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 소설이라는 거
자전소설과 자전적 소설은 다르다.
어찌보면 거의 모든 소설가들이 자전적 요소를 자기 글쓰기에 대입한다고 보는게 타당할 정도로 근, 현대 소설이 그렇게 형성돼 왔다.
박완서와 이문열도 그같은 경우에 해당할 만 하다.
그런데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과 [그 산이~]는 자전적 요소가 어느 정도 가미된 소설이 아니라 그냥 자전 소설이다. 즉, 작가의 기억에만 의존해 써내려간 여렸을 때(대략 5세 무렵)부터 스무 세살 무렵까지의 기록이다. 시대상으로는 일제 강점기인 1936년 경부터 한국전쟁이 중단된 1953년 까지이다. 이시기를 몸소 겪은 작가의 경험이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다. 물론 작가의 기억이 100% 맞다고 할순 없겠고 작가도 서문에서 그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사건,사고를 놀라운 기억력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 소설들을 발표할 당시(1990년 초 중반)작가는 60을 넘긴 나이였다. 어찌보면 이제 인생을 정리해 보겠다는 어떤 결심으로 이런 소설을 썼다고 볼 수 있겠다.

반면 비슷한 시대가 배경인 이문열의 [영웅시대1.2]는 작가가 몸소 체험한 부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1948년 생인 작가는 이 소설을 36세쯤인 1984년 무렵 책으로 냈는데 작가로선 당연히 일제시대를 직접 경험할 순 없고, 두, 세살때 경험한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들도 의미있게 남아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웅시대]는 자전적 요소가 가미된 소설일 것이다.
이런 구분이 큰 의미가 있는건 아니다.
단지 한국전쟁을 주요 모티브로하고 있는 두 작품의 차이가 도드라져 보인게 관심이라면 관심이다.
그러니까 전쟁을 직접체험하고 그로부터 수십년을
곰삭힌 이야기로써 박완서의 그것은 가슴속에 팍팍 꽂혀 드는데 반해 이문열의 그것은 별로 와닿는게 없는 것이다. 이문열의 소설은 줄창 자기생각만을 나열하는데 일관한다. 그 생각으로 이문열은 자기 아버지를 소위 ‘전향‘ 시켜 버리고 어머니는 기독교에 ‘귀의‘ 시킨다. 함께산 어머니는 그렇다쳐도 그 아버지가 어쨌든 구십 가까이 북에서 살았음을 감안하면 그같은 재단은 거의 폭력에 가깝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이문열의 경우는 좀더 자기수양과 인내를 통해 그야말로 이야기가 밖으로 꾸역꾸역 나올때 쯤해서 자전(적)소설을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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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칠, 이남덕, 김기협

먼저 김성칠의 [역사 앞에서](1993/창작과비평사)를 읽었다. 부제가 ‘한 사학자의 6•25일기‘ 다. 1950년 6월 25일 부터 12월 31일 까지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록되어 있다. 이부분 앞뒤로 다른 해 일기들이 조금씩 붙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70년 남짓된 일기인데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우리말이나 한자어가 제법 나온다. 그런걸 찾아 보며 읽는 재미가 쏠쏠한데 인터넷 사전에서 예문으로 소개하는 글들 중 박완서 선생의 작품이 종종 있어 아 선생은 정말 당시 어휘와 입말을 잘 정리해 놓았구나 하는 경탄을 또다시 하게 된다.

일기는 긴박한 당시 상황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어 전쟁에 대한 기록으로써 가치가 상당하다고 느껴졌다. 왜냐하면 글쓴이는 당시 서울에 남아서 직장(서울대학교)에 나가고 여러 인물과 교류도 하고 그밖에 라디오를 통해서 전쟁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사실 전달과 자신의 생각을 일기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남북 어느 한쪽에 쏠리는게 아니라 가급적 객관적자세로 비판과 칭찬을 가감없이 해내고 있다. 하지만 결국 동족상잔의 비극에 이르러 눈물짓곤 하는 글쓴이의 애틋함이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전달되는 감흥이 컸다.

책 뒤쪽에 김성칠의 부인인 이남덕의 회고글이 붙어 있는데 이 분 글이 맛깔나면서 매우 독특하게 느껴져서 몇가지 살펴보니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를 지냈다는 것. 그러다 아들인 역사학자 김기협의 어머니 간병기를 먼저 접했다. 그것이 [아흔 개의 봄](서해문집/2011)이다. 나이 들어 쇠약해진 어머니를 병간호한 약 2년 동안을 일기형식으로 써 책으로 낸것이다. 본인 가족사에 대한 깊은 생각들이 가감없이 전달되는 것 같아 주의 깊게 읽었다.
김기협의 책은 [밖에서 본 한국사]와 [해방일기]를 조금 본 정도 이다. 이력과 학문하는 자세, 글이 독특하다고 느낀 정도였다. [해방일기]는 너무 지루하여 읽다 만 기억이 난다. 얼마전까만 해도 중앙일보에 ‘퇴각일기‘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걸로 나오고 블로그에는 아직도 많을 글을 올리고 있다.

비극적인 가족사가 일기라는 내밀한 형태로 세상에 알려진 것이지만 이렇게 형성되는게 결국 역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가족사가 남긴 자취가 매우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이남덕 본인도 남긴 저서가 있는데 그중 수필 두 권은 기회가 닿는대로 구입해 보아도 괜찮을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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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로 겨울에 좀더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오전내 흐릿하긴 했는데 오후되면서 그야말로 스산해지는 날씨다. 눈발이라도 날리면 첨화 겠는데, 아직이다. 몇 권 빌려다 봤다. 생각나는대로 끄적인다.

[노동자의 이름으로](이인휘/삶창)
주된 배경은 1980년 말부터 90년 초, 중반까지의 ‘현대자동차‘ 이다. 달리말하면 ‘현대자동차 노조‘ 얘기가 주다. 아울러 당시 울산지역 노동운동(현대중공업이나 현총련 정도)얘기가 곁들여 진다. 그러니까 치고박고 싸우는 얘기가 주다. 근데 이 싸움은 매번 치열한 것이 아니고 아니, 대부분 허무하게 끝나는거 투성이다. 그런면에서 이 소설은 매우 솔직하고 작가의 깊은 고뇌도 엿보이긴하다.
여하튼 현대차노조의 싸움과정에서 몇몇 불행한 일(후대에 ‘열사‘라 명명되는)들이 발생하고 거기에 직간접으로 연관된 주인공이 있다. 현재로 돌아와 주인공의 아들도 비정규직으로 싸움을 하고 있고 그 아들과의 화해(와 문제해결)는 지금과 미래의 몫으로 남겨두면서 소설은 끝난다. 헌데 과연 그 과제는 작금 또는 가까운 미래에 해결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그건 어렵다는 생각이다.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좀 쓸쓸하다는 생각인데 헛된 희망을 품느니 오히려 쓸쓸한게 낫다고 보는편 이기때문에 그것도 그렇게 나쁜건 아닌것 같다.

[꾿빠이, 이상](김연수/문학동네/2001)
소위 요절한 천재 김해경 또는 이상에 대한 얘기다.
이상은 아무래도 ‘27클럽‘의 상석에 자리하는 인물일 터이다. 여러 이유로 죽음과 그후의 일들이 시원찮은 구석이 많음으로 후세가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수밖에 없겠다. 이 소설은 작가의 초기작이라 할 수 있겠는데 더구나 그렇다면 작심하고 덤벼들어 매우 공들인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이상전집]을 뒤적이며 몇 개 찾아본건 이책 덕분.
김연수 작가는 두번째 보는 장편인데 시대물만 두 편을 봤으니 이제 현대물로다 몇 편 더 보고 싶다.

[취미 있는 인생](마루야마 겐지/바다출판사)
마루야마 선생의 취미(딱히 취미라기 보다는 그냥 일상사)인 낚시, 산악 오토바이/자동차 타기, 음악감상 등에 대한 잡다한 얘기들이다.
그 원리를 깨치지 못해(아마도 ‘두눈‘개념 인듯)
결국 바둑은 취미로 가질수 없었다는 대목에서는 좀 갸웃했다. 바둑이 그정도로 어렵진 않을듯 한데 사람 일이란 모르고 예외는 얼마든지 있는 법이긴 하다만 그래도 좀 아쉬웠다.
여하튼 결국 문학과 세상을 대하는 자세를 경쾌하면서 때로는 비장하게(모골이 약간 송연해지듯)묘사하는 선생의 글 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소설도 좀 읽어봐야지 하면서 도통 못하고 있다. 단편 몇 개는 봤는데 나한텐 좀 안맞는것 같았다. 장편은 어떨까.

[인천상륙작전](윤태호/한겨레출판)
윤태호 작가는 스토리 라인은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작화가 영 아니다. 그림이 너무 따라가지 못하는데 아마 ‘이끼‘ 때부터지 싶다. 이유야 있겠다만 이 만화도 그림이 영 아니다. 한 페이지 안에서도 같은 인물이 다르게 그려져있고 배경들도 겹치는게 많으니 아무래도 읽고 보는 맛이 떨어질수 밖에.
이 작품은 한국전쟁에 대한 꽤 공들인 얘기들이 보이긴 한다. 새로운 문제제기들을 좀 알게 되었는데 아직 논쟁 중이거나 문제제기 수준인 부분들임으로 아무래도 곧이 곧대로 받아드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지싶다. 철저한 고증과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일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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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끼 사계절 1318 문고 18
게리 폴슨 지음, 김민석 옮김 / 사계절 / 200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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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스트 어웨이‘ 보다 한 열 배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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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장편은 처음이다. 단편도 기억에 없는데(오래전 한, 두편은 읽었을 것 같긴하다)
근데 이 책을 손에든 이유는 1930년대 항일투쟁시기 ‘민생단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다.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뭘 기대했냐면 민생단 사건이 좀 자세히 다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관련 단행본을 별도로 봐야하지 싶다.
이 소설은 뭐랄까, 비유가 넘친달까(어쩌면 현학도), 너무 문학적인 면에 집중했달까(그럼 소설이 뭐에 집중하노?) 애매모호가 넘친달까, 그정도.
문장이 꽤 공들였다는 느낌인데 그게 너무 기교를 부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김연수 장편은 한 두편 더 읽고 싶긴 하다. 많이 읽히는 작가는 그래도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아직은 있어서다.

*책 말미에 ‘송어들 처럼 힘이 넘치는...‘ 이란 표현이 세 번이나 나와서 의아했다.(이정희의 편지엔 두 번 나옴) 이 표현이 당시에 나올수? 있는 표현인지? 당시 송어가 흔했나? 작가가 송어를 좋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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