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칠, 이남덕, 김기협
먼저 김성칠의 [역사 앞에서](1993/창작과비평사)를 읽었다. 부제가 ‘한 사학자의 6•25일기‘ 다. 1950년 6월 25일 부터 12월 31일 까지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록되어 있다. 이부분 앞뒤로 다른 해 일기들이 조금씩 붙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70년 남짓된 일기인데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우리말이나 한자어가 제법 나온다. 그런걸 찾아 보며 읽는 재미가 쏠쏠한데 인터넷 사전에서 예문으로 소개하는 글들 중 박완서 선생의 작품이 종종 있어 아 선생은 정말 당시 어휘와 입말을 잘 정리해 놓았구나 하는 경탄을 또다시 하게 된다.
일기는 긴박한 당시 상황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어 전쟁에 대한 기록으로써 가치가 상당하다고 느껴졌다. 왜냐하면 글쓴이는 당시 서울에 남아서 직장(서울대학교)에 나가고 여러 인물과 교류도 하고 그밖에 라디오를 통해서 전쟁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사실 전달과 자신의 생각을 일기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남북 어느 한쪽에 쏠리는게 아니라 가급적 객관적자세로 비판과 칭찬을 가감없이 해내고 있다. 하지만 결국 동족상잔의 비극에 이르러 눈물짓곤 하는 글쓴이의 애틋함이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전달되는 감흥이 컸다.
책 뒤쪽에 김성칠의 부인인 이남덕의 회고글이 붙어 있는데 이 분 글이 맛깔나면서 매우 독특하게 느껴져서 몇가지 살펴보니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를 지냈다는 것. 그러다 아들인 역사학자 김기협의 어머니 간병기를 먼저 접했다. 그것이 [아흔 개의 봄](서해문집/2011)이다. 나이 들어 쇠약해진 어머니를 병간호한 약 2년 동안을 일기형식으로 써 책으로 낸것이다. 본인 가족사에 대한 깊은 생각들이 가감없이 전달되는 것 같아 주의 깊게 읽었다.
김기협의 책은 [밖에서 본 한국사]와 [해방일기]를 조금 본 정도 이다. 이력과 학문하는 자세, 글이 독특하다고 느낀 정도였다. [해방일기]는 너무 지루하여 읽다 만 기억이 난다. 얼마전까만 해도 중앙일보에 ‘퇴각일기‘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걸로 나오고 블로그에는 아직도 많을 글을 올리고 있다.
비극적인 가족사가 일기라는 내밀한 형태로 세상에 알려진 것이지만 이렇게 형성되는게 결국 역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가족사가 남긴 자취가 매우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이남덕 본인도 남긴 저서가 있는데 그중 수필 두 권은 기회가 닿는대로 구입해 보아도 괜찮을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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