄까. 나로썬 매우 애매모호한 말이고 글들이다. 관념이란게 그런거긴 하지만, 더구나 종교를 갖지않고 있고 갖을 생각도 전혀 없는 나로썬 아, 이 작가는 젊은날 이런 고민을 나름 치열하게 했구나 정도로 읽혔다.
글은 참 잘쓰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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